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마리의 누구나의 일생
평온한 그러나 약간은 지루한 듯한 하루하루가 가고 있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자기 방 책상은 책 더미로 묻어두고 굳이 거실 식탁에서 공부를 했던 딸의 흔적을 치운다. 아이 아침도시락(바나나, 물 등)을 싸주고, 아이를 깨운다.
아이 아침 등교하는 것을 챙겨주고 아이를 보낸 후 아침을 먹는다. 출근 준비를 하고 7시 50분경 나온다.
자전거를 타고 8시 ~ 8시 10분쯤 직장 도착.
일을 하고 일주일에 2~3일은 점심을 안 먹고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직장 바로 앞에 있는 요가원을 간다.
시간 제약 때문에 한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마지막 누워서 쉬는 자세 (사바아사나) 시작하기 전에 눈치를 보면서 헐레벌떡 나온다.
점심을 안 먹는 대신 바나나, 단백질 쉐이크, 견과류, 요거트 등을 일하면서 틈틈이 먹는다.
저녁을 일찍 먹고 밤에 간식도 자제하니 체중이 2.5킬로 줄었다. 앗싸!
직장과 집이 근접하여 쉬는 날에도 출근할 때도 요가원을 갈 수 있어서 좋다.
나의 성격상으로는 에어로빅이나 댄스 쪽을 하고 싶으나 지리적 근접성과 시간적 편리성 때문에 요가를 선택했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아침부터 밤까지 월~일요일까지 수업이 있고 2주 전 예약하고 당일 2시간 전에만 취소하면 된다. 나처럼 직장 다니랴 아이 챙기랴 공사가 다망한 사람이 내 시간에 맞추어 다니기 좋은 시스템이다.
사무실에서 일로 인한 근심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요가원에 도착한 후 한 시간 운동을 하고 나면 정신이 개운해지는 효과가 있다.
점심에 직장 동료들과 직장이야기하면 업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밥을 포기하고 요가를 하면 리프레시 효과가 있다. 운동을 했다는 뿌듯함은 덤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운동하는 동안은 즐기는 시간이라기 보다 한숨이 난무한 끙끙대며 견디는 괴로운 시간에 가깝다.
퇴근 후 자잘한 집안일을 하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방전 상태인 시체 모드에 돌입한다.
늦게 자는 아이 때문에 5~6시간밖에 못 자서 더 피곤하다.
어제도 8시부터 10시까지 자니 아이가 왜 이렇게 많이 자냐며 투덜댔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생활의 즐거움이 무엇이 있을까 눈을 부릅뜨고 탐구해서 지루함에서 출발하여 무기력으로 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가장 큰 즐거움은 아이 얼굴 보는 거다. 자식 얼굴 보는 게 이렇게 큰 행복일 줄이야. 본인은 별생각 없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다 재롱이다.
잔챙이 행복은 아침에 자전거 타는 것(대중교통에 시달리지 않는 것), 요가, 책 보기, 글쓰기, 거실 소파에서 널브러져 있기, 맛있는 거 먹기 (요즘 너무 클린 하게 먹었더니 곱창 당기네), 저녁에 집 앞 공원 산책하기(이것은 주말에나 가끔), 넷플릭스(금쪽 상담소), 유튜브(무엇이든 물어 보살, 위라클, 그리고 잡다한 것) 등이다.
어제는 10시에 겨우 일어나서 딸의 야식 쌀국수를 끓여준 후 마스다 마리의 누구나의 일생(오늘이 소중한 이야기)를 조금 읽었다.
주인공이 알바하고 집에 와서 만화를 그리는 일상이 장마다 무한 반복으로 나왔다.
반복되는 일상 루틴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대화와 감정 변화를 재치 있게 만화로 표현했다.
주인공이 빵집에 출근하여 오는 손님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느낀 점, 집에 가면 매일 같은 자세로 책을 보시는 아버지와의 같은 듯 다른 듯한 대화, 저녁마다 만화를 그리는 주인공과 만화의 속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지는 데 위트 있는 표현력과 소소한 통찰력이 일품이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이야기로도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있구나 싶었다. 이 책의 부재가 '오늘이 소중한 이야기'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많은 견디는 시간과 약간의 즐거움 속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공감을 주고 그것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책이었다.
요즘 자전거 때문에 바지만 입었는데 여름 원피스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어제와 오늘 치마 입고 자전거 타기에 도전했다.
치마를 어떻게 고정해야 할지 검색을 하면서 동전 넣고 고무줄 넣기가 가장 적합해 보였다.
어제는 폭이 넓고 발목 기장의 치마라 동전 대신 테이프 넣고 고무줄로 묶었더니 좋았다.
오늘은 폭이 넓지 않은 무릎을 조금 덮는 치마를 입었는데 아침에 테이프 넣고 고무줄로 묶기에는 치마 길이가 여유가 없어서 올리브 영에서 산 뿌리 볼륨 집게를 찝어보았는데 너무 좋은 거다.
미용실에서 나이 들면 뿌리 볼륨이 생명이라면서 꼭 살려서 다니는 조언 때문에 충동구매 후 한두 번 쓰고 방치했던 집게가 이런 쓸모를 가질 줄이야.
집게를 꼽고 자전거를 타는데 페달을 밟으니 치마가 올라가서 짧은 반바지처럼 허벅지가 너무 많이 보이는 거다. 물론 집게의 역할로 바지처럼 가려질 건 다 가렸으나 보색을 이루는 큰 집게와 엉성한 치마 모양이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아침 자전거 출근도 치마도 포기하지 못한 나는 결국 하체는 포기한 채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는 쪽을 택했다.
이런 것도 만화로 그리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살면서 소소한 에피소드 등을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글로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 지루해 보이는 일상도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