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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리스본 Mar 12. 2017

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회사사회가 아니라 인간사회에서 살기 위하여

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시작은 아프로 헤어 때문이었다. 어느 날 저자는 회사 회식으로 노래방에 갔다가 아프로 헤어 가발을 썼다.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반응에 정말로 아프로 헤어를 했다. 회사 사람들은 물론 주변사람들이 즐거워했다. 카페에서도, 길에서도, 서점에서도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고 같이 대화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기를 원했다. 덕분에 한결 유쾌해진 저자는 '인생이란 생각보다 훨씬 심플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난생 처음으로 갖게되었다. 제법 모범적인 인생을 살아 아사히 신문의 기자로 제법 긴 시간을 살아온 터였다. 변화의 계기 두번째는 '사소한 농담'에서 비롯되었다. 마흔이 된 선배에게 저자는 악의에 찬 축하의 메시지를 던졌다. "인생의 전환점을 돌게 됐네요." 그러나 '전환점'이라는 단어가 며칠이나 저자의 내면에 울렸다. 당시 저자는 서른 여덟이었고, 자신이 말한 인생의 전환점을 2년 남겨두고 있었다. 그 때부터 저자는 질문하게 된다. 회사를 떠난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 하던 중에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다카마쓰. 다카마쓰에서의 소박하고 심플한 삶은 저자의 생각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도시생활의 고단함을 소비로 달래던 저자는 돈이 없어도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을 찾기 시작했고 시골 마을 직거래 장터에서 채소를 하며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고작 1만원 돈이었지만 장터에서 '이 때가 아니면 살 수도 없고, 맛볼 수 없는' 제철채소를 구입하며 저자는 즐거웠다. 산길 걷기도 도움이 되었다. 산을 따라 나 있는 순례길을 걷다가 저자는 어느 할아버지 얼굴에서 투명한 미소를 만난다. 어떻게 그토록 투명하게 웃을 수 있을까, 저자는 질문했다. 소비가 아닌 행위로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용기가 되었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10년 뒤인 쉬흔에 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 전에는 회사 안에서 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일들을 찾았다. 예를 들면 마감시간 앞당기기. 해당국의 데스크였던 저자는 기자들에게 밤의 즐거움을 찾아주기 위해 마감시간을 앞당겼다. 야근을 해봐야 신문에 더 넣을 수 있는 것은 한밤에 일어난 교통사고 정도였기 때문이다. 회사는 저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동지도 생겼다. 권력을 가진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자는 오히려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동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남은 시간 저자는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했다. 20년이 넘도록 자신을 지켜준 회사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느꼈을 때 퇴사를 했다. 회사가 없는 인간으로 살아가던 첫 날부터 저자는 알았다. 자신이 인간사회가 아닌 회사사회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 국가는 회사의 일원으로서 사람들을 관리했다. 회사밖의 삶은 위험하고 혹독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저자는 새로운 환경에서 삶을 시작했다. 사택도 수업도 없고 동료도 없고 쏟아져 들어오던 메일도 없는 곳. 그런데도 자꾸 웃음이 났다고 저자는 말했다.

"음, 왜일까요? 그건 아마도 내가 자유롭기 때문일 것입니다. 불안하고, 고독하고, 그러나 그걸 어떻게든 견뎌낼수 있는 나 자신이 있습니다. 그걸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건 회사 덕분이기도 합니다. 회사에 휘둘리고 울고 웃고 싸워왔기에 비로소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혼자 판단하고 혼자 책임지고 혼자 움직이는 삶 안에서 저자는 자유를 느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전기를 최대한 적게 쓰는 삶을 실천했다.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런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였습니다."

저자는 말한다. -  회사는 인생의 학교다.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워라. 수행이 끝나면 언제든 회사를 그만 둘 수 있다. 그 때까지는 열심히 일하면서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기를 만들어' 가라. 

회사를 그만 둔 뒤 저자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었다. 이웃들은 물론 동네목욕탕의 할머니들과도 기꺼이 친구가 되어 즐겁다며 저자는 이런 말로 이야기를 끝냈다. 

"<연결>이 앞으로의 사회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 역시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연결이 되려면 우선 혼자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퇴사하겠습니다. 생각보다 어떻게든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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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10/20170310017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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