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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니레아 Mar 22. 2024

겁먹을 일이 아니었는데

평범하게 사는 네가 부러워_03

얼마 전 일다.

집엔 친정부모님이 주신 고구마 작은 한 상자가 몇 개월째 있었.

신혼 초에 쪄먹는 요리를 해 먹겠다고 몇 번 냄비를 태워먹은 후론 삶고 찌는 게 엄두가 안나더라.

불 조절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물을 자작히 충분히 부었다고 생각했는데

뜨거운 불에 증발된 수증기로 안 보이는 냄비 물의 양을 짐작하는 건 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었다.


그 때문에 뒷베란다 구석이지만 잘 보이는 곳에

고구마 한 박스가 눈에 계속 밟혔.

서늘한 곳이라 직사광선이 안 드는 곳이라 그런지 방치했는데도 잘 썩지도 않더라.

내심 썩어서 어쩔 수 없이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는데...


 겨우내 우리 가족은 고구마를 놔두고선 슈퍼에 가서 군고구마를 사 먹으며 외면했.

적어도 는 확실히 외면. 겁이 났기 때문었다.

그러다 집에서 만든 군고구마를 받아먹 날이 있었.

슈퍼에서 산 것처럼 촉촉 쫀득 그리고 군고구마의 특유의 탄향까지 완벽한 군고구마였다.

너무나 맛있게 먹고나니 여전히 뒷베란다에 있는 고구마가 생각났다.

며칠 후 더 이상 놔두기엔 안되겠다 싶어 만져보니 무르지도 않고 섞은 흔적 전혀 없이 받은 그대로 단향 가득 단단했다.


이 고구마..... 섞을 일 없겠구나 싶어 바로 검색하기 시작했.

'에어프라이기로 군고구마 만들기'

냄비로도 만드는 방법이 있어 보였는데 다시 태울까 봐 겁이 나니 집에 있는 에어프라이기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다.


180도 20분

뒤집어서 180도 20분

그게 다였다. 이렇게나 쉽다고???







바로 용기를 얻어 고구마 모두 꺼내어 깨끗하게 씻고 다듬은 뒤 에어프라이기에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엔 고구마 향이 가득해졌고 뒤집을 타임이 되어 꺼내보니 여전히 딱딱했다.

순간 또 불안해졌. 괜찮았던 고구마를 애써 건드려 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래도 일단 과정이 하나 더 남았으니 익은 지 확인했던 젓가락을 이용해 하나하나 뒤집고 20분을 보냈.

슬금슬금 군고구마 향이 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러다 타버리는 것이 아닌가 연기가 진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과

딱 알맞은 꿀 똑똑 군고구마가 완성하는 것인가 하는 두 마음이 심장을 서로 두들겼.








드디어 완성

감사하게도 타지도 않고 바짝 마르지도 않은

촉촉 쫀득 꿀 가득한 군고구마를 만나게 되었다.

안도의 숨을 쉬곤 아이에게 한입 주니 뜨거워 후하 후하하면서 맛있다고 잘 먹었다.

아이에게 주고난 뒤 한입 베어 물으니 아이의 미소처럼 달콤한 맛에 미소가 지어지더.


드디어 뒷베란다에 고구마가 사라졌다.

의 걱정과 신경도 사라졌.


할 때마다 냄비를 태운다고

늘 태우는 건 아닐 텐데

다른 방법이 있는데

몇 개월을 걱정과 염려로 보냈구나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돌아보면 괜한 걱정했구나 진즉할 걸 하는 일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뒷 베란다의 고구마를 보면서

무사히 군고구마로 변신해 가족에게 미소를 주게 되면서

신경 쓰인다고 걱정된다고 피할 문제가 아니구나

어떠한 일이든지 부딪혀 볼만하구나

덜컥 오른 겁에 주눅 들었다 간 결국 나만 손해겠구나 생각 들었다.


에어프라이기에 고구마 넣을 생각을 안 했더라면

생각했더라도 고구마를 안 넣었더라면

지금까지도 고구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고구마를 신경 쓰여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겁이 자리하고 있었겠구나 생각들었다.



누가 보기에도 집에 방치된 고구마를 군고구마로 만들어 먹는 평범한 작은 일상이다.

하지만 에겐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깨닫게 된 순간이었.


큰일이 없어도

인생의 큰 굴곡의 일이 없어도

누군가에게 아무 의미 없는 평범한 일상임에도

다르게 보이고 생각하게 됨에 감사게 되라.


꼭 남들과 다른 일이 있을 필요 있을까?

보편적이고 반복된 하루하루를 살아가더라도

우린 남들과 다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




버려질 고구마가 군고구마로 바뀐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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