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신형건
사랑하는 라파엘라에게
2월에 마지막으로 쓰고 한 달 만에 쓰는 편지네.
한 달 동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정식으로 복사단 입단 후 일주일에 1번씩 미사를 가서 복사활동을 하고
1년 동안 준비했던 영어뮤지컬 공연을 잘 끝냈어.
그리고 드디어 개학을 했다..^^
새벽미사가 있는 날은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네가 긴장된다면서 한 시간이나 먼저 깬 것을 보고 안쓰러웠어.
또 개학하기 이틀 전부터 새벽에 몇 번씩 잠을 깼지.
우리 딸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가 봐.
늦지 않고 싶어서 긴장도 하는 걸 거야.
약간의 긴장은 좋은 거라고 생각해.
너는 분명 맡겨진 일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리라 엄마는 믿어.
그런데 가끔은 실수해도 괜찮아.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아.
실수하면서 배워가는 거야. 실수하지 않으면 배울 기회가 없잖아.
실수는 실패가 아니야. 괜찮아.
그러니 조금은 긴장을 덜해도 괜찮아.
엄마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수많은 실수를 했게.
지금도 마찬가지야.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너희에게 많은 실수를 하고 있어.
다만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야.
재미있는 시를 들려줄게.
봄에 꼭 어울리고 엄마의 편지 내용과 통하는 시 같아.
우리가 넘어져서 피부가 벗겨지면 피가 나고 그 위에 단단하게 딱지가 생기지.
그때 딱지 주변이 간질간질한 경험 있지?
그때를 상상하면서 읽어봐.
<봄날>
신형건
엄마, 깨진 무릎에 생긴
피딱지 좀 보세요.
까맣고 단단한 것이 꼭
잘 여문 꽃씨 같아요.
한 번 만져 보세요.
그 속에서 뭐가 꿈틀거리는지
자꾸 근질근질해요.
새 움이 트려나봐요.
엄마는 이 시를 읽고 나서 마음이 간질간질했어.
엄마 마음속에서도 무엇인가 근질근질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아.
그게 무엇인지 엄마는 여전히 살펴보고 느끼고 귀를 기울이는 중이야.
깨진 무릎에 생긴 피딱지를 꽃씨라고 쓴 시인의 상상력에 감탄이 나온다.
엄마도 그런 상상력을 가지고 싶다.
넘어져서 상처가 나야만 만날 수 있는 꽃씨라니..
넘어지는 것은 아프지만 ‘잘 여문 꽃씨’가 예쁜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상상하니 넘어지는 것이 무섭지가 않네? ^^
라파엘라는 이 시를 읽고 기분이 어때?
시인은 피딱지를 왜 꽃씨라고 표현했을까?
너라면 피딱지를 무엇으로 표현하고 싶어?
꽃 씨 속에서는 무엇이 꿈틀거리고 있을까?
이 시를 읽으니 엄마는 용기가 생겨.
아름다운 꽃을 만나기 위해서 얼마든지 넘어질 수 있는 용기 !
답장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