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아이를 잃어버렸던 시간

일상의 취약함 그리고 소중함을 알게 되다

by 서이담

‘아…. 지루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너무나 익숙해졌던 것 때문일까. 나는 요즘 꽤 많이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다. 평일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에 가고, 똑같은 사람과 마주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직장생활을 했다. 주말에는 잠깐의 나들이를 가거나 교회에 갔다. 가보지 않은 식당을 가거나 가보지 않은 길로 산책을 하는 것 정도가 내 삶의 소소한 변주였다.


그런데 오늘, 약 20분 정도 내 삶에 변화가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일요일인 오늘, 남편과 나는 여느 때처럼 교회에 갔고, 교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가 어른들이 대화 나누는 걸 견디길 지루해해서 형들이랑 함께 교회 한편에 마련된 풋살장에 다녀오라고 했다. 아이는 한참을 놀고는 다시 우리가 있는 모임 장소로 돌아왔다. 모임이 어느 정도 끝나갈 무렵, 나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정리하러 화장실에 나갔고, 남편은 피아노 반주를 녹음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모임 장소에 남았다.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재민이는?”


“글쎄, 또 풋살장 간 거 아냐?”


교회에서는 자유롭게 놀던 아들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별 걱정을 안 했다.


“그럼 내가 풋살장 한 번 다녀올게.”


풋살장엘 갔다. 아이들 몇몇이 뛰어놀고 있었다. 엄마들도 있었다.


“혹시 재민이 보셨어요?”


“위에 탁구장에 있지 않을까요?”


탁구장에 갔다.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혹시 재민이 봤니?”


“어~ 아까 나갔는데, 풋살장에 없어요?”


이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있을 만한 교회 곳곳을 뒤져보았다. 아이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도대체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어디에 갔단 말인가.


교회 사무실에 CCTV 영상이 돌아가던 게 생각이 나서 교회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CCTV를 조작할 줄 모르는 사람만 남아있었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갔던 남편이 돌아왔다. 왠지 며칠 전부터 집에 혼자 가겠다며 산책길에 우리를 먼저 보내고는 아이가 뒤를 따라오던 게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남편보고 집에 가 있으라고, 혹시 모르니 나는 교회에 있겠다고 했다.


집에 가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다행히 아이 찾은 것 같아. 누가 전화를 주셨네.”


“아 그래? 다행이네. 나도 집으로 갈게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같이 걱정해 주시던 교회 분들에게 아이를 찾았다고 말씀을 드리고는 교회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이를 만난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재민이가 엄마가 화장실에 간 걸 집에 갔다고 생각했나 봐. 그래서 엄마를 따라간답시고 집으로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무서웠대.”


“그랬구나.”


옆에서 재민이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엄마가 말도 없이 가서 내가 따라갔어.”


“그랬구나. 재민아. 그래도 잘했어. 집에서 내려와서 아주머니께 부탁해서 아빠한테 전화한 거야?”


“응.. 무서웠는데 내가 했어.”


아이는 내가 집으로 갔다고 생각하고 아빠에게 말없이 나와 집으로 향했던 것이다. 아마 요 며칠 집으로 혼자 가기 놀이를 했던 터라 자신감도 생겼을 거다. 그런데 막상 집에 혼자 가 보니 엄마 아빠가 없어서 무서웠다고 한다. 그렇게 울면서 내려오고 있는데 다행히 1층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아이를 보고는 왜 그러냐고 물어보셨던 것이다.


만약 아이가 가다가 이상한 사람에게 붙잡혔더라면.

만약 서둘러 가다가 차에 치이기라도 했더라면.

만약 아이가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지 않았더라면.

만약 아이가 엄마 아빠를 찾으러 이상한 길로 나갔더라면.

나는 아이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만났다. 무서워했을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허둥거리다가 넘어져 까매진 손을 닦아주었다. 잘 대처했노라고. 재민이가 무척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엄마도 재민이도 어디에 가면 어디에 간다고 꼭 이야기를 해 주자고 손가락 모아 약속했다.


내 평범하고 무료한 일상은 이렇게 한순간에 뒤집힐 만큼 취약한 것이었다. 매일이 똑같아서 답답했는데, 사실은 그 답답한 일상은 여러 가지 우연들과 필연들로 보호받았었다. 내가 가진 것들은 어느 하나 당연한 것이 없었다. 모두가 누군가의 수고와 관심으로 지켜지고 있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물었던 나 자신이 너무나 무지했구나 싶었다. 20분만 잃어도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는데, 그렇게 소중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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