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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May 30. 2024

불안을 친구로 삼아야 하나

나는 욕심쟁이

왜 쓰는지 알쏭달쏭 한 매일 이어지는 횡설수설 일기의 효능을 드디어 발견했다. 

어제 폭식의 자아비판 일기 후 저녁에 야식을 안 먹은 것이다.  


마음속으로 다짐 한 것과 그것을 끄집어 내어 글로 쓰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 같다. 

그럼 여기다가 내가 고쳐야 할 것들의 자기고백을 줄줄이 이어가야 하나...


나에게 주어진 행운들에 익숙해 지려는 반동을 거슬러 스쳐 지나가기 쉬운 소소한 즐거움을 끄집어내는 수단,

즉 글쓰기의 효능은 일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가장 컸는데... 


내 주변에 아름다운 것들이 즐비하고,  소중한 순간들이 슝슝 스쳐 지나가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으나 그것을 캐치하고 음미하고 글로까지 표현하는 재주는 없는 것 같다.


오늘의 자아비판을 하자면, 일상의 아름다움을 못보는 가장 큰 방해요소는 재주가 아니라 나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조급함과 불안감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거기에 파묻혀 정신을 못 차리고,  별 탈 없는 날에도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다.


그런 성격으로 직장 다니면서 책도 냈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있는 것처럼 확실히 그늘도 있다. 

생활 전반에 깔려있는 조급함과 걱정이랄까...

이렇게 살기 싫은데.....


업무에 대한 걱정도 많아서 뭐든 미리 해놔야 마음이 편하다.

부정적 결말에 대한 걱정으로 안전장치도 많이 하는 편이다. 

아이 어릴 때 독박 육아로 근무시간에 모든 일을 해내야겠다는 칼퇴 압박에 시달렸는데, 지금은 여차하면 야근하면 그만인데 왜 이리 조급한지 모르겠다.


집에서 쉴 때도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다. 충분히 쉴 시간이 있어도 빈둥빈둥 놀면 불안하다. 

눈꺼풀이 내려앉더라도 하다못해 소설책이라도 봐야 한다.


생활의 속도를 늦추어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길 텐데....


예전에 아는 사람이 불안증세로 정신과에 다녀왔는데 약을 먹으니 마음이 편해져서 해야 할 일 조차 하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불안'은 불편하여 없애버리고 싶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감정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내가 너무 떨쳐내고 싶어 하는 불안과 조급증 덕분에 회사일도 하고, 이렇게 글도 쓰고,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것일까?  

내가 때로는 버거워하지만 사실은 너무나 소중하여 깨질까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나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일까? 

희로애락은 띄어낼 수 없는 것인데 불편한 것은 무조건 버리고 싶은 어리석음으로 인해  행복에 대한 나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일까?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를 끌어 안듯 나도 불안을 담담히 받아들어야 하나?

받아들이기 싫 은 데.... 뭐 다른 방법 없나?


최근 본 '회사밥맛'이란 책에서 저자는 회사다니면서 책을 내는 과정이 너무 즐겁지만  그많큼 많이 힘들다고 한다. 어쩌면 나의 불안은 나의 욕심에서 나오는 지도 모르겠다...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나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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