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your own business.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대표하는 단어들이 있다.
그것들 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을 고르라면 바로 '정(情)' 과 '오지랖'이지 싶다. 그리고 이 두 단어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 않은가.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대체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자꾸 신경이 쓰여서..."
"쟤가 저러는 거 다 정이 많아서 그래."
"내가 원래 이런 거 못 보는 성격이거든.."
나쁜 취지로 일부러 그러는 사람 말고는 대체로 다들 선의로 오지랖을 부린다.
그러나 '오지랖을 떨다'나 '오지랖을 부리다'라는 표현의 어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선의로 시작된 그 오지랖은 그걸 원치 않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유쾌하지는 않은 것이 확실하다. 상대가 원치 않는 오지랖을 부리는 건 정말이지 부담스러운 짝사랑과 같다. 대략 난감하고, 일이 더 복잡해지거나, 심하면 기분이 상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오지랖'이라 칭할 것인가?
도와달라 하지 않았는데, 원치 않았는데 무턱대고 조언을 하거나 도와주는 경우를 '오지랖'이라 해야 할까?
결국 '오지랖'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그 오지랖을 겪게 되는 상대에게 달려있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 그날의 기분 등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의 예상치 못한 조언이나 도움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면, 그것은 오지랖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는 그러한 경우 '귀여운 오지랖'이라 명명한다. 반대로 정말 원치 않고, 부담스러워 거절의 의사를 어느 정도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적으로 돌진하며 조언하고 간섭하는 것은 '명백한 오지랖'이 분명하다.
"왜 결혼은 안 해?"
"네 나이에 집이 너무 좁은 거 아냐?"
"회사에서 연봉은 얼마나 돼?"
"운동 좀 해라. 나잇살 올라오기 전에 운동 좀 해."
"네 남편은 평소에 이런 것도 안 도와주니?"
"아직까지 일부러 아기를 안 낳은 거야?"
"야, 그건 별로야. 내가 알려주는 걸로 가입해."
"그 집 애기도 이제 슬슬 학원 보내야 하지 않아?"
이런 식의 발언이 지나친 관심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오지랖일 것이다. 아무리 "걱정되는 마음에 물어보는 거지...", "다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야.."라고 변명을 해도, 상대방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불편한 간섭에 불과하다.
예전엔 이런 경우도 있었다.
배낭을 메고 걸어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지이익-'하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뒤에 걸어가던 할아버지가 배낭 지퍼를 닫아준 거였다. 무슨 말이라도 하면서 닫아주시지.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모른다. 지퍼 소리를 들었던 그 순간은 불쾌함과 놀람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배낭 주머니가 좀 열려 있었나?'하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건 한참 지나서였다. 혹시라도 배낭에 물건이 빠져나올까 봐, 또는 헤벌레 하고 벌어진 배낭이 보기 싫어서 지퍼를 닫아줬겠지 싶지만 깜빡이도 없이 불쑥 찾아온 오지랖에 너무도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보니 다양한 오지랖들이 떠오른다.
버스에 앉아 가고 있는데 뒤에서 불쑥 손가락이 올라오더니 내 어깨 위의 머리카락을 떼어간 적도 있고, 도쿄에서는 갑자기 내리는 비에 전단지를 나눠주던 사람이 우산을 나에게 주고 간 적도 있다. 구글맵을 보면서 호텔을 찾아가다가 왠지 너무 돌아가나 싶어서 "이 길로 가는 것이 맞나요?"라고 물어봤을 뿐인데, 휴대폰 화면을 쓱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따라오라는 손짓으로 호텔 앞까지 먼저 씽씽 걸어가서 안내를 해 준 사람도 있다. 어찌 보면 오지랖이지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다 고마운 도움들이다.
언젠가 '오지라퍼'라는 말이 생겨났다.
또, 한 영화 속 주인공이 "너나 잘하세요."라고 했던 말이 유행하면서, 서서히 '오지랖주의보'가 발효되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말이나 행동이 행여 '오지랖'이 되어버릴까 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어쩌다 용기 내서 다른 사람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네가 뭔데 참견이야?"라는 말에 도리어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오지랖이 천성이라 하는 사람들도 선의의 오지랖을 부리기 전에 '과연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맞나?'하는 사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내 입장에서는 '자발적 도움'이고, '선의의 행동'이라 할지라도 그걸 받아들이는 상대방이 '오지랖'이라 느낀다면, 그것도 '불쾌한 오지랖'이라 느낀다면 상대방 머릿속에서는 이런 말이 떠오를 테니 말이다.
"당신의 그 오지랖 사양하겠어." 혹은 "너나 잘하세요."
[한 모금 더]
business
우리에겐 '사업, 사업체'라는 뜻으로 익숙하지만, 문맥에 따라서 여러 의미로 사용된다.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쁜'을 뜻하는 형용사 busy에서 파생되었으며, '바쁨, 바쁜 상태'를 뜻하는 busyness가 business로 분화되어 '사람이 바쁘게 하는 일','사업, 업무' ,'사업체' 등을 나타내게 되었다. 하지만 business는 이런 의미 외에도 '용무, 볼일, 관심사, 용건' 등을 뜻하며, 부정 구문에서는 '간섭할 권리'를 뜻하기도 한다. 아래 예문을 보면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 What's your business here?
무슨 일로 오셨나요? (*공격적이거나 의심하는 뉘앙스로 들릴 가능성이 높음)
- Mind your own business.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나 잘하세요.) (*공격적이고 무례하게 쏘아붙이는 표현)
- You have no business to interfere.
당신은 간섭할 권리가 없어.
[비슷한 표현]
* 해석은 자연스럽게 번역한 것으로, 직역이 아니므로 주의!
Mind your own business.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나 잘하세요. =네 일이나 신경 쓰셔.)
(*강한 불쾌감을 표현하는 상황에서 사용할 것을 권장)
It's none of your business.
네 알 바 아니잖아.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차갑게 쏘아붙이는 느낌이 드는 표현이므로 주의)
This has nothing to do with you.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위와 마찬가지로 차가운 어조이므로 주의)
Stay out of it.
너는 빠져. (=상관하지 마.)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기분 나쁘게 들릴 가능성이 있음)
That’s not your concern.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I didn’t ask for your advice.
당신의 조언을 구한 것은 아닙니다만.
Let me deal with it in my own way.
제 방식대로 처리하게 그냥 놔두세요.
Thanks, but I’ve got this.
고맙지만, 제가 알아서 할게요.
I appreciate your help, but I’d prefer to handle it on my own.
당신의 도움은 감사하지만, 혼자서 하는 것이 더 편해요.
원치 않는 호의나 지나친 간섭은 '오지랖'이요, 마음이 훈훈해지는 도움의 손길이나 조언은 '선행'이겠죠. 나의 발언이나 행동이 '오지랖'이 아닌 '선행'을 베푸는 그것이기를 바랍니다.
"I hope my words and actions are seen not as meddling, but as kind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