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온써니 May 13. 2024

뭐야~ 항상 문제잖아!

일요일 오전 요가학원 문을 살포시 연다. 요가를 시작한 지 두 달... 수업 시작하고 30분만 지나면 언제 끝나나 시간 보기 바쁜 가장 열등생.. 왜 이리 내 몸은 뻣뻣할까 좌절스러운 시간들


시간 딱 맞추어 갔더니 빈자리가 얼마 없다. 맨 뒤 구석자리와 가장 앞자리가 남았다. 열등생인 나는 당연히 맨 뒤 구석 자리니.  그 남아 뒤쪽에 자리가 남아 있음에 안심하며 매트를 폈다.


처음부터 '다운'독 자세다. 무슨 '개'자세라는 데.... 내가 보기에는 영락없는 엎드려 뻗쳐 벌받는 동작이지만 자꾸 자세를 하면서 편하게 쉬라고 한다. '이거 미친 거 아니야?' 속으로 욕이 나온다.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나 1년을 아무 생각 없이 하면 이 경지에 이른다고 하니.... 의심스럽지만 일단 믿어보는 걸로...


'다운독' 자세를 하면서 힘이 들어 다리를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선생님 왈 "제 옆자리 넓은데 왜 이리 구석에서 고생을 하세요? 제 옆으로 오세요" '헐~' 차마 싫다는 말은 못 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긴 채 매트를 질질 끌고 선생님 바로 옆자리,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되는 자리,  고수들만 앉은 제일 앞자리로 가게 되었다.


거울에 제일 크게 보이는 거친 나의 모습과 뒤로 보이는 수강생들의 불안한 눈빛.... 밀려오는 창피함...


결국 나는 오버 페이스로 일요일 내내 통증과 함께 침대와 합체가 되었다. 없던 허리 통증까지 생겨 앉고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허리를 부여잡고 절뚝절뚝 걸으며 이러다가 허리 디스크 오는 거 아닌가 싶은 만 다행히 하루 자고 나니 괜찮아졌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 손에 들게 된 책이 "아무튼 반려병"이었다. 건강하던 저자가 야근 많은 광고기획사, 폭음이 일상인 대기업 홍보팀을 견디며 건강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팠다.


매일 14시간 근무로 얻은  극심한 허리 디스크로 퇴사를 결심할 때 그 순간에도 자신이 심적으로 나약해서 퇴사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자책했다는 글을 읽고 생각에 잠겼다.


나를 돌본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나를 가장 위해야 할 내가 나를 채찍질하고 어쩌면 학대까지도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특히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먹고살기 힘든 시국에는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자기 돌봄도 양심의 가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약간 느슨하게 행복하게 살면 루저가 되고 인생이 실패하는 건가? 당연히 아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고 이것은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어느 명퇴하신 선생님 이야기도 떠올랐다.  명퇴하고 5년 동안 전 세계를 신나게 돌아다녔다고 하셨다. 본인은 자녀, 부모, 돈 등 무엇 하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없다면서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정말 좋은 팔자라고 하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5년 가까이 되면서 모든 것이 시들해지셨다고 한다. 선생님 본인도 왜 걱정거리도 없는데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알 수 없다며 괴로워하셨다. 가장 가슴 아팠던 말은 '나에게 남아도는 시간들은 지금 너무나 치열하게 사는 젊은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라는 말이었다.


가능하면 제발 떨쳐내고고 싶은 걱정이나  힘듦도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일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너무 일상이 치열해도, 일상이 한가해도, 걱정거리가 있어도, 걱정거리가 없어도... 문제가 생긴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도 모르겠다. 그걸 알면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읽겠나....?


누워서 '아무튼 반려병'을 읽으면서 그래도 나는 저자처럼 아프지 않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남의 불행을 보고 나는 그렇지 않음에 안도하는 얄팍함을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뭘 해도 문제가 되는 인생~ 나의 마음에 있는 문제도 너무 탓하지 말고 너무 화내지 말고 끌어않고 잘 살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나보다. 오늘도 소소한 일상을 즐기도록 노력해 보자~ 나에게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사소한 추억을 모아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