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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May 19. 2021

하늘마저 원망한 영웅, 항우

백전일패에 좌절하여 자결하다

영웅의 모든 면모를 갖춘 항우


유방은 백수건달로 전혀 영웅적인 면모를 갖추지 못했지만 항우는 그야말로 영웅이 되기 위한 모든 자격을 갖춘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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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는 180cm가 넘는 큰 체격이었으며 외모도 훌륭했다. 그는 초나라 귀족 출신이었고 진나라에 끝까지 저항한 초나라 명장 항연의 후손이었다. 70번이 넘는 전투에서 마지막을 제외한 모든 전투에서 패배한 적이 없는, 괴력으로 적진을 과감히 돌파하는 용장이었다. 팽성 전투에서는 60만 명의 한나라 군을 단 3만의 초나라 군으로 격파하는 경이로움도 보여준다. 유방은 항우를 만나면 언제나 도망가기에 바빴다. 항우는 그야말로 영웅스러운 영웅이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략에서 지다


항우는 용맹했지만 전략적 사고 능력이 부족했다. 범증과 같은 책사의 전략적 제언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홍문연에서 유방을 죽이지 못했고, 당시 중원의 중심인 관중, 진나라의 수도 함양을 차지하고도 아방궁만 불태우고는 그냥 초나라로 돌아가버리는 악수를 둔다. 주변이 강과 산으로 막혀있고 함곡관만 지나면 바로 중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관중의 전략적 가치를 몰랐던 까닭이다. 관중에 도읍을 정하기를 강력히 간언하는 한생을 항우는 솥에 넣어 삶아 죽였다. 항우에게는 관중의 전략적 가치보다, 다시 초나라로 돌아가 고향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금의환향錦衣還鄕이 더 중요했다.


유방의 한신은 파촉에서 한중 땅을 건너 관중을 공략했다. 전략적 요충지인 관중을 빼앗겨버리고도 항우는 이를 되찾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장량의 계책에 빠져 관중 회복보다도 제나라 반란 평정에 우선 집중한다. 급기야 항우의 초나라 수도인 팽성 마저 빼앗기게 되자 항우는 그제야 회군하여 팽창으로 돌아온다. 항우다운 놀라운 전투력으로 다시 팽성을 되찾는다. 유방은 관중을 거머쥔 후 한신을 북쪽으로 보내 위, 조, 연, 제나라를 차례로 격파하게 한다. 항우의 군대는 서쪽의 유방, 북쪽의 제나라 그리고 한신의 군대로 의해 분산된다. 항우는 수많은 전투에서는 이기고도 전략적으로 지고 있었다.




인재와 민심이 그를 떠나다


유방은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결정적으로 포용과 경청의 능력이 있었다. 반면 항우는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자신만을 믿고 남을 믿지 못하는 결정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항우는 의외로 인간적인 면이 많았다고 한다. 병사들과 잘 어울리는 소탈한 면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결정에 있어 책사의 말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더 믿었다. 그는 포상에 인색했고, 중요한 일을 남에게 맡기지 못했다. 항우가 여기저기 전쟁을 하러 떠나면서 남은 장수에게 내린 명령은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였다. 유방이 능력 있는 신하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말이 맞다 싶으로 "그대로 하라" 판단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장량은 원래 항우의 숙부인 항백과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장량은 한汉나라든(유방), 초나라든(항우) 자신의 조국인 한韩나라만 다시 세울 수 있다면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장량을 한번 만난 유방은 그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의 식견을 인정해주었던 반면, 항우는 장량의 모든 것이었던 한왕韩王을 살해하여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그후 장량의 삶의 목적은 한황을 보좌하여 한韩나라 재건하는 것에서 유방을 보조하여 한汉나라 건국하는 것으로 바뀐다. 이를 두고 명나라 이지는 "한나라를 위해 훌륭한 책사 한 사람을 내쫖았으니 얼마라 멍청한가?"라고 평가했다.


초나라의 훌륭한 책사 범증은 유방의 반간계에 의해 어이없이 항우에게 팽을 당하게 된다. 그 반간계라는 것이 너무도 간단하다. 항우의 사신이 한나라 진영으로 왔는데 유방은 훌륭한 음식을 준비했다가 막상 사신이 오자 "범증의 사신이 아닌 항우의 사신이군"라며 진수성찬을 거두고 형편없는 식사를 대접했다. 이를 들은 항우는 범증을 의심하여 모든 권한을 빼앗았고 범증은 배신감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죽고 만다. 천하를 통일한 후 유방이 스스로 자신이 성공한 비결을 "나는 장량, 소하, 한신과 같은 인걸을 활용할 줄 알았으나, 항우는 범증 하나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항우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자신이 직접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두뇌가 되는 책사들은 항우를 떠났고 영포, 팽월과 같은 제후들도 그에게서 돌아섰다. 게다가 항우는 항복한 진나라 군인 20만명의 학살했고, 진나라 마지막 황제 자영 및 친족을 살해했다. 스스로 옹립한 초나라 의제도 부하를 시켜 살해하여 유방에게 전쟁의 명분을 준다. 점령지마다 포용적인 정책을 펴 백성의 마음을 얻어가는 유방과 차이가 컸다. 시간이 갈수록 인재와 민심은 항우를 떠나고 있었다.   



하늘마저 원망한 항우


항우는 70여 번의 전투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았지만 전황은 항우와 초나라에게 불리해져 갔다. 시스템과 영웅과의 싸움에서 시스템이 승리해가고 있었다. 한나라는 병참과 보급(소하), 전략(장량), 군사(한신) 최적의 조합으로 초나라를 공략했던 반면, 모든 것을 항우 한 사람에 의존하는 초나라는 갈수록 힘을 잃어 가고 있었다. 


유방은 전투에서 계속 졌지만 파촉(지금의 사천지방)과 관중 지방에서 물적, 인적 보급은 끊이지 않았다. 반면 항우 군대는 계속 승리했지만 소모된 자원을 보충할 수 없었다. 전쟁의 신 한신이 북쪽 지방 평정을 마치고 드디어 유방과 합세하자 더 이상 항우의 군대는 버틸 수가 없었다. 해하전투에서 크게 패배한 후 항우는 한나라 군사에게 포위되고 만다. 적막한 항우 진영에 한나라 진영으로부터 초나라 노래가 흘러나왔다. 바로 사면초가이다.


항우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싸우는데  전황은 내게 불리해져만 가는가.   주변에는 나만큼 뛰어난 사람이 없을까.   주변에는 믿을 만한 사람이 없을까. 그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했고, 남의 의견을 들을지 몰랐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부족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나라의 포위망을 결사적으로 뚫은 항우는 고향으로 돌아가 재기를 노려볼 만도 했지만 고향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다는 말을 하고는 마지막까지 싸우다가 결국 끝이 보이자 자결을 하고 만다.


주변 사람을 원망해왔던 항우는 마지막에는 하늘마저 원망한다.


我从起兵到现在已经八年,经七十余战,抵挡我的人都被我攻破,我打击的人都表示臣服,未尝败北,遂称霸天下,现在困于此,不是我不会打仗,而是天要亡我!

기병한 지 벌써 8년이 되었고 70여 번의 전투에서 나의 공격을 막아낸 자가 없다. 내가 공격한 사람은 모두 패배했고 나는 천하를 제패했다. 지금 내가 이런 곤경에 처한 것은 내가 전쟁을 못해서가 아니고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 하기 때문이다!


영웅은 끝까지 자신의 부족함을 알지 못했다. 영웅의 끝은 이토록 허망했다.


그의 나이 서른 하나였다.

 



참조링크

 : 项羽 (西楚霸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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