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데리고 살기는 어려워!

by 라온써니

오늘은 쉬는 날이다. 도서관은 주말 근무 때문에 평일에 쉬는 날이 많다. 늦잠 자고 싶은데 7시에 일어나 식구들을 위해 아침을 차려야 한다. 미역국에 밥을 말아 식탁에 올려놓고 또 잔다. 9시쯤 눈이 다시 떠진다. 어제 달리기를 했더니 몸이 소곤소곤하다. 일어나기가 싫다.


눈뜨자마자 손이 스마트폰으로 간다. 딸에게 스마트폰 많이 한다고 잔소리할 게 아니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본다. 새벽에 독서로 정신 수양을 하시는 분, 힘든 직장 생활 속에서 책 출간의 꿈을 키우시는 분의 글을 읽으니 삶의 의지가 불타오른다. 오호라 ‘5분 독서노트 쓰는 법’도 있네! 나도 시도해봐야겠다.


시들시들한 정신과 육체에 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느낌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나를 위해 또 미역국을 데운다. 왜 사람은 먹어야 할까? 달랑 미역국에 김치뿐인 아침상이지만 나를 두 번이나 일어나게 만든 미역국을 보니 짜증이 난다.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다운된다. 요 며칠 조증처럼 기분이 헬렐레~ 했는데 그 여파인가 보다. 플러스가 있으면 마이너스가 생긴다는 인생사를 그리 겪었는데도 기분이 다운될 때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겠다.


흠.. 나에겐 ‘커피’라는 비밀무기가 있지. 미역국을 먹고 바로 커피를 들이킨다.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켠다. ‘재즈음악’을 잔잔히 깔아 놓고 글을 쓴다. 드디어 카페인이 내 혈관을 점령했다. 잠깐이지만 기분이 좋다. 무슨 소리인지 모를 글을 써놓고 ‘오늘 글쓰기는 그만!’이라고 외치며 바닥에 눕는다.


햇빛이 부족하면 우울해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햇볕을 가까이 쬘 수 있도록 거실 창가 쪽에 눕는다. 광합성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이리저리 굴려본다. 온갖 잡생각이 몰려온다.


어제는 왜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내던지고 ‘달리기’를 하러 갔을까? 운동을 안 하려고 버티고 버티었지만 나약한 몸이 주인을 원망해서 어쩔 수 없었나? 그런데 달리다가 흘러내린 눈물의 정체는 뭐지?


나의 정신 상태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본다. 달리기를 하며 깊숙이 눌러놓았던 마음의 무언가가 올라왔는데 울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졌다. 나란 인간은 몸을 힘들어야 정신이 맑아지나 보다.


요즘 나는 글쓰기와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왜 열심히 하는지는 모른다. 아마도 미치지 않으려는 몸부림 같기도 하고...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기 위해 글쓰기 안으로 도망가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나는 정신이 불안정하므로 글을 쓰면서 자꾸 정돈해야 한다.


어느 책에서 ‘인생을 산다는 것은 자동차 운전과 같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직진처럼 단순한 주행을 할 때도 손에 힘을 꽉~주고 핸들을 잡아야 한다. 핸들을 놓는 순간 길을 잃어버린다. 성장하는 삶이 아닌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끊임없는 애씀이 필요하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 가만히 두면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고인 물이 썩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광합성을 위해 다시 한번 몸을 데굴데굴 굴리며 생각한다. “꼭 그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나?” 살기 위해 애쓰는 나를 보면 기특하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하다. 그 애씀이 나를 그나마 괜찮은 사람이라는 마음을 갖게 하니 힘들어도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나 데리고 살기 쉽지 않구나! 먹여줘야 하고, 운동시켜야 하고, 정신 줄 놓지 않게 독서, 글쓰기, 여행도 시켜야 하고. 쳇, 왜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거야!!


남은 미역국 위에 떠있는 소고기를 보며 고기를 좋아하고 일회용품을 줄이지 못하는 나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손이 많이 가면서 지구까지 오염시키는 이기적인 인간을 위해 도대체 얼마만큼이나 애써야 할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나를 사랑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수많은 책에서 말한다. 나에게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다. 나를 사랑해야 타인을 그리고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겐 어려운 숙제다.


어쨌든 몸부림을 쳐봐야 한다. 핸들을 놓아버릴 순 없잖아? 갑자기 눈물이 흘러도 주저앉고 싶어도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자. 읽고, 쓰고, 달리고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보자.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 때까지, 나와 함께 할 때가 가장 편안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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