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초단편]

by 부크럼




오른 편에서 그녀가 글을 쓰고 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지겹게도 나를 괴롭히는 마른기침 때문이었다. 시선이 가닿은 곳에는 책꽂이가 놓여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파란 커버의 책 한 권이 눈에 꽂혔다. ‘완벽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사랑.’ 나는 책을 읽지도 않고서 완벽하지 않은 것들과 그것을 사랑하는 일에 관해 제멋대로 생각했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 여덟 글자가 빼곡하게 채워진 느낌이 꽤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나는 완벽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잘나지 않은 외모, 크지 않은 키는 물론이거니와. 글을 써도 결코 공책의 귀퉁이까지 채우는 법이 없고, 글은 몇 번의 퇴고를 거치고 나서야 공개할만한 것이 됐다.


한참을 글을 쓰던 그녀는 연필을 잠시 내려놓았다. 검지 끝으로 본인의 호흡을 따라가면서 작게 읽는 버릇은 그녀와 내가 가진 거의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연필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 모습이 우스워요. 본인이 쓴 글을 세 번을 연달아 읽은 그녀는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과하게 힘이 들어간 모습은 늘 우습고, 힘이 들어갔다는 말과 완벽하다는 말은 같지 않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아마도, 글에 그런 내용이 있다거나 혹은 글을 쓰는 동안에 연필을 쥔 손을 보고 떠올린 생각이겠거니 했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다. 꽉 끼는 구두와 목 끝까지 잠근 와이셔츠, 스프레이로 고정시켜 놓은 머리칼이 그녀의 연필 앞에서 초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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