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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무엇을 걸어 놓을까?

<별에 못을 박다 > 류시화

by 책피는엄마

지효에게


사랑하는 지효

너는 종종 걱정이 있는 밤에

‘잠이 안 와서 다음 날 학교에 늦거나 피곤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을 갖고 있잖아.

어떤 날은 불안을 넘어 공포에 가득 찬 너를 볼 때 엄마 마음도 아프고 답답해.

어제도 너는 동생과 잠들어 버린 엄마에게 찾아와 침울한 목소리로

‘‘잠이 안 와 엄마, 책 볼게..’라고 이야기했어.

너의 말 뒤에는 ‘엄마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라는 뜻이 숨어있을까?

그럴 때 엄마가 다정하게 대할 때도 있고 매몰찰 때도 있지.

엄마가 피곤한 상태에서 자다가 깨버리면 엄청나게 차가운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너에게 많이 미안해. 순간의 감정을 참아내지 못하고 불안한 너를 더 슬프게 해서.

그럴 때 따뜻한 말과 안아주는 것만으로 괜찮아질 텐데 말이야.



그런데 엄마와 너의 이 고민에 대해 괜찮은 아이디어가 생각이 났어.

엄마는 요즘 신나는 일이 ‘쓰기의 책장’이라는 글쓰기모임에서 글쓰기를 배우는 것과

‘단둘이 북클럽’을 읽는 거였잖아.

이 두 가지 일이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했어.



네가 잠이 안 와서 불안할 때 읽으면 좋을 시를 하나씩 모아볼까 해.

파도처럼 요동치는 불안한 마음을 잔잔하게 다스려줄 수 있는 시.

지효는 시를 좋아하니?

‘선아의 기분은 록쇽쇽’이라는 동시집을 읽을 때 재미있어했던 네가 생각나는데.

엄마는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되서까지 시를 좋아했어.

시에 담긴 은유적 표현들을 엄마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이 재미있었어.

엄마 상황과 연결해서 스스로를 위로도 했던 것 같아.

엄마는 류시화라는 시인을 좋아했어. 지금 찾아보니 책장에 2권이 있구나.

다시금 피니 오래전에 좋아했던 시가 눈에 딱 들어온다.

한 번 들어볼래?








별에 못을 박다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별들이 누군가가 못을 박은 구멍이라니. 너무 재미있는 상상이지 않아? ㅎ

지효는 별이 누군가가 못을 박은 흔적이라는 표현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엄마는 별들의 숫자만큼 수많은 아픔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위로가 됐었어.

나만 슬프고 아픈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나처럼 슬픈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야.

그리고 못에 걸려 있는 아픔의 주위를 별빛이 어루만져 주는 장면이 그려졌어.

이 짧은 시가 한동안 엄마 마음을 토닥이던 기억이 나.



너도 불안하고 무서울 때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리고 무엇이 걱정되는지, 걱정되는 그 일이 왜 생길 것 같은지, 그리고 그 걱정이 혹시 오늘이나

어제의 일과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닌지.

한번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질문을 해보는거야.



지효야, 우리는 별에 무엇을 걸어 놓을까?

엄마는 걸고 싶은 것 2가지가 있어.

하나는 걱정, 두 번째는 사랑.

걱정을 걸어 놓고 멀리서 관찰하고 싶어.

그것이 정말 걱정인지 아닌지 멀리서 보면 별 것 아닌 경우가 있더라고.

그리고 사랑을 걸어 놓고 네가 불안할 때마다 너의 침대 위에 있는 따뜻한 스탠드 불빛처럼 비춰주고 싶어.


그 별에 너는 무엇을 걸어 놓고 싶어?

답장 기다릴게.



**추신

아, 그리고 엄마는 이 아이디어에 이름을 붙이고 싶은데 어때?


‘밤에만 찾아오는 걱정 괴물 쫓아내기’

‘밤에만 찾아오는 걱정 괴물과 친구 되기’


뭐가 더 좋을까? 생각해 보고 엄마에게 답장 쓸 때 하나 골라줘.

만약 더 좋은 이름이 있다면 대환영.



-별에 사랑을 걸어놓은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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