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유튜브를 켰는데 알고리즘에 션과 정혜영이 나왔다.
션은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죽을 수 있다며 부부 싸움을 하고 화해를 못한 채 죽는다면 얼마나 괴롭겠냐며 정혜영과의 부부애를 드러냈다.
나도 정신없이 살다가 40대가 되었고 이제는 40대 후반이 되다 보니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게 된다.
남은 시간이 소중하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지금까지는 실천을 못했으니 앞으로라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주변 여건이 안정되어 있음에 감사하다.
욕심만 버린다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음 주부터 아이가 시험 기간이다.
아이는 학군지 한복판 고등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목동에 이사 와서 학원 이야기 몇 개 쓴 게 있는데 며칠 전에도 브런치 글 조회 수가 6,000 넘었다는 알람이 오고, 블로그에도 간간이 관련 질문이 올라온다.
학원은 아이가 가고 싶은 데를 보내고, 수강료 결제만 열심히 해주는 스타일이고,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어 내가 가진 스페셜한 정보랄 것은 없다.
나도 아이 고1 마칠 즘에 전문가에게 진학 컨설팅을 받아보려고 생각 중이다.
미리 경험한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쓸 수는 있겠지만 아이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쓰고 있지 않다.
나는 아이 정서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일 전신 마사지를 해주고, 아이가 집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아이가 집에 있는 날은 외출을 하지 않는다.
다음 주는 아이 시험기간이라 휴가를 미리 당겨 4일 내리쉰다.
그렇지 않아도 학군지 이미지 때문에 열혈엄마라는 오해를 사는데 아이 시험 기간이라고 장기 휴가를 내면 이미지는 더욱 굳어질 듯하다.
시험 마칠 때마다 틀린 문제로 멘탈이 흔들리고 점심이나 간식 문제 등 중간고사 때는 휴가를 못 냈지만 정서적 서포트의 필요성을 느꼈다. 아이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아이에게 초점이 맞추어지다 보니 나의 동선은 수험생처럼 단순하다.
하지만 아이 얼굴 보는 것이 기쁨이기도 하고 밀착 엄마 노릇도 몇 년 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아이를 첫 번째로 두고, 직장일 등 해야 할 일을 하고 남은 시간에 운동과 글쓰기, 책 읽기 등 나를 위한 어떤 것을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고, 파란 하늘의 구름을 보고, 나무들을 보며 날씨의 변화에 감동하고 싶으나 큰 감흥은 오지 않는다.
좋기는 하나 영혼 없는 좋음이라고나 할까?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라고 하는 데 나의 세포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나에겐 그 정도의 세심한 감정선이 없는 듯하다.
공원 혼자 걸어 다니기, 좋아하는 사람 만나기, 맛있는 거 먹기, 빈둥거리기는 좋다.
집 근처에 널린 맛집이나 카페 투어에 관심을 가지면 일상이 다채로워질 것 같은데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다.
명품 가방이나 액세서리 등 물욕도 없는 편이다.
운동과, 글쓰기, 책 읽기는 재미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남는 장사라는 생각에 열심히 하게 된다.
어쩌면 효용성의 틀에 갇힌 것인지는 모르겠다.
무엇이 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건강한 신체와 미치지 않는 정신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정서적 자원은 없으나 남들의 기준에서 좋음이 아니라 내 기준에서의 쓸모를 추구하려는 태도가 있음이 다행스럽다.
션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나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지금 생활이 즐거울 때도 힘들 때도 있지만 내가 선택한 인생이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
덕분에 반복되는 쳇바퀴 일상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