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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Aug 30. 2017

백색소음.


그 사람, 백색소음을 좋아하나 봐요. 풀벌레 소리가 좋아서 자주 나가서 생각을 한다고 하잖아요. 비가 올 때는 창문을 열어놓고 빗소리를 즐긴다고 했고, 바다에 가면 의자에 앉아 몇 십분 파도소리를 듣는다고 했거든요. 며칠 전 인터넷을 샅샅이 검색해서 이런저런 소리들을 모았어요. 그 사람에게 주면 좋아할까 봐요. 그런데 결국 보내지 못하고 그냥 저장만 해놨지 뭐예요. 혹시 소음이라서 그 사람 귀에 부담이 가진 않을까 좀 알아봤거든요. 그 와중에 내가 너무 초라해졌어요.
  백색소음이란 거 알아요? 걔 참 슬픈 소음이에요. 사실 굉장히 넓은 소리의 폭이 요동치고 있는데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소리라서 일정한 소리로 들리는 거래요. 그래서 그 소리가 그렇게 다른 것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고 하더라고요. 나 그만하려고요. 내가 아무리 왔다갔다 나 봐달라고 발버둥 쳐봐도 그 사람에겐 그냥 어느 익숙한 몸짓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요. 그 사람은 언제나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슬퍼요. 나 그저 백색소음 이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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