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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마음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박노해

by 책피는엄마

사랑하는 지효에게


지효가 어렸을 때부터 마음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있으면 자다가 깨서 심하게 울곤했어.

그 정도가 심하면 야경증이라고 불러. 지효는 야경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아졌지.

하지만 지금도 가끔씩 엄마에게 혼난 날이면 꼭 깨서 울더라.

그럴 때면 엄마는 예전처럼 당황하거나 힘들진 않지만, 여전히 안쓰럽고 마음이 아파

특히 엄마가 지효에게 화를 낸 날이면 더 그래.

지효는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아끼는 엄마의 보물이거든.

그리고 엄마는 지효가 힘들 때 언제든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사람이 되고 싶어.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감정을 터뜨리지 않고 말로 전했어야 했다는 생각에 자주 후회를 해.

감정을 조절하는 일은 엄마도 정말 쉽지 않아.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해서, 불을 뿜는 용처럼 화 내는 걸 계속해도 되는 건 아니겠지.

엄마는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무작정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어. 엄마가 본격적으로 책을 좋아하게 된 건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감정을 조절하는 첫 번째 단계가 뭔지 아니?

바로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알아차리는 것이야.

엄마는 화가 날 때,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잠깐 멈춰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해.


“어? 나 지금 되게 화가 났네.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짜증이 많이 나지?”


마치 친구가 화난 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한 걸음 떨어져서 내 마음을 바라보는 상상을 하는거야.

이건 심리학에서 ‘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해.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름을 붙이고 잠시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서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가는 방법.

엄마는 책에서 이걸 배우고 매일 조금씩 해보는 중이야.
지효도 엄마랑 같이 해볼까?

감정을 이렇게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지효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마음이 조금씩 더 단단해질 거라고 엄마는 믿어.
엄마도 연습해볼게. 지효도 함께 해보자.


한 번에 좋아지는 건 세상에 없어. 그래서 오늘 엄마가 들려줄 시는 바로 이거야.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박노해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꽃이 피었다고 말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별이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그가 변했다고 말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무너졌다고 말하지만

꽃도 별도 사람도 세력도

하루 아침에 떠오르고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나빠지고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좋아질 뿐

사람은 하루 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세상도 하루 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조금씩 변함 없이 변해간다












엄마는 이 시를 읽고 마음이 편안한 느낌을 받았어.

이 세상 어느 것도 한 번에 갑자기 생기는 일은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고.

우리 아파트에 많은 나무들이 키가 엄청 크자나. 그 나무들 덕분에 한여름에 얼마나 시원한지 늘 감탄하며

걷자나. 그 나무들은 적어도 30년은 됐을거야.(우리 아파트가 30년 됐으니깐)

처음부터 이렇게 크지 않았겠지. 아기 나무가 천천히 조금씩 자라서 지금의 이 모습이 만들어진거야.



조금씩 천천히 좋아지는 거야.

중간에 힘들면 멈추면 되. 멈췄다가 다시 또 출발하면 되지.

엄마는 이 생각을 마음 속에 새겨놓았어.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는 습관을 정착시키는 데 2년이 걸렸어. 좋아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나빠지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어. 그럴 때는 포기하고 싶더라고.

하지만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 그건 포기가 아니래.

그래서 엄마도 잘 안될 때가 있었지만 그때는 그냥 잠깐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했어.

그리고 다시 시도하곤 했던 것 같아.

늦더라도, 천천히, 쉬어가도 괜찮아.

지효와 엄마는 그렇게 함께 가보자.


느리지만 멈추지는 않는 마음을 전하며,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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