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란 무엇인가
취미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오늘은 자기소개서에 멋들어지게 꾸며내던 취미가 아닌 진짜 취미를 말해보려고 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나의 오랜 취미는 다이어리를 예쁘게 쓰는 것이다. 열 권 이상의 다이어리를 쌓으면서 색연필, 파스텔부터 영화 팜플렛까지 오려 붙여가며 다이어리 트렌드를 따라갔다. 14년 경력을 근거로 말해보자면 지금처럼 다이어리 꾸미기 붐이 일었던 적은 단연코 없다. 다꾸가 완연한 취미로 자리 잡은 지금, 자칭 타칭 다꾸러인 나에겐 취미의 날개가 달린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작심 한 달의 대표주자인 일기를 14년째 써 내려가고 있다는 나의 자부심이 더욱 비대해지고 있는 셈이다.
다이어리 꾸미기가 주목을 받으면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다꾸에 (혹은 인터넷 세상의 논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만한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판이 커지면서 판돈이 커졌다는 볼멘소리이고, 두 번째는 유아 퇴행적인 행위라는 비판이다. 사실 범법행위가 아닌 이상 남들의 시선은 신경 쓸 필요 없지만, 타인의 의견을 듣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니 살펴보도록 하자.
일명 ‘핑크택스’ (여성용 제품이 남성용 제품보다 비싼 경우를 일컫는 말) 논란은 디자인 노동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와 다품종 소량생산의 한계로 야기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핑크택스는 적어도 다꾸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여초 분야 중 하나인 디자인, 일러스트의 파이가 커지는 게 해당 직종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유아적인 취미라는 의견은 일정 부분 인정한다. 부모님이 늘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걸 하니?”라고 묻는 걸 보면, 다꾸를 하는 내 모습이 딱히 어른스럽진 않나 보다. 어른이 되어서 장난감을 모으는 이들이 받는 시선과 비슷할 것으로 추측한다. 나이에 따른 에티튜드는 분명 존재하지만, 취미까지 제한할 권리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꾸를 하느라 생업을 내던지고 집안 기둥을 뽑을 만한 지출을 감행한다면 정신의학과에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낡고 지친 어른이 된 나는 취미를 즐길 체력도 없다. 나이 좀 먹었다고 남들이 보기에 멋들어진 취미만 가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어른이 되면 새콤달콤을 종류별로 구매해 동시에 까먹을 수 있다는 밈처럼, 3천 원짜리 스티커쯤은 부모님 허락 없이 쟁여 놓을 수 있는 어른이 됐을 뿐이다. 위에 언급한 두 가지 논쟁보단 환경오염 측면에서 쌓아 놓은 것부터 쓰자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사실 논란이 생기는 것도 그만큼 인기가 있어서 그렇다. 살면서 이렇게 다꾸가 관심받는 시대가 오다니.. 그저 행복할 뿐이다. 재능 있는 작가들이 시간과 노동을 들여 제품을 만들고 팔아준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다이어리 꾸미기는 생각보다 탁월한 미감이 필요한 취미다. 마이너 한 취미를 가져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실력자들이 함께해주는 취미를 가지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이들이 없어서 자급자족을 해야만 즐길 수 있는 슬픈 상황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잡기술이 는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 다이어리 꾸미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2022년 대세 취미이다. 인기로 인한 잡음은 메이저 취미를 가진 내가 참도록 하겠다. 취미는 유익하지 않기 때문에 취미인 것이다. 자소서를 위한 취미를 찾는 게 아니라면 그저 즐거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