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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엄마도 크는 중이야

<잘 자는 우리 아기> 박목월

by 책피는엄마

사랑하는 딸에게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었어.

우리 딸이 신부님을 도와 미사를 봉헌하는 복사가 된 날이야.

복사가 되면 새벽미사도 나가야 하고 평일미사도 자주 가야 해서 엄마는 하지 않았으면 했지.

하지만 네가 끝까지 하고 싶어 해서 오늘까지 왔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점심까지 리허설과 입단식을 치르느라 수고했어.

너의 긴장된 표정에 엄마도 미사 시간 내내 긴장이 되었어.

엄마가 긴장했다는 증거를 단정한 너의 머리를 보며 알아챘어.

아침에 엄마가 너의 머리를 얼마나 세게 묶었는지

'팽팽하게 당겨진 머리카락들이 머리를 아프게 하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

아니나 다를까 미사 중간에 너는 당겨진 두피가 아픈지 계속 긁적였지.

복사 딸을 둔 엄마는 또 처음이라 서툴고 말았네. 다음번에는 잘해볼게! ^^

머리를 묶는 것뿐만 아니라 네가 복사 생활을 하는 동안

엄마도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하고, 인내하는 힘을 달라고 기도할거야.

네가 자라는 만큼 엄마도 성장해 볼게.



엄마는 우리 딸이 무슨 마음에 복사가 하고 싶은 건지 기특하면서도 신기하고 그래.

엄마는 엄마의 편안함이 제일 중요한데 우리 딸은 편안함을 포기할 만큼

복사가 되고 싶은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미사 중에 복사가 치는 종을 치고 싶어서 복사가 되겠다고 했지만..

설마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니겠지....ㅎㅎㅎ

그게 진짜 이유라면 이런 것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좋겠어.



종을 치는 선배 복사의 모습이 어땠길래 너는 종을 치고 싶을까?

종을 치는 순간을 보는 너의 느낌은 어땠길래 종을 치고 싶은 걸까?

종소리를 들었을 때 들었던 느낌은 어땠어?

미사 중 종을 치는 의미는 무엇일까?



엄마 질문에 대한 답을 답장에 써줄 수 있겠니?

답이 무척 궁금해진다! :)

오늘이 많이 피곤했는지 일찍 잠이 들은 너를 보며 엄마가 찾은 오늘의 시를 들려줄게.






잘 자는 우리 아기



잘 자는 우리 아기

꼬옥 감은 눈에

엄마가 사알짝

입맞춰 주고

잘 자는 우리 아기

꼬옥 감은 눈에

달빛이 살며시

입맞춰 주고



잘 자는 우리 아기

꼬옥 감은 눈에

포도넝쿨 그늘이

입맞춰 주고






기분 좋게 잘 자는 너와 잘 어울리는 시지?

박목월이라는 시인은 1915년도에 태어나서 선생님이 되었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명한 시인이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때와 북한과 우리의 전쟁까지도 모두 경험하셨어.

선생님이어서 그랬을까.

처음 쓴 시들은 어린이를 위한 동시였대. 그 후에는 어른들을 위한 시도 썼지.


'잘 자는 우리 아기'라는 시의 느낌은 어때?

엄마는 다정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

박목월 시인은 이렇게 시속에 감정을 담아서 썼대.


너는 이 시를 읽고 어떤 장면이 떠올랐는지 궁금해.

답장을 기다릴게.




- 꼬옥 감은 눈에 사알짝 입맞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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