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30년 전으로 돌아가 과거의 나와 만나는 이야기이다. 수현은 의료봉사활동 중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하고 과거로 갈 수 있는 알약을 얻게 된다. 하필 30년 전으로 돌아간 이유는 사랑했던 연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아는 여성 최초 동물조련사로 돌고래를 구하려다 사고로 죽는다. 미래의 수현은 과거의 수현을 만나 연아의 죽음을 알려준다. 과거 수현이 연아를 구하려고 하자 미래 수현은 연아와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연아와 헤어지지 않으면 현재 딸‘수아’가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현은 연아가 죽은 후 다른 여자와 딸 수아를 얻게 된다. 수아 엄마는 미국으로 가고 수현은 홀로 딸을 키운다. 과거 수현은 연아와 결혼하여 아이를 가질 수 있지 않냐고 했지만 미래의 수현은 지금 딸 ‘수아’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젊은 수현은 어쩔 수 없이 연아를 살린 후 이별을 통보한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영문도 모른 채 버림받은 연아는 아픔을 간직하며 홀로 살아간다. 과거의 수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미래의 수현을 이해하게 된다. 수현은 죽을 때 일기장을 남기고, 연아는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수현이 딸이 어렸을 때부터 독립할 때까지 같이 한 추억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떠올리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5살 어린이집 첫 재롱잔치 때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벅차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 1학년 때 교문 앞의 나를 보고 저 멀리에서 ‘엄마~’ 하며 두 팔을 벌려 달려올 때 환희도 생생하다. 아기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초등 6학년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딸이 독립할 날도 금방 올 것 같은 두려움에 하루하루가 아쉽다. 혼자 수아를 키운 수현이 연아와 헤어지게 되더라도 꼭 수아여야 한다는 고집이 가슴 시리게 이해가 되었다.
그 사람과 가장 행복했던 때를 생각해, 그것만 가지고도 살아가진다.
아빠의지병을 눈치챈 수아가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보게 되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을 때 수현의 대답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받아들이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원망하는 연아에게 변명도 못한 체 그리움을 품고 그 모진 시간을 어떻게 견디어 왔을까? 담담히 이야기하는 수현의 모습이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꼭 해피엔딩 이어야 하나? 중요한 것은 이야기 자체인데.
미래의 수현이 과거의 수현에게 인생이 꼭 해피엔딩일 필요는 없다고 한다. 힘겨운 나날을 보낸 수현이 인생 전체를 긍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진 세월을 견디어왔지만 빛나는 순간이 있고 완벽하지 않은 현재일지라도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나도 내가 견디어야 할 압력이 있고, 또한 나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섞여 있는 완벽하지 않은 인생이지만 우리가 살아있고 살아간다는 거 자체가 이미 온전한 완벽일지도 모른다.
산다는 건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그 무엇일까? 짧기만 한 인생에서 내가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추억일까? 아님 인생 전체를 긍정할 수 있는 용기? 모르겠다. 영화 보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눈물의 의미가 뭔지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