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에게서 배우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법

교양과학|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 캐스린 바워스 <와일드후드>

by 책약국

생생한 동물극장 속 ‘독립의 조건’


<와일드후드>는 날것 그대로인 야생 동물의 성장기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유년기와 성인기 사이, 즉 인간과 동물을 포함한 모든 종이 거치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가 바로 '와일드후드'다.


여기서 신기한 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이 번듯한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안전, 지위, 성, 자립이라는 4가지 핵심 기술을 청소년기에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생명을 건 모험과 홀로서기를 통해 이 4가지 기술을 모두 갖춰야, 비로소 한 개체는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의 자격을 얻게 된다.


■ 와일드후드에 습득해야 할 4가지 핵심 기술

안전: 어떻게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
지위: 어떻게 사회적 지위에 적응할 것인가.
성: 어떻게 성적 소통을 할 것인가.
자립: 어떻게 둥지를 떠나 스스로를 책임질 것인가.


책을 읽으며 때로 경이로움을 느낀 건, 그 안에 담긴 야생의 삶이 곧 인간의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생존을 목표로 직진하기에, 이 세계에서 한 존재가 살아남기 위한 삶의 방식이 정직하게 드러난다. 세상살이에 무지해 어설프기 없던 한 존재가 어떻게 노련함을 갖춘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는지 말이다.


모든 순간 생명을 담보로 베팅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은 때로 인간만큼이나 정치적이다. 흙수저 하이에나 ‘슈링크’의 경우 서열이 낮은 친엄마와의 관계를 끊고 우두머리 암컷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며 인생 역전의 드라마를 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동물 청소년들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보면, 왜 10대가 그토록 불나방 같은 행태로 부모가 뒷목을 잡게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왜 그렇게 허세를 부리고, 하지 말란 짓은 골라하고, 친구와의 우정에 목을 매는지 말이다. 10대의 반항기 어리고 무모해 보이는 행동들이 그들 나름대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고 적응하기 위한 투쟁의 일부였음을 알게 된다.


또한 '어른이(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말)'들은 반성하게 될 것이다. 나이만 '으른'이라고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으른'과 '어른이' 사이에 머무르고 있는 자신 역시 진정한 독립을 위한 모험이 필요할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와일드후드의 경험은 중요한 삶의 기술을 쌓게 하고 개체의 어른으로서의 삶을 결정한다. (…) 안전과 지위, 성적 소통, 자립의 기술은 또한 인간 경험의 핵심이자 비극과 희극 그리고 위대한 모험의 토대이기도 하다._29



난 완벽한 어른이었던 적이 없다


어른이라고 모든 일에 다 능숙할까? 늘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삶 앞에서 난 완벽한 어른이었던 적이 없다. 시시때때로 내가 어찌해야 할지 모를 일들이 찾아왔고 때로 울고 싶었다.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지금도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많다. 아니 오히려 알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늘어간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기술과 트렌드는 내가 알 수 없는 곳으로 계속해서 나아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후배로 들어오는 친구들과 공감보다 차이의 폭이 커지는 경계선에 있음을 느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좁아지는 기분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때로 당황스럽다. 어릴 적 내 상상 속의 어른은 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였다. 어떤 일에도 의연하고 적절한 답을 건네줄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사람.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왜 점점 어렵게만 느껴지는지.


정작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미숙하고 서투른 존재다. 그리고 깨닫는다. 나는 결코 완벽한 어른이 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아이처럼 자라나는 어른이 될 테다


중요하고도 확실한 사실은 다 자란 어른이 매번 새로운 ‘분산’을 시작할 때마다 와일드후드를 다시 경험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경험이 미숙한 상태로 돌아간다._379~380


퇴사 후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고자 숨 고르기를 하는 지금도, 난 패기 하나로 이 세상과 맞짱 뜨겠다고 덤빈 10대와 별 다를 바 없다. 그 안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모여 그 일을 하는지, 내가 그 안에서 자리 잡아 생존할 수 있을지 그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자립, 즉 홀로서기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결혼, 육아, 이직 등 삶의 특정 시기마다 찾아오는 큰 변화 앞에서 우리는 모두 경험이 전무한 ‘아이’로 되돌아간다.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할지라도, 그저 과감히 맞부딪치며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그간 쌓아온 눈치와 경험을 십분 발휘해 내가 극복해야 할 환경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나의 적절한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이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다지며 생존에 필요한 능력들을 다시 습득해 나갈 차례인 것이다.


새로운 영역 안에 들어간 후에는 포식자의 공격이나 착취에 취약해진다. 예전과 다른 사회구조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며 불안과 흥분에 휩싸이기도 한다. 새로운 또래를 만나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요구에 반응해야 할 수도 있다._380


결국 청소년이 와일드후드에 거치는 성장 과정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지금처럼 기술은 물론 일과 삶의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때라면 그 주기는 더욱 짧아질 수 있다. 지금에 만족하고 안주한다면 나의 세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생존을 위한 성장 외에도, 더욱 많은 어른들이 이제 갓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들처럼 배움의 기쁨을 통해 각자의 세상을 넓혀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권위는 주린이(주식), 요린이(요리) 등 어떤 분야의 초보자를 ‘O린이’로 표현하는 것은 아동에 대한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표현이 아동은 ‘미숙하고 불완전하다’는 인식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살짝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바, 나에게 'O린이'는 이제 갓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고 배움과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무궁무진한 성장의 잠재력을 품은 존재로서, 나는 오히려 더 많은 ‘O린이’들이 탄생하고 자라나길 바란다.


어른들도 언제나 새로운 길 위에서 아이 같은 설렘을 갖고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배움과 성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기에 말이다.



책처방

1. 이 책이 필요할 때
- 질풍노도의 ‘10대’를 이해하고 싶다면.
- 나이는 ‘으른’이지만, 아직 독립이 두려운 ‘어른이’라면.
- ‘동물의 삶’에서 인간에 대한 흥미진진한 통찰을 얻고 싶다면.

2. 처방문
- 빠르게 변화하며 할 일이 무궁무진한 이 세상에서 완벽한 어른은 없다. 누구나 새로운 일과 환경 앞에서는 세상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배워가야 하는 아이와 같은 존재가 된다. 변화와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세상에 맞서자. 우리는 언제라도 아이처럼 배우며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글귀들

수백 마리의 백상아리가 헤엄치는 차갑고 삭막한 죽음의 삼각지대 안으로 돌진하는 위대한 멍청이는 바로 청소년기에 접어든 해달이었다. (…) 대개 스릴을 즐기는 ‘10대’ 해달들은 죽음의 사각지대를 무사히 건너 피가 되고 살이 될 값진 경험과 새로운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부모의 보호 아래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바다 물정에 밝은 독립적인 청소년기 해달로 거듭났다._13
어떤 동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구상의 장소나 역사적 시기도 상관없다. 모든 동물이 청소년기에 마주하는 핵심적인 어려움은 동일하다. 그리고 주장하건대 이러한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이겨내는 것이 곧 성숙의 정의다._19
모든 동물이 언젠가는 부모라는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나 위험으로 가득한 세상을 홀로 극복해야 한다. 포식자에 무지한 상태로 영원히 있을 수는 없다._52
청소년들은 왜 불필요한 위험을 추구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더 안전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청소년기 동물은 생물학적으로 위험에 다가가도록 설계되어 있어 때로는 일부러 위험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래야 위험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_13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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