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추워. 그 애가 항상 입에 달고 다닌 당연하게 들리는 말이다. 꽃구경을 하던 어느 4월의 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불꽃놀이까지 기다리기 귀찮아 그만 들어가자 말하며 내 손을 꼬옥 잡고 있는 그 애 손을 툭 쳤다. 생각이 난다. 그 애는 내가 친 손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슴 쪽에 가지고 갔다. 그리곤 좀 어벙하게 서있었고, 손으로 가디건을 여민 후 내가 입었던 셔츠의 단추까지 잠가주곤, 바람 불면 춥다고 했다. 가면 갈수록 심해졌다. 춥지 않을 날조차 바람 불면 춥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툭툭 내뱉기에 나는 소리를 치며 그 말 좀 그만하라고 했던 적이 있다.
나는 잘해준 것도, 아니 해준 것도 하나 없이 그저 그런 보통의 커플들처럼 200일 남짓 되어 끝이 나는 사랑을 했다. 그때 내가 알기론 그 애는 작은 손으로 날 잡으며 흐느꼈고, 나는 동정심과 죄책감을 느껴 울었다. 며칠 전은 내 생일이었는데, 항상 따뜻했던 내 생일 근처 4월 중순 치곤, 바람이 쌀쌀했다. 그래서 그날 밤 문득 바람 불면 추워라는 말이 생각났다. 아니 정확히는 그 애가 생각났다. 거기다 그 애가 잠가주었던 셔츠가 생각나서 그날 내가 입고 있던 셔츠를 잠그곤 집으로 향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 애는 추울 때가 아닌, 내가 쌀쌀맞게 굴 때마다 바람 불면 춥다고 한 것 같다. 그 애는 바람 불면 춥다는 말로 내가 쌀쌀맞게 굴면 자신이 아프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실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이야기의 끝이다. 그때 우리는 따뜻했다. 하지만 바람이 일고, 이내 추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