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들쥐, 시골쥐... 그렇다면 다람쥐는? 궁금했던 형태소들(1)
우리는 말을 하거나 글을 읽을 때 무의식 중에 그 말 뜻을 세세하게 분석하고는 합니다. 글은 문단으로 쪼개고, 문단은 문장으로 쪼개고, 문장은 단어로 쪼개고. 그렇게 쪼개고 쪼개다 보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지경이 되는 형태소로까지 나뉘게 됩니다.
그렇게 구해진 형태소는 대부분 한국어가 모국어인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의미를 가지지만, 가끔은 ‘너... 굉장히 낯설다, ‘어, 이 형태소는 의미가 뭐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낯선 형태의 것을 만날 때면 그 형태소의 의미를 찾아 보고, 찾아도 어원이 잘 찾아지지 않을 때는 나름의 의미를 상상해 보고는 합니다.
예를들면 산에서 다람쥐를 만났을 때의 일입니다. 조금 귀여워서 바라보고 사진을 찍다가 다람쥐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봅니다. 일단 ‘쥐’는 아는 것이고, 들쥐, 시골쥐, 생쥐 등 여러 예들을 생각했을 때, 다람쥐가 다람+쥐라는 것에 생각이 닿게 됩니다. 그렇다면 ‘다람’은 뭘까요? 아무리 제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 ‘다람’이라는 형태소에 저는 ‘산에 사는’, ‘작은’, ‘귀여운(?)’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달리다’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다람쥐’가 등장한 최초의 자료는 18세기의 것인데, 기록된 형태는 ‘다(아래아)람(아래아)쥐’입니다, 이 단어는 ‘닫(아래아,走)+-음(아래아,명사형 어미)+쥐’로 분석할 수 있고, 즉, 달리는 쥐’라는 뜻이었던 것입니다. (출처: 국립국어원) ‘달음박질’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게 되네요.
이렇게 누군가 설명해 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아닌 것들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간식을 주면 가시를 뒤로 부드럽게 눕히고 눈웃음을 활짝 치는 귀여운 고슴도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너무나 귀여운 고슴도치, 간식 냄새를 맡으려 살짝 들린 코끝을 움찔이는 것이 사랑스러웠습니다. 도치의 코끝은 마지 돼지의 그것과 닮았네요.(몸집 크기는 매우 차이나지만요) ‘도치(돝)’가 ‘돼지’의 옛 말이기에 아마도 고슴도치가 흑돼지, 멧되지처럼 어떤 돼지의 일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고슴+도치(돝)...
고슴의 뜻을 찾아 보았지만 아직 정확한 근거자료나 사료는 밝혀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당연하게도 ‘가시’ ‘가시가 돋은’ 이 아닐까 확신이 들긴 하지만요. 국어학자 분들에게서도 ‘고솜’이 ‘가시’를 뜻하는 15세기 형태 ‘가’와 어원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견해가 제시되었으나, ‘가’ 가 ‘고’가 된다는 변화를 설명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일단은 정확히 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있답니다. 그래서 사실 고슴도치는 합성어인 다람쥐와는 다르게 단어 자체로 형태소라고 봐야할 것 같네요.
돼지(돝) 얘기가 나와서 덧붙이면, 도토리도 ‘돼지가 먹는 밤’이라는 뜻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한마디로 돼지밤인 것이죠. (도토리는 멧돼지가 잘 먹는 열매라고 해요.) 도토리가 등장한 자료들을 보면 15세기에 ‘도토밤’, ‘도톨왐’ 등으로 나타나는데(출처: 국립국어원) 돼지를 의미하는 앞 부분은 남고, 밤을 의미하는 뒷부분 ‘밤’과 ‘왐’ 대신 접미사 ‘-이’가 붙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도토리로 굳어진 것입니다. 요즘은 도토리를 돼지보다는 다람쥐가 먹는 것으로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형태소 분석하기에 재미있고, 동글동글 작고 귀여운 것들끼리 붙어 있으니 더 흥미로운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형태소 얘기를 하자니 할 말이 끝도 없이 많아지네요.
다음엔 낯설지만 그래서 더욱 궁금했던 형태소 2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