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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Nov 17. 2023

『우리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김수민 인터뷰 下

모두가 사랑해 봤다면 경험하는 것이 그림으로 옮겨졌을 뿐인데




“당신을 바라보는 제 시선에서 사랑이라는 것을 덜어내더라도,

당신은 있는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울 거니까요.”

모든 형태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빚어내는 작가, 김수민의 언어를 만나보자.



Q8. 작가님은 필명을 따로 사용하지 않으시는데요. 어쩌면 필명을 사용하지 않는 게 더 담백한 빛을 발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따로 필명을 만들지 않은 이유가 있으실까요? 만약 필명을 지으신다면 어떤 이름으로 하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A8. 책을 읽으시는 분들께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일이라 온전히 ‘김수민’인 상태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김수민’의 이야기, ‘김수민’의 그림으로 다가가고 싶은 저의 욕심입니다. 굳이 필명을 지어야 한다면 ‘그리고 쓰는 사람’으로만 표기되었으면 합니다.



Q9. 그림은 어떻게 보면 재능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간단한 취미가 아닌데요. 작가님은 지금의 그림을 그리기까지 많은 힘을 쏟으셨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예체능 쪽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으셨던 걸까요? 많은 예술의 영역에서 미술을 선택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A9. 무언가를 그린다는 게 좋았습니다. 다만 90년대 남중·남고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건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교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놀림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아마 남자들만 득실득실한 남중·남고를 나와 더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저희 집에서도 ‘남자가 무슨 그림이냐. 나가서 공 차고 뛰어놀아라.’라는 반응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감히 예체능을 가야겠다는 용기는커녕 남자는 그림을 그리면 안 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줄곧 혼자 있을 때만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내다 버리는 연습장이 작은 언덕을 이룰 때쯤에 저의 그림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10. 작가님의 그림은 어디든 잘 어우러지는 감성을 품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웹드라마 OST, 솔로곡 등의 음원 커버 작업도 하셨던데요. 음원 커버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시게 된 걸까요?


A10. 음원 커버는 원하는 콘티를 받기 전 음원을 먼저 받아 놓습니다. 몇 날 며칠을 그 노래만 틀어 놓는 겁니다. 그렇게 충분히 젖어 든 상태로 콘티를 받은 후 어느 정도 의견 조율이 된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됩니다. 제가 들은 곡과 전혀 상관없는 콘티를 주시면 작업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곡과 전혀 상관없는 자켓이 화면에 떠 있다면 제 그림이 곡을 망칠 수도 있기에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이룹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켓 작업은 하지 않는 게 작업하신 곡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Q11. 작가님의 SNS를 보면 그림을 자주 업로드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매일 펜을 붙잡고 그림을 그리시지는 않을 듯합니다. 작가님은 작업하지 않는 날에 주로 무얼 하시며 하루를 보내시나요?



A11. 작업하지 않는 날에는 작업할 날에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주변이 온통 소재들인지라 작업하지 않는 날엔 그런 소재들을 주워 담기 바쁩니다. 아마 SNS에서 활동하시는 작가님들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작업하지 않는 날은 없는 것 같습니다.



Q12. 미디어, 패션,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아졌습니다. 요즘 작가님은 어떤 데에 관심을 가지시는지 궁금합니다.


A12. 지금 저의 최고의 관심사는 전시입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독자분들과 제 그림을 봐 주시는 팔로워분들을 만날 기회를 계속 미뤄 왔습니다. 이번에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뵐 수 있어 잔뜩 기대하고 설레는 중입니다. 그래서 요즘엔 어떻게 전시회를 더 잘 꾸밀까, 채워 넣을까 등의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Q13. 이번 11월에 작가님의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SNS에 글을 올려 주셨는데요. 어떤 전시회인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13. 이번 전시는 ‘사랑의 민낯’입니다. 제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몇몇 그림들은 수위가 있는 그림입니다. 모두가 사랑해 봤다면 경험하는 것이 그림으로 옮겨졌을 뿐인데 아직 우리 사회에선 이를 외설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더 큽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 ‘사랑의 민낯’은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 의해 숨겨지고 가려진 사랑과 성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있는 그대로 보실 수 있는 전시입니다.



Q14. 마지막으로 『우리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와 전시회로 만나게 될 독자분, 팬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A14. 안녕하세요, 김수민입니다. <우리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를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은 달랑 한 권으로 끝났지만, 저의 이야기를 SNS와 전시로 계속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저의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공감하시고 무언가를 느끼셨다면 앞으로 제가 써 내려갈, 그려 갈 이야기에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래 따위 신경 쓰지 말고 지금의 그 순간순간을 사랑해요, 우리. 오지도 않은 미래 따위를 왜 신경 써요. 지금이 지나면 그다음의 지금이 오겠죠. 제아무리 미래라고 해 봤자 어쨌든 지금이 모여야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그러니 우리 지금 사랑하자고요. 더 나아지려 노력하지 말고 그냥 사랑해요, 우리."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어떤 관계 속에서든 사랑을 느끼시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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