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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 딱지는 방패예요.

당신을 지켜주는 방패는 무엇인가요?

by 책피는엄마

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 요즘 내가 새벽미사 복사를 서는 날에 긴장해서 일찍 깨는 경우가 많았어.

늦게 일어나서 준비를 늦게 하고 지각하는 게 싫어서 그런 것 같아.

그래도 엄마는 가끔은 실수해도 괜찮다고, 엄마도 실수할 때가 있다고 편지에 썼어.

그런데 엄마는 실수를 해도 티가 안 나서 잘하는 것처럼 보여.

나도 언젠가 엄마처럼 티가 안 나게 실수하고 싶어. 그럼 안 혼날 수 있잖아.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긍정적인 기분이 느껴졌어.

넘어지면 아픈데 그 위에 딱지가 생겨서 새 피부가 생긴다는 것을 말해주니까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어.

나는 이 시인이 왜 딱지를 꽃씨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아.

왜냐하면 원래 피부는 조금 거칠고 안 예쁠 수도 있잖아. (엄마는 예쁘지만)

그런데 딱지 안에 있는 피부는 새하얗고 맨들맨들한 게 꼭, 나뭇잎보다 예쁜 꽃이라고 표현한 것 같아.

그러니까 더 예쁜,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야.


사람으로 따지자면 넘어지고 피가 나기 전에는 짜증 내는 나였는데, 딱지가 생긴 후에는 행복하고 착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럼 짜증 나는 수학을 풀 때랑 가르칠 때 좋게 말할 수 있으니까.

나에게는 수학에서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가 넘어져서 피가 나는 거랑 같은 상황이야.

그리고 엄마에게 혼나는 거는 넘어졌을 때처럼 너무 많이 아파.



(엄마의 말 : 이 부분에서 제가 딸에게 물었습니다. 아프고 어렵고 힘들 때 상처 위에 딱지처럼 너를 지켜주는 것이 무엇이냐고요. 처음에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엄마가 아무리 혼내서 아프더라도 너를 지켜주는 강한 생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자고 했어요.)



이 시인은 상상력이 정말 풍부한 것 같아. 넘어지고 딱지가 생긴다고 하면 슬픈 생각을 하는데

이 사람은 어떻게 딱지를 꽃이라고 했지!

내 딱지는 방패야. 다친 상처를 지켜주고 나쁜 세균으로부터 막아주는 방패.

그 방패는 음... 뮤지컬 Annie 공연에서 불렀던 Tomorrow 노래야.

내일은 오늘 보다 더 나아진다는 내용이라서.


엄마, 엄마도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싶다고 했잖아. 노력하면 더 풍부해질 거야. 그리고 지금도 정말 풍부해. ^^





엄마를 응원하는 지효가 :)












The sun'll come out tomorrow


So you gotta hang on till tomorrow


Come what may


Tomorrow, Tomorrow I love ya, Tomorrow


You're always a day away









<봄날>이라는 시를 선물했더니 <Tomorrow> 노래를 되돌려 받았어요. :)

엄마는 딸을 응원하려고 편지를 쓰는데, 오히려 늘 저를 더 응원해 주는 아이의 편지에 마음이 아려옵니다.



지난번 편지에 썼던 <봄날>을 다시 적어봅니다.



<봄날> 신형건



엄마, 깨진 무릎에 생긴

피딱지 좀 보세요

까맣고 단단한 것이 꼭

잘 여문 꽃씨 같아요

한 번 만져보세요

그 속에서 뭐가 꿈틀거리는지

자꾸 근질근질해요

새 움이 트려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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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