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라는 건 저에게 아직까지도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처음이라서 그런 거예요. 좋아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 거예요.
수많은 연애와 썸이 있었지만, 당신이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 거예요.”
사람과 사랑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작가, 김수민의 언어를 만나보자.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4년 만에 『우리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개정판으로 돌아오셨는데요. 오랜만에 만나는 독자분들께, 그리고 이번에 새로 만날 독자분들께 인사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A1. 안녕하세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김수민입니다. 아직도 작가라는 수식어가 낯설고 부끄러워 저를 소개할 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우리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는 그리 대단한 책이 아닙니다. 그저 제가 경험하고 봤던 것들을 그리고 느꼈던 것들을 써 모아 놓은 책입니다. 그래서 아마 독자분들이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일어날 법한 일들과 느꼈을 감정들을 제삼자의 시점으로 보며 위로받으셨으면 합니다.
Q2. 작가님의 도서가 나온 지도 벌써 4년이나 흘렀습니다. 그간 꾸준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이기도 한데 개정판 출간이 남다르게 느껴지시겠어요. 이번 개정판을 준비하시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A2. 4년 전 출간됐던 <우리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는 솔직히 저에겐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책입니다. 처음 낸 책인 만큼 허술한 부분도 많았고, 아는 게 없어 욕심내지 못한 부분도 많은 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찾아서 봐 주시는 독자분들께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독자분들을 위해서라도 완벽한 <우리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개정판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Q3. 새로운 그림과 새로운 글도 이번 개정판에 추가되었던데요. 특히 그림체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조금 더 부드럽고 감성적이랄까요? 이렇게 감각적인 그림을 탄생시키려면 많은 시간이 요할 것 같습니다. 그림의 분위기에 변화를 주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A3. 그림체도 그렇고 글의 분위기도 그렇고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글과 그림도 유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으로 읽던 글이 유튜브나 오디오북에서 듣는 글로 바뀌고, 굳이 전시회를 찾지 않아도 되는 가상 증강현실 전시회로 바뀌듯이 기본적인 틀은 유지한 채 계속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게 당연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어떠한 그림을 그릴까 어떠한 글을 적을까 같은 고민과 동시에 어떻게 변화를 줄지도 항상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Q4. 그림을 보면 인물도 인물이지만 배경도 사실적인 인상을 주는 듯합니다. 일상에서 한 번은 본 듯한 사물이 곳곳에 보이는 기분이에요. 작가님은 주로 배경을 그려 넣으실 때 실제로 봤던 풍경에서 요소를 가지고 오시기도 하나요?
A4. 실제로 봤던 풍경과 소품들이 80%라면 나머지 20%는 흔한 풍경과 유행하는 소품들로 채워 넣으려 합니다. 조금 더 선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쁘고 화려한 배경도 좋지만 제가 그리는 그림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감’이기 때문에 조금 더 편안한 배경과 소품을 주로 선택하는 편입니다.
Q5. 몽환적인 색감의 그림과 함께 어우러지는 묵직한 글도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읽고 곱씹을수록 평범한 삶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이야기를 하는 게 잘 느껴집니다. 대체로 작가님은 글의 영감을 어디서 찾는 편이신가요?
A5. 대부분은 경험입니다. 사랑도 해 봤고 이별도 해 봤고. 시간과 함께 여러 인간관계를 겪으며 배워 왔습니다. 그래서 주로 겪었던 일 중에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Q6. 『우리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만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별, 그 후의 모습 그리고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의 비중도 상당했습니다. 작가님은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자주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편이신가요?
A6. 당장의 만남에서 관계의 본질을 잘 보지 못하는 편입니다. 만남 후, 혼자 있을 때 그 관계의 본질에 깊숙이 빠지는 편입니다. 그래서 놓친 인연도 많았고, 놓인 인연도 많았습니다. 관계라는 건 저에게 아직까지도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관계를 만들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 더 급급한 저입니다.
Q7. 작가님께 『우리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A7. 일기장 같은 책입니다. 제가 했던 사랑, 제가 했던 이별, 제가 겪은 인간관계 등 저의 쿰쿰한 속내를 예쁘게 빚어서 세상 밖으로 꺼내 놓은 일기장입니다.
NEXT
Q8. 작가님은 필명을 따로 사용하지 않으시는데요. 어쩌면 필명을 사용하지 않는 게 더 담백한 빛을 발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따로 필명을 만들지 않은 이유가 있으실까요? 만약 필명을 지으신다면 어떤 이름으로 하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A8. 책을 읽으시는 분들께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일이라 온전히 ‘김수민’인 상태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
김수민 작가님의 이어지는 인터뷰는 2023년 11월 17일 금요일 18:00에 부크럼 브런치에서 만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