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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사회 Aug 31. 2021

[인터뷰]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 조지숙 운영자

독서동아리 길잡이 중 한 분이 교육대학원 시절 만난 지인을 인터뷰이로 소개하였다. 가족부터 지인, 학생들까지 다양한 이들과 함께 네이버 밴드, 오프라인 모임 등을 다채롭게 경험한 책 읽기를 너무 사랑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며 추천하였다. 아이가 방학 기간인지라 긴 시간은 빼기가 힘들다며 어렵게 시간을 쪼개 만난 조지숙 독서동아리 운영자를 마포구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만났다. 사전 질문지를 프린트한 종이 위쪽에 그동안의 자신의 9개의 독서동아리 경험을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가며 빼곡하게 적어 놓았다. 아이의 탄생과 함께 시작한 독서동아리의 경험이 매해 차근히 쌓여가고 있었다.


독서동아리의 경험에 대해 들려주세요.


2012년 가을에 아이를 출산 후 육아휴직을 했어요. 휴직 동안 육아를 하며 아무래도 사람이 만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2013년에 지인들을 모아 <마중물>이라는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시작한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이 모임은 2년 정도 진행되었어요. 또 2014년에 각자 다른 지역에 사는 친동생과 동생 친구와 함께 3명이 같은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정리와 질문을 네이버 밴드에 남기는 <리딩클럽>이라는 모임을 2년 동안 진행하며 11권의 책을 함께 읽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모임

이상하게도 세 명이서 한 번도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 없는 <리딩클럽>이 뒤돌아보니 가장 기억에 남아요. 글로만 소통하고 이야기하니까, 오히려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말은 지나가고 흩어지는데 글로 남기면 답변도 가장 충실하죠. 밴드에 남겨진 질문을 보면, 오다가다 질문을 계속 떠올리게 돼요. 어떻게 말을 할까. 어떻게 쓰지, 뭐라고 하지... 이런 생각이 계속 있으니까 단지 책 내용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닌 삶을 바꾼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책 읽기가 됐던 때였어요.



인문고전에 대한 갈증

좀 어려운 책을 읽고 싶어져서 2015년 여름에 인문고전을 읽는 모임을 시작했어요. <앙상블>이라는 모임인데 제가 아는 사람, 그리고 지인의 지인이 모여 4명이 시작했어요. 이 모임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6주년이네요. 『논어』, 『맹자』, 『사피엔스』, 『이기적 유전자』, 『서양철학사』 등 다양한 책을 읽고 있어요. 밴드에 독후 기록과 함께 질문을 미리 남기고,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 모임에서 이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시작한 후 꽤 많은 시간이 흐르니 이제는 다들 워킹맘이 되어 모두가 시간을 낼 수 있는 토요일 아침 8시에 모인답니다. 덕분에 토요일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해요.



6년이라는 시간을 꾸준히 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뭔가 비결이 있는 건가요?


우선 오프라인 만남의 중요성도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해서 책 이야기를 하지만, 온라인만이 아닌 실제 만남이라는 것이 모임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이에요.


두 번째는 독서동아리 (육아) 휴가입니다. 저도 6년을 꼬박 한 건 아니었어요. 대학원을 다니며 논문을 써야 하는 한 학기 동안은 잠시 동아리 참여를 쉬었어요. 그리고 다시 돌아왔죠. 그러다가 다른 구성원이 아이를 낳는 동안 쉬고 돌아온다거나 해요. 그럼 ‘잘 다녀와, 우리 잘하고 있을게. 다시 올 거지?’하고 남은 회원들끼리 모임을 진행하는 거에요. 전체 구성원이 4~5명이었는데, 1명이 이렇게 쉬어도 3명으로 모임은 유지될 수 있는 것 같아요. 2명이 되면 은근 어려운데, 3명이 빠지지 않고 하니 유지되었어요. 또 다른 한 명을 영입할 때도 있고요.


요즘 이 모임에서 재독(再讀)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 읽었는데 한 번만 읽기는 아쉬운 책을 투표해서 읽고 있는데 요즘 『코스모스』를 읽고 있어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코스모스』 할 당시에 없었던지라 ‘어, 좋다!’ 이러면서 읽고 있어요. 처음부터 인문고전 읽겠다고 해서 만난 사람들이라 조금 어려운 책이 결정돼도 ‘여기가 아니면 못 읽는다.’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따라가는 듯해요. 조금 어려운 책을 읽는 모임은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이들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들 독서를 위한 독서동아리의 시작

<앙상블>과 비슷한 시기에 당시 3~4세의 자녀를 두고 육아휴직 중인 동료 초등교사 4명이 모여서 <고매>라는 독서 모임을 시작했어요. 아이들도 데리고 다 같이 만났는데, 아무래도 독서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던 모임이에요.


대학원 동문(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과 그림책의 세계에 대한 전공 서적을 읽는 <동그리>라는 스터디그룹도 진행했는데 논문 준비 때문에 길게 가지는 못했네요.


이후 다시 학교에 복귀해서 <함성우리함께 성장하는 우리>라는 제가 담임한 초등 1학년 학부모들과 자녀들의 독서 모임을 시작했어요. 엄마 8명, 아이 8명이 참여했는데 이후에 10쌍으로 늘어났죠. 학교에서 1년간 장소 및 예산을 지원해 주어 매주 2명의 학부모님이 돌아가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즐겁게 독서 활동을 하는 모임이었어요.


예를 들어 이번 주제가 ‘인체’라면 인체에 대한 책을 먼저 읽어준 후(책 모임의 정체성을 갖고 꼭 책을 읽는 시간을 갖게 했어요.) 어머님이 두 분이 계시니까 한 분은 돗자리를 깔고 책을 읽어주고 같이 이야기하고 퀴즈를 내 거나 책의 내용과 맞는 활동을 하고, 다른 분은 간식을 준비해오고 활동을 보조하는 거죠.


제가 정말 깜짝 놀랐던 게 참여하시는 어머니들이 열과 성을 다해서 준비해 오신다는 거였어요. 한 달에 한 번만 준비하면 되니까 최선을 다하시는 거죠. 그리고 아이들은 활동을 마음껏 즐기고요. 간식도 어찌나 푸짐하게 준비해 오시는지. 맛있는 것 먹고, 놀고. 그러니까 처음에는 오기 싫어했던 아이들도 그 시간을 점점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책에도 좀 가까워지고요.


어떤 어머니는 미술이 전공이셔서, 고흐의 그림을 가지고 조각 그림 맞추기 같은 걸 하고, 어떤 어머니는 비행기 관련 책을 읽고 온갖 다양한 종이비행기를 다 같이 만들어 날리도록 준비해오셨어요. 이후에는 장소 마련의 어려움으로 지속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 모임을 보고 나중에 다른 모임에서 벤치마킹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2019년에는 아이들 동화책을 읽는 초등교사 4명이 <원피스: One piece of paper>라는 모임을 코로나가 확산하기 전까지 1년 좀 넘게 꾸렸어요. 각각 다른 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이라 스터디룸을 빌려서 모였어요. 같은 책을 읽고 1페이지에 내용을 준비해 오는 것이라 ‘one piece of paper’라고 이름 지었죠.



<엉덩이 탐정단>의 시작

2019년에 제 아이가 초등 1학년이 되었어요. 몇 년 전에 진행했던 <함성우리>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네 반 친구들과 그 부모님, 총 4쌍의 뜻이 있는 분들끼리 <엉덩이 탐정단>이라는 모임을 시작했어요. 저 욕심으로는 조금 더 깊이 있게 하고 싶기도 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만, 이 모임에 오기도 싫은 아이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우선 재미있게 하려다 보니까 활동 위주로 많이 넘어갔어요.


메인 1명, 보조 1명으로 학부모 2명씩 번갈아 가며 2주 한 번 토요일 오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독서 활동을 해요. 메인 학부모님이 그날 모임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책과 활동을 준비해 오는 거죠. 제가 진행했던 첫 모임은 <엉덩이 탐정> 이름처럼 학교 도서관에 애들을 모이게 해서 미션 지령을 주고 책 탐정이 되는 활동으로 시작했어요. 이후로도 모임 시간에 책 한 권만 읽어주고 활동을 하기에는 너무 아쉬우니 집에서 친구에게 빌려주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다음 시간까지 각자 들고 가 읽어오는 활동도 하고요. 혹시라도 배보다 배꼽이 큰, 책이 아닌 활동에만 주력하지 않도록, 책이 한 권으로 끝나지 않도록 그다음, 그다음 책으로 아이들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고려했어요.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이 모임도 멈추었답니다.




가정 독서모임을 꿈꾸며

백화현 선생님의 『책으로 크는 아이들』을 감명 깊게 읽었어요. 초등 5학년과 중학생인 아들 둘과 아들의 친구들을 데리고 매주 일요일 두 시간씩 독서 모임을 하며 이야기와 글을 나누고 독서 기행을 가는 활동을 7년을 한 이야기를 묶은 책이에요. 아이 낳기 전에 그 책을 보고 나중에 이런 모임을 해보고 싶다, 덧붙어 이를 통해 아이 친구들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엉덩이 탐정>을 시작한 거였어요. 하지만 백화현 선생님처럼 혼자 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생 정도가 되면 뜻이 맞는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이런 가정 독서모임을 만들어 매주 돌아가며 깊이 있는 책 모임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매일 조금씩 읽는 온라인 독서 모임을 만나다

새로운 독서동아리에 참여하고 싶은데 어차피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도 어렵고 하니 온라인 모임을 찾아보았어요. '감성인간'이라는 작은 서점에서 하는 네이버 온라인 독서 모임 카페에서 <즐독즐독1기를 모집하고 있더라고요. 4주 동안 예치금 1만 원인가를 내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인데, 매일 운영자분이 참여자 각자가 세운 독서 계획에 맞춰 “오늘 누구누구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독서 시간입니다. 즐겁게 독서하세요.”라고 단톡방에 톡을 남겨 줘요. 참여자들은 읽고 있는 책을 사진으로 남겨 공유하고, 카페에 독서 기록을 남기죠. 같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닌, 각자의 책을 읽지만, 일주일에 꼭 세 시간은 읽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고요.


독서동아리는 한 달에 한 번 모인다면, 모임 전날까지 책을 몰아 읽고 만나게 되는데 이 ‘즐독즐독’을 통해서 매일 조금씩 읽는 독서 습관을 들일 수 있었어요. 책을 조금씩 나누어 읽다 보니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에 마음의 부담도 적고 그만큼 그 안에서 충분히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다만 아쉬운 점은 같은 책을 읽지 않으니까 제가 책을 읽고 질문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선뜻 답하기는 어려웠던 거에요. 하지만 또 질문을 만드는 거 자체가 내 안의 고민을 내어놓는 거니까 그 과정 자체로도 좋았어요. 이 한 달간의 경험이 참 좋아서 석 달 정도 쭉 이어서 했어요.



새로운 영역으로의 독서와 만남의 확장

‘즐독즐독’에서 경험한 이 방법을 같은 책으로 시도해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경제에 새롭게 관심이 가던 시기라 주변에 책을 즐겨 읽는 사람 중 이 분야에 관심 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어요. 그렇게 경제 독서 모임인 <미울-아름다운 울림>을 시작했어요. 주변의 사람들이 다들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걸 좋아하더라도 모임으로까지 발전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어려운 점이 있고, 경제라는 특정 분야를 정해둔 이유도 있어서 어렵게 3명을 모아 시작했어요. 이 모임은 오롯이 온라인으로만, 줌(zoom)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2~3주 간격으로 책 한 권을 나눠서 온라인 카페에 각자 독서 기록을 올리고, 서로 답변을 하고, 마무리는 줌 모임으로 모여서 이야기해요.



독서 모임의 기록


이렇게 독서 모임 카페에 올린 글은 나름 저만의 1페이지의 양식을 만들어서 기록하고 있어요. 독서 모임별로 바인더를 따로 만들어서 모으고 있답니다.


양식은 이렇게 사용해요. 간단한 표를 만들어서 맨 위에는 책 제목, 오늘 읽은 쪽수와 날짜를 기록하고 그다음에는 느낀 점, 인상 깊은 구절, 질문을 기록해요. 이것을 파일 그대로 긁어 카페에 올리면 인증 글이 되는 거죠. 파일은 출력해서 바인더에 꽂아둬요. 컴퓨터 파일로만 넣어두면 다시 보지 않게 되는데, 이렇게 출력해서 철해두면 저만의 독서일지가 생기는 거죠.



당근마켓에서 독서동아리를 찾다

올해 5월에 서대문구로 이사를 왔어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동네 독서모임을 하고 싶었어요. 도서관 중심으로 하면 좋은데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 프로그램들이 중지되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었어요. 아이가 3학년이 되니까 1학년 때와는 다르게 엄마들 모임을 만들기도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살펴보다가 당근마켓에 ‘동네 생활’이라는 게시판이 있고 거기에서 다양한 모임들을 모집하더라고요. 그중 한 모임이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인데 아직 안 읽은 책으로 지적 모임을 하고 싶다는 모집 글이 있었어요. 이런 진지한 모임도 당근마켓에서 모집하는구나! 싶어 참여하게 된 게 <우아모>입니다. 아름다운 우주와 자신을 탐구하는 모임이라는 뜻이었던 것 같아요. 2주에 1번 하는 동네 독서 모임인데 저와 남자 대표님 두 명이 2번 정도 만났다가 최근 여성 1분이 새로 참여하여 현재 3명이 진행하고 있어요.



매번 여성분들과 모임을 하다가 남자 대표님이 계시는 오프라인 모임을 처음 하셨네요?


그렇죠. 다 여성들이었는데, <우아모> 첫 모임에 갔는데 남자 두 분이 앉아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이 중 한 분이 다음 모임에 빠지셔서 저랑 대표님만 남았어요. 이분은 독서 모임이 처음이라고 했어요. 저와 마음이 잘 맞았던 부분은 나이가 들어가는데 매일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하던 것만 하는 것을 벗어나 보고자 자신이 좋아하는 책 읽기로 모임을 시도해보시는 거라는 거에요.


저도 지금 경제 독서 모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언젠가부터 맨날 읽던 장르의 책만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에요. 어느 순간 다른 분야도 좀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경제 모임을 시작했고, 지금은 과학으로도 좀 넓혀가고 있어요. 그런 차에 이분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읽고 싶어 하는 책도 통해서 같이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만남의 소중함사람의 소중함

이 전에 <소모임> 앱도 둘러보았어요. 그런데 그 속에 모임들이 거리가 너무 멀거나, 내가 원하는 장르의 책이 아닌 거나 하는 식이라서 수많은 모임 중에 나와 맞는 모임을 찾기는 참 힘들더라고요. 경제모임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는 추천받은 경제 책 리스트가 있어서 혼자 읽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고 하잖아요. 얼마 전에 <우아모>에 여자분이 새로 한 분 들어오셨는데 모임 전날 밤에 책을 다 못 읽어서 못 오실 거 같다 하셨었어요. 그런데 제가 괜찮다, 책 모임이 책 이야기만은 아니다, 사람 이야기, 책과 사람 이야기다. 일단 오시라고 이야기 했어요.


제가 처음 독서동아리를 시작한 게 사람을 만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어 시작했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모임이란 책만은 아닌 거예요. 결국, 사람과의 관계. 좋은 사람 만나고 싶은 거예요. 그 안에서 이야기가 책이 되는 거고, 책을 통해서 인생 이야기하는 거니까. 우리는 서로 아직 모르는 사람인데 한 번 오셔서 어떤 사람들인지 와서 보시기도 하고, 또 책을 다는 못 읽었지만 듣다 보면 다음이 읽고 싶으실 수도 있고 하니까 오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분이 모임에 오셨어요. 모임 후에 모임 채팅방에 유익하고 좋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제가 처음 <우아모>에 참여해서 잘 모르는 대표님과 둘이 남았을 때 그만두지 않은 이유가 이분이 괜찮으신 분이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한 분, 한 분, 잘 맞고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사실 쉬운 일 아니더라고요. 제가 이 모임에서 리더는 아니지만 멤버로서 조금씩 마음을 모아가고, 원하는 바를 같이 이야기하고 방향을 설정해 가면서 함께 하려고 해요.



모임에서 역할을 나눠 맡는 분위기를 만들기가 어렵지 않나요?


모임을 처음 만든 사람만 발제하는 게 아니니까요. 발제와 책 추천은 돌아가면서 맡아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죠. 책 추천도 발제 담당자가 몇 권을 추천하면 그중에서 모임 원들의 투표를 통해 정해요. 발제자 외의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역할을 나눠요. 모임 일정 알림을 챙기는 사람, 사전 질문을 정리하는 사람, 오프라인 모임을 하는 경우에는 장소를 예약하고 회계를 맡는 사람, 모임을 기록하는 사람 등으로요. 뭔가를 가르쳐주려고 하는 모임이 아닌 함께 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개인의 책임이 다 있다고 생각해요.


모임 장으로서의 부담이 있다면, 부담이라기보다는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점? 중간에 한 번씩, 책 어디 읽고 있는데 이 부분은 너무 좋았다, 이런 것들을 상기할 수 있도록 먼저 더 안내하고 그런 것 같아요.




9개의 독서동아리가 모두 이름이 정확히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이름은 처음부터 짓고 시작하신 건가요아니면 모임을 하다가 그 후에 만들게 된 건가요?


모임 첫날은 항상 이름을 지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앞으로 우리가 어떤 모임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첫 모임에서 이야기가 돼야 하거든요. 이름과 그 뜻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 각각 이름 후보를 하나씩 내서 같이 정하는 방식이었어요. 제가 발제한 이름이 된 경우는 <원피스>뿐이고, 나머지는 다 다른 분의 의견이었어요.



독서동아리를 처음 시작해보려는 분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학생 때 가장 책을 열심히 읽었던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방학 때 다른 것은 일절 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몇 날 며칠을 계속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읽은 책들이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 생각이 하나도 안 나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두 번 읽지 않았던 거예요. 다음 책으로 빨리 넘어가야 하니까요. 계속 또 다른 스토리를 찾아 떠나는 거죠.


결국, 책을 많이 읽었는데 어떤 게 좋았을까, 어떤 게 남았을까 그런 고민에 빠졌어요. 나는 삶을 바꾸는 책 읽기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읽은 책으로 과연 나는 무엇인가 달라진 게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죠. (이때 만난 책이 아래에 소개할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요)


그러면서 ‘함께 읽기’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런 삶을 바꾸는 책 읽기를 하고 싶으신 분이시라면 같은 책을 읽고 대화 상대를 만나는 독서동아리부터 시작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서동아리들에 추천하고 싶은 책 3권을 소개해주세요.


가장 고민한 질문이었어요. 추천하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딱 3권만 고르라고 해서요. <맛있는 녀석들>에 나오는 개그맨 김준현이 무슨 음식이 제일 맛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지금 먹고 싶은 그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라고 답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수많은 좋은 책 중에서 지금 읽고 있고, 지금 떠오르는 책들로 골라 보았어요.


- 『삶을 바꾸는 책 읽기』(정혜윤, 민음사) : 제목 그대로 삶과 책 읽기를 연관 지을 수 있도록 도와줄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가졌던 질문들(책을 열심히 읽어도 다 까먹어 버리는데, 책을 읽으면 무엇이 좋은 것일까? 시간을 들여 기억도 나지 않는 책을 읽었다고 다른 이에게 권할 수 있을까? 책을 읽은 것으로 무엇이 달라졌을까?)을 저자가 8가지 질문으로 다 꺼내놓았더라고요. (책 6p 참고) 책 읽기가 단지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고민이 들 때 추천하는 책입니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채사장, 웨일북) : 이 책의 저자는 ‘같이 있다고 해서 대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대화와 소통을 위해선 '교양'이라는 공통분모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요. 원래 베스트셀러를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라 당시에는 이 책을 멀리했었어요. 그런데 우아모 책 모임을 통해 이 책을 접하니 파편화된 지식을 잘 묶어주는 이 책이 독서동아리로 함께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의 모임으로 끝내지 않고 이번에는 경제, 다음에는 정치, 이런 식으로 나누어 함께 읽고 있어요.


-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김영사) : 이 책은 인간의 과거-현재-미래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이해를 주는 책입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이 책의 제목을 아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완독한 사람은 별로 없는 그런 책이기도 해요. 소설은 혼자서도 쉽게 읽지만, 이러한 읽기 힘든 긴 호흡의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독서동아리, 함께 읽기의 힘이에요. 또한 혼자 읽으면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나지만, 독서 모임을 통해 읽으면 같이 읽고, 기록하고, 다시 넘겨보면서 여러 번 읽는 효과도 있어요.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하여 새로운 학교에서의 복직을 준비하는 조지숙 운영자는 아마도 다음 학교에서도 주변 선생님들을 콕콕 찔러 이런 책 모임 어떠세요? 아이들하고 책 읽는 건 어때요? 라고 먼저 말 걸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독서 교육 활성화 사업을 신청해서 학급문고에 시집 100권을 채우기도 했고, 자신이 빠져도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아이들의 독서 모임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책을 사랑하고 독서 모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티가 난다. 그가 가는 발걸음마다, 그가 건너가는 시절의 한 해마다 새로운 모임들이 생겨나고 그만큼 독서동아리의 즐거움과 따뜻함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 인터뷰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조지숙 운영자처럼 책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우리 함께 읽어볼래요?’라고 먼저 손 내밀어줬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뜻 그 손을 잡아보면 좋겠다. 새로운 세계로 함께 넘어갈 수 있을 테니까.




인터뷰 일시: 2021.8.17.(화)

인터뷰 진행: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윤진희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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