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초단편]

by 부크럼



나는 인사하는 일이 낯설다. 집을 나서고 들어설 때 누군가에게 그것을 알리는 행위는 특히 그렇다. 막연히 부모 없이 자란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인사를 할 일도, 이유도, 사람도 없었으므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집을 비우고 채우는 일은 인사 대신 날카로운 현관문 소리가 대신했다. 정의 내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후천성 인사 결핍증 정도가 될까. 차가운 냉기가 감도는 방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는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차가운 공기가, 사람들 속에서 겨우 데워 놓은 심장의 온기를 식히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발병한 후천성 인사 결핍증은 입대를 하고 나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다른 안 좋은 습관들은 어찌어찌 고쳤는데, 이것만은 도저히 고쳐지질 않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면서 “안녕하세요.”하거나 반갑게 손을 흔들면서 “왔어?”하는 일을 상상하면 알러지처럼 코끝이 먼저 간질거렸다. 그런 의미로 그녀는 내게 참 곤혹스러운 사람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면서 몇 번이나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하고 악수를 하게 만들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그녀와 손을 잡는 일은 왠지 코가 간지럽거나, 불편하지가 않았다.

조금 더 나아가서 우리는 만날 때마다 안아주는 사이가 되었다.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싸웠어도, 더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만나면 일단 안아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자고 했다. 그 장난 같은 약속은 어느새 우리 사이에 가장 중요한 약속이 되었다. 헤어지는 날에도 서로를 끌어안았으니, 어느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는지 구태여 설명하지는 않겠다. 덕분에 아직도 그녀의 허리가 가지는 감촉이나, 어깨의 모양, 머리칼의 향기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았다. 아, 인사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일이었다.

그녀가 내가 가진 후천성 인사 결핍증을 근본적으로 낫게 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헤어지고 말하는 인사에서는 현관문 소리를 닮은 날카로운 소리가 난다. 언젠가 어디선가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의 우리는 다시 한 번 서로를 꽉 안아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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