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청소년에게

이럴 땐 이런 책 3

by 라온써니

"사람들은 우릴 싫어해. 자기들도 우리처럼 될까 봐 무서운 건지. 근데 문제는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거야. 귀신이나 뭐 그런 거라면 그냥 상상이겠거니 하고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데, 여기 진짜로 서 있으니까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단 말이지. 그래서 화를 내. 눈에 띈다는 이유로. 그건 우리의 문제일까. 사람들의 문제일까. 아니면 세상의 문제일까?"


더듬더듬 말이 제 자리를 찾아갔다. 정인은 제아가 제 말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다른 세상에 사는 그 애가, 다른 공기를 마시는 그 애가, 부디 정인이 하는 단어를, 문장을, 말의 무게를 이해할 수 있기를.


난 싫어. 잃어버리기 싫어. 내 마음대로 안 풀린다고 걷어차 버리고 싶지 않아. 기억도, 삶도, 세상도.


"천국에는 관심 없어요. 나중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현재도 나한테 풀기 어려운 문제인데요. 뭐. 내 삶으로 돌아갈래요. 할머니가 그랬거든요. 불평하면 지옥이 된다고. 만 가지 가능성을 하나하나 따지면서 살 수는 없어요. 하지만 또 어떻게 하나도 안 따지고 살겠어요. 만에 하나, 그리고 그것 때문에 놓칠 구천구백구십구 개의 가능성 사이에서 내 식대로 방법을 찾아볼게요."


"기어이 바늘 끝에 올라가시겠다?"


클로버/나혜림/창비


정인은 외할머니와 단둘이 가난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할머니는 폐지를 모으고 정인은 중학생 신분으로 유통기간 지난 패티를 파는 햄버거집에서 일하고 있다. 친구들은 그런 정인을 괴롭힌다. 힘든 삶 속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순간 검은 고양이 모습을 한 악마 헬렌이 나타난다. ‘만약에’ 한마디면 원하는 소원을 다 들어주겠다며 소년의 욕망을 부추긴다. 정인을 무너뜨려는 듯 힘든 현실은 점점 더해지고, 그 틈을 타 비틀거리는 영혼을 얻기 위한 헬렌의 유혹은 집요해진다.


정인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욕망의 실현을 제시하는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고 상상 속 판타지가 아닌 진짜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 비록 벼랑 끝에 서있는 삶이지만 나 자신과 현실을 긍정하며 받아들인다. 그리고 내가 서있는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청소년기는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혼돈의 시기다. 아무리 삶이 나를 속이며 힘겹게 할지라도, 절대 나를 잃어버리는 선택을 하지 말라고 이 책은 말해준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생생한 지혜가 녹아 있는 이 소설은 끝까지 나를 지키는 용기를 낸다면 언젠가 진짜 행복을 거머쥘 수 있다며 상처입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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