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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Dec 11. 2021

D-6 송별 모임

석별의 정

간다니 모임이 많다.


회사 동료, 친구, 가족들이 출국 전 한 번씩 보자고 연락을 한다.

내 인생을 중간 점검하는 기분이다.


회사 동료 > 친구


40대 초반 남자 직장인의 인간관계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생활이 직장과 가정 중심으로 단순해질수록 인간관계도 같이 단순해진다. 출국 전 만나는 사람 중 2/3는 회사 동료이다. 오랜 친구들이 생각나지만 갑자기 불러내 만나자 하기 미안하다. 다들 이미 회사 일에, 육아에 바쁘게 살고 있다.


회사 동료들은 주로 점심에 만난다. 후배들은 저녁 모임을 부담스러워한다. 저녁 시간은 자기 계발이나 육아나 아이 숙제 도움 등 자신이나 가족을 위한 시간이다. 50대 선배들은 저녁에 고기를 굽고 소주를 기울여야 제대로 송별을 해주었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이 이질적인 두 세대 사이 낀 세대이다. 


방식이야 어쨌든 각자의 방식으로 석별의 정을 나눈다. 주재원은 한번 나가면 보통 4년이다. 작별 인사를 하지만 영영 이별은 아니다. 대기업은 순환보직이 많다. 모두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된다. 


많이 하는 말


“건강해라”


타지로 나간다니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몸 건강해라다. 나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인사를 한다. 30대까지는 멋진 도전을 해봐라, 나중에 재미있는 경험담 많이 이야기해달라는 요구가 많았지만 이젠 몸 하나 잘 건사하라는 인사가 더 많다. 성숙한 사십 대, 이제 유지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그다음 어디로 가는지, 가족은 같이 가는지, 아이 교육은 어떻게 되는지 질문한다. 의외로 업무에 대한 질문이 적다. 나는 새로운 업무, 환경, 사람에 대한 기대가 많은데 의외로 이에 대해 묻지 않는다.


중국에 대한 우려


사람들은 사드 이후 높아진 반중 정서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중국은 최근 5년 사이 우리에게 ‘놀랍게 발전하는 국가’에서 ‘크지만 불편한 국가’로 변했다. 최근 한국인의 반중 감정이 반일감정을 추월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있다.


중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주재원은 현지에 도착하면 정치 관련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도록 교육받는다. 정치에는 답이 없고 불필요한 논쟁만 일으킬 수 있다. 반중 정서, 중국에 대한 정치적 논쟁은 그냥 듣고 흘려보낸다. 내가 바꿀 수 없는 대상들이다. 중국에 가게 되면 그저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봐야겠다 생각한다.


지인들과 인사를 하고 나니 이제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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