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낭만을 챙겼으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늦여름이라고 하겠다. 하늘이 매우 매우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집 옥상에서 하늘 보는 일을 좋아한다. 주변의 웅성거림 없이 고요하고 여유롭게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해 뜨는 시간과 해 지는 시간을 전부 집에서 보냈기에 하늘을 보는 일이 내겐 너무 중요했다. 잠들기 전에는 반드시 다음날 일출 시각과 미세먼지 농도, 날씨 등을 검색해 보았다. 해가 떠오르는 시간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어두운 하늘이 걷히고 서서히 펼쳐질 장관을 기다렸다.
오후 일과를 마친 후에 집에 들어갈 때쯤이면 해가 천천히 내려오고 하늘이 물들기 시작했다. 자칭 하늘 전문가인 나는 오후 5시부터는 오늘 일몰이 얼마나 낭만적일지 대략 예측할 수 있었다. 햇볕의 강도, 구름의 분산 정도, 미세먼지 농도 등이 그날의 축제가 얼마나 화려할지를 예고해 준다. 역대급일 거라고 예상한 날에는 초조해져서 뛰어가다시피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루 동안 자잘한 것들을 꾹 견뎌 온 마음을 전부 지워 주는 환상적인 하늘이 그곳에 있었다.
“하늘이 정말 예쁘다.”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별이 예쁘다.”, “구름이 예쁘다.”, “달이 예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좋아한다. 걷다가 문득 바라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멈춰 서 있을 때, 주변 사람들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 짓고 있거나 핸드폰을 꺼내서 하늘을 찍고 있는 걸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종종 고개를 들어, 멀고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목적지와는 전혀 관련 없는 곳을 바라보며 일상의 낭만을 챙겼으면 좋겠다. 찰나를 공유하고 지나칠 타인이지만 같은 곳에서 같은 방향을 보며 감탄했다는 것에서 나는 든든한 연대감과 인류애를 느낀다. 멀리 있는 친구들이 오늘 하늘이 예쁘다고 사진을 보내오면,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많은 것들은 계속해서 변한다. 관계란 관성적일 수 없으므로 지금 만나는 사람 중 일부는 (어쩌면 대다수는) 아마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소원해질 거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공간은 필연적으로 무너지거나 재정비되거나 영영 사라지고, 현실에 부딪히며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도 점점 닳아갈 수 있다.
그런데, 하늘만큼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어느 날은 흐리기도 하지만 어느 날은 황홀할 만큼 아름다워서, 내일은 어떨까? 주말은 어떨까? 일상에 조금의 두근거림을 준다. 하늘을 사랑하는 사람은 알 거다. 그 작은 두근거림은 나아가 우리의 반복적인 하루에 소중한 활력이 되어준다는 걸.
늦여름이 가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여름옷을 정리하고 간절기 옷을 꺼내야겠다. 하늘이 유독 예뻐서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던 계절은 스르륵 지나갔지만 나는 여전히 계속해서 하늘을 봐야지. 흐린 하늘이어도, 밋밋한 하늘이어도 좋다. 세상의 번잡함으로부터 빠르게 도망쳤다가 빠르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최고의 안식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