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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Mar 26. 2023

일요일 근무하면서 느낀 점

잘 살려는 마음을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금토 이틀 동안 자~알 쉬었지만, 오늘 일요일에 출근을 했다.  단순히 쉬기 위해 금요일에 휴가를 낸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그 잠깐의 빈틈은 관성으로 움직이던 나를 '다른 방향의' 생각을 할 여유를 주었다. 그 빈틈으로 내가 조금 단단해졌다.


어제 새벽 4시쯤 부엌에서 투닥투닥 소리가 나길래 잠에서 깨어 나가보았더니 딸이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그 시간까지 핸드폰을 하고 잠을 안 잔 것이다. 예전 같으면 화가 나서 뭐라고 했을 텐데 어제는 그 선잠 깨어 이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딸에게 단지 슬픈 표정만 지었다. 딸은 오늘만 그런 거라고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다고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고 했다.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패를 하고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의 노래 가사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날 낮에 여유 있는 시간에 좀 더 나은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다짐한 것들이 몸에 체화되어 반사적으로 자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 학원을 잘 갔다는 말을 듣고  화를 안내 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내 위주의 사고방식을 경계해야 한다.


오늘 출근하여 직원을 만났는데 나도 모르게 떠들다 보니 서로 업무에 대한 신세한탄(?)을 하고 그것까지는 괜찮았지만, 나도 모르게 이용자 흉을 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그렇게 흉볼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다행인 건  말하는 도중에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번뜩 든 것이다. 대화 내용을 급 전환하여  그나마 괜찮은 분이라고 수습을 하였다. 중간중간 제정신을 차리는 나 자신을 칭찬한다.


물론 남의 흉도 볼 수 있고, 신세한탄도 안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것들은 아예 안 하려는 것이 이상한 거지.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단지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런 말을 많이 하면 내가 기분이 별로 안 좋아져서 줄이고 싶은 것이다. 유일한 해법은 말의 총량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들 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는 데, 거기다가 귀까지 열면 참 좋을 듯하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항상 경계해야겠다.


이틀 동안 마음 수련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출근을 하니 다시 마음이 조급해졌다.  오늘 하려고 했던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다양한 복병이 터진다. 전화도 오고 직원이 찾아와 말을 시키니 업무 예기+수다도 떨어야 하고... 물론 직원과의 이야기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찼는데 그 직원이 떠나면서 나랑 이야기해서 힐링이 되었다면서 좋아하는 거다. 내가 왜 독서치료실에 있는지 알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나는 조급함에 대화에 집중도 못했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 고마웠다.  내가 나의 마음을 가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들이 이렇게 빛을 보는 건가 하는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좀 더 집중에서 대화할걸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 데,  좋은 직원과의 대화도 집중 못 하는 내가 안타까웠다.


출근하자마자 그렇게 끄고 싶었던 내 마음의 정신없는 모터가 가동되고 있다.  근무 표를 보니 근무도 바꿔야 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일도 목을 조여온다.  창밖에 이렇게 풍경이 좋은데 나는 왜 이렇게 조급할까? 그렇다고 일이  쑥쑥 되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이틀 쉬기 전과 다른 점은 그전에는 그냥 미친 듯이 모터를 돌렸다가 번아웃이 되었다면 지금은 모터 켜졌음이라고 내가 인식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갑자기 어떤 관장님이 생각났다. 그분이 그냥 직원일 때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역시 관장님까지 되신 분이라 일을 정말 열심히 하셨었다. 아침에 출근하시면 걸음이 정말 빨랐는데 누가 쫓아오냐고 물어봤더니 해야 할 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져 걸음까지 빨라진다고 하셨다. 


나의 조급한 마음, 정신없는 모터가 자꾸 켜지는 것, 일 걱정에 다른 사람과의 대화도 집중하지 못한 것들에 조금 우울해지긴 했지만, 그 관장님을 생각하니 어떤 일을 해내려면 조급한 마음을 아예 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쉬면서는 여유를 가지면서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면, 오늘 일하면서는 조급함을 가지는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그걸 인지하고 다시 나의 중심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을 포기이지만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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