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요즘 뭐에 빠져 있어?

What are you into these days?


요즘 어느 때 보다도 럭셔리하게 살고 있다.

'시간이 금이다'라고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자유인이 되고 나서 시간적 럭셔리함을 만끽하는 중이다. 오 예-! 출근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급하게 아침부터 허둥지둥 안 해도 되고, 충분한 수면욕을 다 채운 뒤에 일어나서 먹고 싶은 아침 메뉴를 골라 해먹을 수 있다. 원래 삼시 세끼 중 아침밥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아침 식사를 원하는 메뉴로 만들어 천천히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요즘에 감사한다. '인생 뭐 있나, 일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 아닌가!'를 아로새겨보는 요즘이다.


버터치킨카레, 새우볶음밥, 소고기버섯육개장, 토마토스튜, 청국장, 배추된장국, 김치찌개, 오므라이스, 오징어덮밥, 순두부찌개. 이번 달에 직접 해먹은 아침밥 메뉴들이다. 원래 요리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데다가, 시간에 쫓기지 않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하니 아침밥 만들기가 제법 재미있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뭘 해 먹을까?' 하면서 냉장고 문을 여는 시간이 즐거워진다. 씻고 칼질을 하고, 가스 불을 켜서 끓이고 볶는 시간을 거쳐 테이블에 밥상을 차린다. 오직 나만을 위해 차린 밥상이 쓸쓸해 보이지 않도록, 예쁘게 그릇들에 잘 담고 수저와 젓가락도 받침에 올려준다. 해먹을 줄 아는 음식의 가짓수가 늘어나는 만큼 아침밥을 만들고 즐기는 시간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시간을 체크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적 럭셔리함에, 밥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눌 사람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이기 때문에 TV화면에 요즘 나의 최애를 초대해 본다. '마츠다 류헤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마츠다 류헤이'를 검색한다면 사진 등을 보고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예전엔 그의 인상이 너무 별로여서 그가 주연인 드라마나 영화는 포스터만 보고도 꺼려졌었다. 암울하고 음침함이 느껴지는 인상이라고 짐작했었다. 그런데 감정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 별 거 아닌 사소한 계기로 누군가를 좋아하하게 되기도, 반대로 마음이 금세 식기도 하니 말이다.


얼마 전 좋아하는 작가가 쓴 드라마를 찾아보았다.

그 드라마에 출연한 '마츠다 류헤이'는 '책 사이에 끼여 있는 종이벌레 같아'라는 말로 묘사당했다. 그 대사를 듣고 나서부터 뭔가 귀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있지만 감은 것 같고, 움직이지만 그다지 움직이지 느껴지지 않는 몸짓의 그가 갑자기 좋아졌다. 그 후로, 그의 출연작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즐거운 아침밥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입도 즐겁고 눈도 즐거운 시간이다. 난 이렇게 요즘 '아침밥 만들어 즐겁게 먹기'에 빠져 있다.


작년에 잠깐 빠져 봤던 검도에 다시 빠져 볼까 한다.

작년엔 회사와 병원을 계속 오가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멈췄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 오늘은 검도복을 찾아서 세탁부터 해야겠다. 처음 검도장에 상담하러 갔던 날, 검도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훅-다가오는 열기와 땀냄새에 당황했었다. 하지만 수련 시간을 참관하고 나서는 신기하게도 그 열기와 냄새가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로 예를 갖추고, 정신을 집중하여 검을 다루기 위한 자세를 배우는 시간. 한 시간 동안 중단 자세만 연습한 적도 있지만, 지루하지 않고 정신이 맑아지는 신기함을 경험했다. 그 후로 조금씩 조금씩 다양한 자세를 익히고, 플라스틱 검에서 죽도를 다루게 되면서, 피곤해도 퇴근 후에 검도장에 가는 시간이 설레일 만큼 한 동안 난 검도에 빠져 있었다. 이 글을 관장님이 읽게 되면 "검도에 푹 빠진 모습 난 못 봤는데?"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난 남에게 티 안 날 정도만큼 확실히 검도에 빠져 있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생각해 보니, 빠져 들 대상이 있다는 건 분명 다행인 일이다.

어떤 날은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핑 돌기도 해서 '나 혹시 우울증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푹 빠져 있는 것, 그리고 빠져 들고 싶은 것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다. 라디오 들으면서 아침밥을 먹고 싶은 메뉴로 여유 있게 만드는 것, 맛있는 아침밥을 '마츠다 류헤이'의 굼실거림을 보면서 먹는 것, 검도장에 가는 것, 그리고 우리 집 아파트에 모여 노는 고양이들을 관찰하는 것. 이것들이 '요즘 내가 빠져 있는 것'들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면, 특히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면,

"요즘 뭐에 빠져 있어요?", "혹시 요즘 빠져 있는 게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어떨까?

어디 사는지, 어떤 일 하는지를 물어보는 것보다 뭔가 낭만적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취향이 통하는 소울메이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What are you into these days?"







'빠지다'라는 단어가 묘하게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사랑에 빠지다', '푹 빠져들다' , '잠에 빠지다', '매력에 빠져버리다', 이런 표현들이 뭔가 나른하고 낭만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영어로는 각각 다른 동사와 전치사 등을 이용해서 표현하지만, 대표적인 'fall in' , 'be into', 'be absorbed in' 등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 in 또는 into를 사용하니, 안으로 들어가서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머무르는, 지속적인 느낌은 두 언어가 굉장히 비슷하다.



[한 모금 더]

into

전치사로 '~안에, 안으로'라는 뜻을 나타낸다. 주로 '내부를 향한 운동 또는 방향'을 나타내며, out of가 반대의 의미를 가진다고 보면 된다. 또는 함께 쓰이는 동사에 따라 '변화 또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e.g. change water into power / translate English into Korean)



[체크 체크 & 비슷한 표현]

- be into: ~에 빠져 있다, ~에 관심이 많다

- be not that into: ~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지는 않다

- be absorbed in(to): ~에 빠져들다, ~에 몰두하다

- dive into: ~에 뛰어들다, ~에 빠져들다

- be obsessed with: ~에 푹 빠지다, ~에 집착하다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기도 함)


위 패턴 모두, be 동사와 함께 쓰기 때문에 주어와 시제에 알맞은 be동사를 사용하면 된다. be into가 가장 일반적으로 캐주얼하게 사용되는 '빠져 있다'의 표현으로, 가볍고 편하게 무언가 또는 누군가에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be absorbed in(to)의 경우에는, 동사 absorb가 '흡수하다', '빨아들이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무언가에 쭉 빨려 들어간 것과도 같은 깊은 몰두와 전념의 느낌으로 많이 표현된다. dive into는 보통 '(물속으로) 뛰어들다'라는 의미로 익숙하지만, '무언가에 새롭게 뛰어들다, 빠져들다'의 뜻으로 쓰인다. 무언가에 새롭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이고 의욕적으로 몰두하려는 자세를 가리킨다. be obsessed with는 동사 obsess가 '(누군가의 생각을) 사로잡다', '집착하게 하다', '강박감을 갖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무언가 또는 누군가에 대한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로, 다소 부정적으로까지 비칠 수 있는 정도의 푹 빠짐을 나타낸다. 각 상황과 정도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활용]

* 해석은 자연스럽게 번역한 것으로, 직역이 아니므로 주의!


What are you into these days?

넌 요즘 뭐에 빠져 있어?


Most teenage girls are into K-pop.

대부분의 십 대 소녀들은 케이팝에 빠져 있어.


He's not that into you.

그는 너에게 그다지 반하진 않았어.


I am into you.

난 당신에게 푹 빠졌어.


We're really into trying spicy food.

우리는 매운 음식 먹어보는데 진짜 푹 빠져 있어.


I was so into computer games when I was a boy.

내가 어렸을 땐 컴퓨터 게임에 푹 빠졌었지.








무언가에 푹 빠지면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즐거움들이 보일지도 몰라요. 빠지기 전과 빠져든 후의 나는 분명 다르니까요. 빠지는 대상이 누군가라면 더욱 좋겠죠?


Being into someone is so romantic, isn't it?





이전 10화화장실이 급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