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너무 올랐잖아?!

Prices are through the roof!


나는 마트에 가는 걸 좋아한다.

타의에 의해서 무언가를 급하게 사가야 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마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제법 즐겁다. 운전이 가능해진 이후로는 다른 동네에 있는 마트에 가보기도 한다. 새로운 곳으로 장보기 탐험을 떠나보는 거다. 주차를 하고 카트를 하나 골라, 먼저 식료품 매장으로 향해본다. 어떤 매장은 지하로 내려가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1층부터 차근차근 시작되는 곳도 있다. 마트마다 색깔이나 분위기가 다양하고, 같은 체인의 대형마트라 하더라도 지점마다 동네마다 비슷한 듯 또 다른 느낌이 재미있다.


아무리 내가 마트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카트에 무턱대고 물건을 담고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나름의 예산을 정하고 휴대폰 메모장에 <꼭 사야 할 것들>과 <사고 싶은 것들>을 따로 구분하여 입력한 후에 움직이는 편이다. 매번 눈길은 '1 + 1' 이나 '오늘만 반값 할인'에 먼저 향하지만, 그래도 발길은 이성적으로 옮겨본다. <꼭 사야 할 것들>에 속한 물건이 포함된 코너로 먼저 가본다. 나름의 규칙과 전략을 두고, 셀프 제어를 실행하는 셈이다.


<꼭 사야 할 것들> 리스트 중에서 1번부터 제거해 본다.

음료와 주류 코너로 가서, 평소 애호하는 캔맥주 번들과 커피, 생수를 담는다. 오케이. 3번까지 완료. 가격 비교까지 하고 물건을 사는 편은 아니라서, 일단 이 리스트에 포함된 물건들은 크게 가격을 체크하지 않고 쿨하게 담아본다. 거의 매일 먹는 계란과, 집에 여분이 있어도 개수가 줄어들면 왠지 불안한 라면, 주전부리용 몇 가지 간식, 그리고 곧 바닥을 드러낼 것 같은 양념들, 밥 짓기 필수템 야채 몇 가지, 제철 과일 한 가지 혹은 마땅한 것이 없으면 사과, 두부와 약간의 고기를 담고 나니 꽤 카트가 무거워졌다. '혼자 사는데 너무 많이 샀나?'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꼭 사야 할 것들만 산 건데 웬 걱정?'이라는 생각이 치고 올라온다.


이제 <사고 싶은 것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사고 싶었던 것들 중 2-3가지만 사 보기로 마음을 정한다. 진짜 즐거움은 이제부터다. 알맹이는 같지만 패키지가 새로 바뀐 것도 있고, 1인 가구에 알맞게 작은 용량으로 나온 것도 있고, 새로운 향이 추가된 것도 있다. 무슨 맛인지 알 것도 같지만 어쨌든 궁금한 새로운 맛의 과자도 들었다 내렸다 해보고, 인기 동영상에서 보고 메모해 뒀던 오일이랑 소스 몇 가지도 구경한다. 거의 매주 마트에서 장을 봐도 어쩜 이렇게 매주 또 새롭게 사고 싶은 것들이 생기는지, 구매욕은 사그라들 줄 모르고 나날이 상승 중이다.


'다 사진 않아도 이렇게 구경한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즐거웠잖아?' 하면서, 새로운 맛의 소스와 치즈, 오일을 카트에 담고 그다음 스테이지로 향한다. 요즘은 캐셔분들이 있는 계산대가 몇 개 없어서 자연스럽게 셀프 계산대를 이용한다. 삑-! 삑-! 삑-! 경쾌한 바코드 인식 소리에 맞춰 신나게 금액이 올라간다. '음....아.....어????' 자잘한 가격들이 한데 모여 큰 산을 이루었네?!


상품에 붙은 가격표는 가끔 우리를 농락한다.

9,000원이 아닌 8,950원, 10,000원이 아닌 9,900원이라는 표를 달고선, "별로 안 비싸죠? 이 정도면 싼 거 아닌가요?"라는 느낌을 준다. '그래...만 원도 안되는데 뭐...'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카트에 담은 것들이 막상 계산을 하면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다. 위에서 말한 금액 차이는 정말 얼마 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단지, 50원 차이, 100원 차이지만 가장 앞에 적힌 숫자를 살짝 바꾼 것만으로도 체감 가격은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매번 계산대에서는 같은 혼잣말이 나온다.

"뭐야...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왔잖아?"


셀프 계산대라고 해도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이 있으니 재빠르게 계산하고 물건을 담아야 한다.

그 와중에 쿠폰, 카드 할인, 멤버십 할인, 적립금 등을 놓치지 않고 챙겨본다. 이런 거라도 챙겨서 조금이라도 알뜰 쇼핑한 기분을 내고 싶다. 매번 이렇게 뒤늦은 짠순이-력! 을 계산대 앞에서 발휘해 보는 거다. 계산대가 토해내는 영수증을 받아 들고는 혹시라도 모를 계산대의 실수를 잡아보려고 휙-눈으로 스캔해 본다. 계산대는 실수가 없다. 물가 체감 못하고 카트에 담은 나의 약간은 모자란 판단력이 문제다.


매회 마트 장보기에 할당된 예산은 최대 1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1인 가구이니 이 정도면 충분한 금액이라 판단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예전엔 일주일 치 식량과 생필품을 다 담아도 10만 원 넘는 일이 별로 없었으니까. 그런데 얼마 전부터 예산을 몇 천 원 또는 만 원 정도 오바하더니, 슬슬 오바된 금액이 커지는 중이다. 구매하는 것의 종류는 대동소이한데 금액이 불어나니, 결국 계속 오르는 물가가 범인인 것이다.


44년째 인생을 살면서 "물가가 내렸습니다."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매년 계속 오르는 물가. 물가라는 것은 과연 잡힐 수는 있는 것인가? 물가에는 오르막 길만 있고 내리막 길은 없는 것이 분명하다. 봉지 과자만 생각해 봐도 그렇다. 국민학교 시절에 과자를 사러 슈퍼에 가고 싶으면, "엄마 100원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은 질소를 빵빵하게 채운 과자 한 봉지의 금액은 대체로 1,300원 이상은 되는 것 같다. 물론 화폐 가치의 차이라는 것이 있지만,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살림을 꾸려가는 소시민은 자꾸 올라가기만 하는 물가에 소심해진다.


영수증을 자세히 살펴본다.

그중에서 당연 눈에 띄는 항목이 있다. 바로 '사과'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과 6알에 13,900원을 줬다. 그럼 한 알에 2,316원 정도. 와-엄청난 고퀄의 사과도 아닌데 정말 비싸다. 사과 물가가 너무 올랐잖아?! 사과뿐만이 아니다. 물가가 계속해서 오른 나머지 체감이 둔해진 걸 수도 있다. '예전엔 얼마였더라? 이 가격이면 하나에 얼마인거지?'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물가가 오른 걸 심각하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매번 뉴스에서 '장바구니 물가'란 단어를 쓰면서 채소와 과일 가격을 개당 금액으로 분석해 줬던 것처럼, 이제 마트 가서 휴대폰 계산기를 두들겨보며 장을 봐야 하는 것인가. 즐거운 마트 장 보기에 핸디캡이 하나 더 생긴 것 마냥 서글퍼진다.


내가 즐겨 먹고 자주 사용하는 상품을, 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쉽게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건 삶의 작은 즐거움을 빼앗긴 기분이다. 내려가지는 않을 거라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조금씩 올라가 주길 물가에게 빌어본다.


"Prices are through the roof! Are prices ever going to come down?"Prices are through the roof!






[체크 체크]

through the roof: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앞에 be동사 또는 동사 go가 오는 것이 대부분이며, 감정이나 수치가 급격히 올라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관용 표현이다. 주어를 price로 사용하면 위와 같이 물가와 가격이 급등한 상태를 나타내지만, 사람의 감정과 관련해서도 자주 쓰인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Gas prices are through the roof these days.

요즘 기름값이 너무 올랐어.


My stress level is through the roof!

지금 내 스트레스 정도가 극에 달했어!


His anger went through the roof when he found out the truth.

그는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분노가 폭발했어.


Since the product launch, sales have gone through the roof.

그 상품이 출시된 이후로, 매출이 급등했어.




[비슷한 표현]

* 해석은 자연스럽게 번역한 것으로, 직역이 아니므로 주의!


Prices are through the roof these days! It’s crazy!

요즘 물가가 말도 안 되게 너무 올랐잖아?! 미쳤나 봐!


What’s going on with these prices?

도대체 물가가 왜 이런 거야?


Prices have skyrocketed!

물가가 너무 치솟았어!


Grocery prices are crazy these days!

요즘 장바구니 물가가 장난 아니야!


Prices just keep rising. When is it going to stop?

물가가 계속 오르기만 해. 도대체 언제쯤 멈출까?







물가가 이렇게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당분간은 허리띠를 졸라 매보는 게 정답일까요? 졸라맨 허리띠를 풀고 맘 편하게 풀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요?


Is tightening our belts the right thing to do for now?



이전 19화좀 즐기면서 살아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