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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희 북노마드 Apr 26. 2021

살펴야 한다

살핀다. 하늘[天]을 살피고 땅[地]을 관찰한다. 하늘은 만물을 생산하고 주재한다. 땅은 만물의 형체를 형성한다. 하늘은 생산의 기초를 이루고 땅은 그것을 발육시킨다. 하늘과 땅이 합쳐진다. 생육이 완성된다. 존재의 근원이다. 존재의 요체다.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자리한다. 그 사이에 인간이 있다. ‘무(巫)’라는 글자가 상징이다. 하늘(一)과 땅(一) 사이( l )에 사람(人)이 있다. 이승의 사람과 저승의 또 다른 사람이 살아간다. 성인(聖仁)이라는 글자도 예사스럽지 않다. 하늘이 만물을 주재하는 일을 ‘참다운’ 사람에게 맡긴다는 뜻이다. 


하늘에는 해와 달이 빛난다. 땅에는 산이 솟아 있고 강이 흐른다. 이목구비(耳目口鼻), 사람의 얼굴도 하늘과 땅의 이치를 따른다. 사람의 몸은 혼백(魂魄)으로 이루어져 있다. 혼은 정신이다. 하늘에서 왔다. 옛사람들이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하늘로 돌아간다고 믿었던 이유다. 백은 운동이다. 땅에서 왔다. 옛사람들이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은 이유다. 


추상적인 발상이 아니다. 오래전 인간의 삶을 떠올려보라. 큰 강을 끼고 농사를 짓던 모습을 상상해보라. 황하 유역에서 문명을 발흥시킨 중국의 한족(漢族)은 벼농사를 짓지 않았다. 아니, 지을 수 없었다. 벼가 자라지 않는 척박한 풍토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장과 수수를 길러 먹었다. 여진, 흉노 등 이민족과 싸워야 했다. 그래서 하늘을 섬기고 땅을 공경해야만 했다. 하늘의 비를 기다리고 몸을 숙여 일해야 했다. 숙명! 음양의 조화. 음양오행(陰陽五行)은 현실의 절박함에서 나왔다. 살아야 하니까. 


사람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기운생동을 따라야 한다. 

삶은 음양오행을 관조(觀照)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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