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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Dec 15. 2021

D-2 이사 준비

미련 없이 버리자

한 달 전 : 버리기 시작하다


“단서리 断舍离”


한국에서는 보통 미니멀리즘이라고 번역한다. 수년 전부터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물건 중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과감히 버리는 게 기본 컨셉이다. 중국어로 "단서리"라고 하는데 “자르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이다.


우리 집에 몇 달 전부터 단서리 바람이 불어 집 안에 있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이사를 위한 필수 작업이기도 하다. 이사를 하다 보면 수년간, 때론 수십 년간 잊고 살았던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 아까워 버리기 망설여진다. 이때 과감히 버리고 지우는 것이 바로 단서리의 정신이다. 이때까지 있었는지도 몰랐던 그 물건을 내 인생에서 다시 찾은 가능성은 낮다. 



2주 전 : 물건을 처분하다


그냥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이 있다.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냉장고, 티브이, 에어컨과 같은 가전 그리고 소파, 장롱, 식탁 같은 가구들도 그렇다. 이런 물건들은 가져갈지, 팔고갈지, 주고갈지 결정해야 한다.


가져간다면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지 우선 확인을 해야 한다. 가전의 경우 전압, 주파수가 안 맞아서 사용 못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은 전압이 220V로 우리나라와 같지만 주파수가 50Hz로 우리나라 60Hz와 다르다. 한국 전기는 1초에 60번 요동치는데 중국 전기는 1초에 50번 요동친다. 민감한 가전은 주파수가 다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해외 출국 전 사용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봐야 한다. 단, 별도 어댑터가 있는 노트북은 상관이 없다. (어댑터는 전압과 주파수를 노트북에 맞게 직류로 변환해준다) 


물건 팔기 좋은 세상이다. 자동차 중고매매 앱도 많고 당근 마켓을 통한 직거래도 가능하다. 중고차 매매 앱은 딜러가 매입 가격을 제안하는 역경매 방식이다. 당근 마켓은 거래할 수 물건의 범위 제한이 없어 보인다. 무리하게 높은 가격으로 팔려고 하지 말자. 기대치를 살짝 낮추어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서로 만족하는 딜이 최고이다.  


주고 가는 물건은 팔지 못하거나, 팔기 아까운 물건들이다. 가족에게 주고 간다면 주고 간다기보다는 잠시 맡기고 간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다. 내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 가전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상태가 안습이라 팔기도 어려운 물건은 좀 비용을 내고서라도 쓰레기 처분을 하는 수밖에 없다.  



1주 전 : 마음의 준비를 하다


한국을 떠나기 전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면 일주일 전까지 모두 만나야 한다. 마지막 한 주는 짐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남겨둬야 한다. 항공권, 여권과 비자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한국에 없는 기간 동안 우편물을 받기 위해 가족 집에 전입 신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곳에 전입 신고를 하면 지금 사는 곳에서는 자동 전출 처리가 되는 시스템이다) 주민센터에 해외체류신청서를 제출할 수도 있는데 의무는 아니다. 부동산 정리도 중요한데 집을 한국에 남겨두고 간다면 이후 전세 만기 시 어떻게 할지 믿을 수 있는 공인중개사에게 잘 이야기도 해놔야 한다.


이삿짐 회사가 집에 방문하여 이삿짐 견적을 한번 보러 온다. 중국 이삿짐에 티브이 같은 가전제품은 많은 관세가 나오기 때문에 진짜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지역에 따라 골프채에도 많은 관세가 붙는다. 관세를 (회사가 아닌)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면 그만큼의 관세를 부담할 만큼 꼭 이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관세가 얼마 정도 나오는지 미리 가늠해봐야 한다.

 


출국일 전까지


중국 입국 이틀 전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 중국은 PCR 검사와 혈청을 통한 항체 여부 검사를 둘 다 요구한다. PCR 검사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혈청 검사는 코로나나 백신 접종을 통해 몸에 항체가 생성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혈청 검사가 양성이라고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볼 수 없다. 백신 접종을 했다고 무조건 혈청 검사 양성이 나오지도 않는다. 혈청 검사는 그냥 보조적인 수단이다.   


격리를 위한 물품을 미리 사두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 지역마다 다른데 내가 가는 곳은 28일 격리가 필요하다. 말이 격리지 복도도 못 나가는 ‘감금’에 더 가깝다. 복도 포함 밖으로 나왔다가 걸리면 격리 일을 그날부터 다시 계산한다. 한 달 동안의 감금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음식(참치캔, 컵라면, 김, 고추장 등), 온도계(하루에 두 번 체온 보고해야 하는데 호텔 체온계 사용 불편), 멀티탭, 영양제, 시간 보낼 책 등이 필요하다. 한 달 동안 스스로 빨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빨래 비누, 호텔 방에서 사용할 슬리퍼를 준비해도 도움이 된다. 


중국 입국 전 이사를 해야 한다면 적어도 이틀 전 미리 관리사무소 이야기해야 한다. 전기/수도/가스요금도 정산하고, 핸드폰도 번호를 없앨지 남길지도 결정해야 한다. 한국 전화번호를 남긴다면 알뜰폰 최저 요금제를 추천한다. (한국 모바일 뱅킹 인증번호 등 문자 수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 정도면 고국을 떠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다. 

짐 정리가 되었으니 이제 몸과 마음의 준비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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