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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리남 Sep 20. 2020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응 돼~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oDartR9I8pQ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가수 박원님의 <노력>이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앨범 소개를 보면 <내게 이렇게 말했던 그 사람 편에 서서 만든 노래입니다>라고 소개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노래를 부른 박원님은 상대방에게서 <나는 너에 대한 감정이 식었고, 우리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버겁다>라는 말을 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사랑을 노력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뜨거웠던 감정, 그 사람만을 바라보고, 원하는 간절함. 그런 것들로 사랑이 시작되고 연애 초기에 그 감정으로 인해 날아갈 것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그것이 전부일까요? 이런 감정은 호르몬의 분비 결과 일어나는 화학작용이라고도 합니다.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인데 이성이 마비되고 열정과 행복으로 가득 차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내성이 생겨서 짧으면 6개월, 길어야 3년간 작용한다고 합니다. 사랑이 단순히 감정이라면, 그리고 호르몬에 의한 화학작용이라면 그 유효기간은 3년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요?     


하지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 거의 평생을 함께 온 노부부가 항상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76년째). 그 외에도 오랜 기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연인들, 부부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호르몬 분비에 의한 화학작용, 즉 감정 만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저서에서 사랑은 곧 기술이며 사랑에는 지식과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감정에 의한 사랑은 <시작>하는 최초의 경험이지 사랑의 <지속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쉽게 이야기하면 감정은 사랑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이며 이를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은 <지식>과 <노력>인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감정이라고만 여기고,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하면 사랑이 끝났다고 결론짓습니다.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고 여깁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노부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랑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애 초반에 심장이 터질 듯했던 그 감정을 준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러도 그것을 기억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하려는 사람을 만나서 사랑해야 합니다.      


첫 만남의 강렬하고 짜릿한 느낌과 자극이 없어도 꾸준히 매일매일 사랑하는 사람 곁을 지키고 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사랑하고, 노력하며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표현해야 합니다. 표현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마음은 무관심뿐입니다. 표현하는 방식에는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최대한 상대방이 좋아하는 방식에 맞추어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꼭 표현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사랑하고 있으니 네가 알아서 느끼라는 듯 한 태도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우리의 사랑이 굳건한 상태이며 계속 이 사랑을 이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렇기에 사랑한다면, 상대가 어떤 순간에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지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사랑을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다투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사랑하기 전까지 남으로 지내온 사이가 모든 것이 잘 맞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다투는 것이 곧 잘못된 것이고 헤어지겠다는 신호가 아닌 서로를 잘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다만 그 과정 중에 과격한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차분한 마음과 태도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나의 생각과 감정, 느낌을 이야기할 때는 흥분되고 격양된 감정의 상태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말과 말투로 상대방을 이해시키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격양된 감정과 속상한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서로 합의된 방식으로 그 감정을 억누르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서로 감정이 격해질 것 같으면 10분 뒤에 대화를 하자는 등의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하상욱 시인은 <먼저 사과했다. 너보다 잘못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잘못되는 게 싫어서>라고 말했습니다. 사랑한다면 상대방을 이기려 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랑하기에도 아깝고 모자란 시간을 얼굴을 붉히고 서로를 미워하는 시간으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진정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잘못했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관계를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자존심을 내려놓은 체 먼저 사과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내가 온전히 나로 있을 때,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때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에리히 프롬은 <나 자신의 자아에 대한 사랑은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단순히 외로워서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만나 그 사람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매일매일 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나갈 수 있을 때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로운 감정에 자신을 맡겨 누군가를 섣불리 만난다면 그 사랑은 감정적인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그런 사랑은 받기만 하는 사랑, 요구만 하는 사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 스스로가 외로움에 취해서가 아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자신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어서 다른 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을 때 사랑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만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이 영상은 색과 체의 산문집인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를 보고 쓴 리뷰입니다. 읽는 내내 이전에 깊은 감명을 받으며 읽었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 자꾸 떠올라, 본 리뷰에 많이 인용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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