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가자

산문

by 부크럼



같이 가자. 이 말 너무 좋다. 너의 무엇무엇이 좋아서라는 말보다,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랑을 줄 것이라는 약속 보다. 너는 나에게 무엇을, 나는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고 우리는 어느 점에서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논리 정연한 문장 따위 값어치 없어 보이게끔 너에게 말하고 싶다. 같이 가자. 앞에 사막이 있던 살얼음 판이 있던 겨울이 가고 봄이 가도 우리, 여전히 같이 가자. 꽃이 떨어져도 눈이 쏟아져도 비가 내리고 낙엽이 져도 같이 가자. 다만 우리가 세상 몇 바퀴쯤 돌고 돌아 다리가 저려 올 즘엔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나의 같이 가자는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나를 온전히 믿기에 이곳까지 함께 걸어왔다고. 그럼 나는 너에게 하고 싶은 답 하나가 있다. 같이 가자는 말을 지키기 위해 너와 함께 걸은 것이 아니라, 너를 지키기 위해 지금껏 함께 걸어온 것이라고. 이제 우리 황혼에 걸터앉아 서로가 지는 모습을 아름답다 말하며 남은 한 바퀴 마저 같이 걸을까. 아니면 우리 조금 느린 걸음으로 같이 갈까. 아냐, 어차피 세상은 돌잖아. 우리 여기 손잡고 누워 밤하늘이나 구경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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