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쇼파를 보내며

집착녀의 일상

by 라온써니

내년 1월에 이사하는 김에 소파를 새로 사려고 알아보고 있다. 지금 쇼파는 거의 10년 되었다. 얼마나 허름 한지 우리 집에 손님이 별로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2년 전 아파트를 새로 분양받으면서 이사를 했는 데 친정엄마가 오셔서 쇼파를 보시고는


"야~ 새집에 이사 오면서 쇼파도 안바꾸냐?"


"2년 후에 또 이사갈꺼라 그때 살려고"


"어휴~ 도저히 눈뜨고 못보겠다"


힐끔 보니 심하긴하다. 쇼파 한쪽이 푹 꺼졌고, 앞면에 가죽이 벗겨졌는 데, 가리기 위해 검은 매직으로 칠해놨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바래서 흉측하다.


나는 익숙해서 그런지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못느끼겠다. 그동안 쇼파에 살을 부비며 정이 들었나보다.


딸이 어렸을 때 팔꿈치를 쇼파 팔걸이에 걸치고 죽기살기로 매달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땀을 뻘뻘흘리며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매달렸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키가 커서 발이 바닥에 닿아서 못 매달릴때까지 열심히도 매달렸다.


주말에 쇼파 구경을 했는 데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다. 앉아보니 폭신하며 안락하다. 발을 뻗을 수 있도록 오토만도 사야겠다. 푹신한 소파에 다리를 쭈욱 뻗으며 재미있는 책을 읽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아이쇼핑을 마치고 집에 와서 오래된 쇼파에 앉았는 데, 쇼파를 보자마자 마음이 찡~ 했다. 정든 저것을 어떻게 버리나 한숨이 나온다.


쿠션이 꺼져 엉덩이가 아파도 고통도 익숙해 지면 받아들여지는 것일까?

그럼, 익숙해지는 마음을 경계해야 하는 것일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걸까?

오래된 쇼파도 놓지 못하고 있는 나는 집착녀인가?

세상엔 영원한 것은 없다는 데... ...


정든 것을 쉽게 놓지 못하는 집착녀인 나는 세상 살기가 쉽지 않다. 지금 다니는 도서관 사람들에게도 정이 너무 많이 들어버렸다.힘든 사람을 많이 겪어서 지금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알고 있다.


다음 주에 인사발령있는 데...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며, 쇼파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글과 함께 기록으로 남기고 마음 속에 간직해야겠다.


쇼파야 안녕~ 나의 30대여 안녕~~~


푹꺼진 쇼파, 벗겨진 부분을 검은색으로 칠했는 데 그것조차 바랬음.
친정엄마가 내다버리라고 흥분했던 쇼파, 저 팔걸이에 딸이 자그마한 몸을 매일 매달렸는 데... ...
딸이 어렸을 때 했던 낙서... 소파에 낙서 하지 말라고 혼냈던 기억이 가물가물, 웃고 있는 하트 귀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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