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쓰려는 마음을 버리면서

출간일기 6

by 라온써니


도서관 신착 도서를 구경하다가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가 눈에 들어왔다.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한 법 챕터가 있기에 눈에 불을 켜고 보았다. 에세이의 핵심은 솔직하게 써야 한다고 한다. 즉 개성이 묻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억지로 눈에 띄는 개성이 아니라 솔직하게 쓰다 보면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자연스럽게 작가의 개성이 스민다는 거다.


그는 글쓰기를 서커스의 기예와 비교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특별한 비법은 없다면서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작법서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자전거를 배우는 것처럼 자꾸 넘어지면서 스스로 터득하는 길밖에 없다고 한다. 즉 이상하고 부족한 글을 많이 쓰고 또 쓰다 보면 나만의 비법을 터득하게 된다고 한다.


독서 동아리에서 알게 된 출판사 직원이 나의 책 출간 계약 소식을 듣고 최대한 개성이 드러나게 쓰라고 조언해 주었다. 내가 엉뚱 발랄한 면이 있다면서 그걸 최대한 살린다면 재미있는 글이 될 거라고 조언해 주었다. 다른 분은 나랑 대화 나누는 게 즐거웠다면서 책도 재미있게 나올 거라고 응원해 주었다. 이런 말들을 들으며 어쩌면 내가 약간 4차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생긴 대로 살아야지. ㅠ


책쓰기가 힘들어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책은 눈물로 쓰는 거라는 말을 들었다. 원래 힘든 거란다.위로가 되었다. 글로 고민하며 눈물을 바가지로 흘려야 하고 직업에 대해 쓴다면 직장 때문에 흘린 눈물 덕에 책이 나오는 거라고 했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도 안되었기 때문에 글을 위해 눈물을 흘릴 만큼 노력한 적이 없다. 자전거를 타고 넘어지기는커녕 시작도 안 한 채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놀고 있었다고나 할까? 글을 잘 쓰기 위한 연습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더 많이 넘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운 좋게 출간 제의가 왔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운도 있지만 18년 동안 도서관 사서라는 한 우물을 파면서 흘린 눈물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글을 잘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떨쳐버리고(어차피 안될 거니까) 나의 도서관 생활을 되짚어 보면서 최대한 생생히 솔직하게 써보는 것에 중점을 두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뛰어난 인물도 성숙한 인간도 아니니, 삶에 대한 통찰과 교훈은 담을 수 없다. 단지 왜 그런지 모르겠으면 ‘모르겠다’로 속상하다면 ‘속상하다’라고 솔직히 써보려 한다.


나는 삶의 여러 요소 중에 즐거움을 가장 추구하며 살고 있다. 사랑하는 삶, 행복한 삶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겠다. 그나마 즐거운 삶이 내가 추구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인 듯하다. 즐거운 삶의 초상이란 게 매일 웃음이 나고 춤이 절로 나오는 그런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찡그리고 있는 표정과 더 가깝달까. 이를테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표정 같은 거다. 어떤 생각을 하고 그것을 글로 적으며 또다시 생각하고, 생각이 막히면 친구랑 대화를 나누며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쓴다. 이 글의 제목을 생각하고 삽화는 어떻게 그릴까 고민한다. 그렇게 온전히 한 페이지를 만들고 난 기분은 ‘즐겁다’


생각하는 것이 즐겁고, 그것을 말하는 것이, 노래하는 것이, 그리고 쓰는 것이 즐겁다. 그것이 고될 때 ‘아휴 죽고 싶다’는 거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죽는 게 좋겠다’ ‘살아서 뭐 하나’하는 뜻은 아니었다. 최근엔 습관으로라도 그런 말을 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나는 살고 싶다. 38-39p.

대체 뭐 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이랑


이랑작가는 삶의 즐거움이 웃는 모습이 아닌 찡그리고 있는 표정과 더 가깝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왜 이리 공감이 가는 것일까? 지금 내가 책을 쓰는 것도 그 자체로는 행복하지만 글감을 쥐어짜고 쓰고 퇴고하는 게 너무 고되고 힘들다.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도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쓰는 것은 전체적으로 좋다. 아니 글 쓰는 게 행복하다. 인상을 쓰지만 행복하다는 감정에 가깝다는 게 이런 것일까?


김이나 작가는 보통의 언어들에서 인간은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동시에, 그 안정이 오면 회의감을 느낀다고 했다. 행복이란 막 까먹는 스낵처럼 굉장히 사소한 것이라 했다.


행복이 뭘까? 글을 써보고자 머리털 잡아 뜯으며 고민하는 거? 아니면 맛있는 과자를 아작아작 씹어먹는 거?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충 그런 거라고 믿고 싶다. 아니 믿어야겠다. 안 그러면 행복이라는 단어가 너무 멀게 느껴져 슬퍼질 것 같다. 이 글을 빨리 마무리하고 나를 인상 쓰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책 쓰기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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