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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지만 맥시멀하게 삽니다

그래도 같이 살래

by 서이담

이사 올 때 베란다 한쪽 벽에 곰팡이가 많아서 업체를 불러다가 정리를 싹 했었는데, 겨울을 나고 나니 곰팡이가 다시 잔뜩 피었다. 그냥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남편이 캐리어를 두러 갔다가 곰팡이를 보고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하아…”


“왜? 무슨 일이야?”


“곰팡이가 다시 피었네. “


“그래? 어디 봐.”


캐리어며, 크리스마스트리며, 안 쓰는 물건 박스까지 잔뜩 쌓아 놓은 곳이었다. 물건을 그냥 두기는 찝찝했다. 나는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곰팡이가 피지 않은 쪽 벽에 있던 창고들을 다시 정리하고, 그쪽에 물건을 놓아두기로 했다.


“지금?”


“응.. 지금.”


남편은 오늘 저녁은 쉬고 내일 정리를 하고 싶어 했지만 나는 바로 시작해야 했다. 하나둘씩 버릴 물건들을 꺼내고, 몇몇 물건들은 나눔 하기 위해 모아두었다. 부피만 차지하고 있던 정리함을 꺼내고, 쓰지 않는 물건을 비우고 나니 공간이 남았다. 곰팡이가 핀 옆 창고에서 물건들을 꺼내다가 재배치를 했다. 한 시간가량의 시간이 지난 뒤 정리가 끝났다. 정리를 마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성격 때문에 가족들이 좀 피곤하긴 하겠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다. 지저분한 걸 잘 못 참기 때문에 물건을 잘 버린다. 아이를 키우는 가족이기 때문에 장난감이 많고, 교보재들도 많이 굴러다니는데 그게 늘 눈에 거슬린다. 가끔씩은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고, 오늘처럼 날을 잡아서 몽땅 정리를 해버리기도 한다. 난 안 쓰는 물건을 왜 안 버리냐고 하고, 가족들은 애착이 있는 물건을 버리기 아쉬워 투닥거린다. 내 기준에는 아직도 집에 물건들이 너무 많다. 다른 가족들은 별다른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정리를 마치고 잘 준비를 하는데 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엄마아빠. 사실은 나는 혼자 자는 게 좋아. 그런데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 시간이 좋으니까, 같이 자면 더 오래 행복해질 수 있잖아. 그래서 같이 자는 거야. “


아이를 꼭 안아주고 머리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다. 혼자 사는 게 편하다. 같이 하니까 불편하다. 하지만 같이 있기에 더 행복하다. 그래서 결혼했고, 그래서 아이를 낳았다. 왜 그랬는지 자주 잊어버리긴 하지만 말이다.


미니멀하게 사는 걸 추구하지만, 이런저런 물건들이 다 널브러진 집에 살고 있다. 내 마음대로는 살지 못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 편한 대로 살지만 외로운 것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맞다. 그게 가족을 일구는 마음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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