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알고 있어.

Keep it to yourself.


"이건 너만 알고 있어."

"이거 너한테만 얘기해 주는 건데..."

누군가가 이런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청취욕구가 올라간다. 딱히 남의 가십이나 개인사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님에도,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말에 최면이 걸린 것 마냥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하게 된다. 그리고 역시나 그 이야기는 나뿐이 아닌 모두에게로 퍼져 나간다. 아마도 '너'는 '나'뿐이 아니라 '모두' 였을지도 모른다. 또는 '너만'이 아니라 '너도'의 의미였을 지도? 나는 정말 착실하게 '나'만 알고 있었음에도, 결국 '나'도 알게 된 것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원래 세상에 비밀이라는 것은 없다고 하지 않나.

'너만 알고 있어.'라는 것은 애초부터 미션 임파서블이다. 그 이야기가 정말 유용한 꿀팁 정보라면 '나'만 알고 있기에는 입이 근질근질하다. 그 정보를 가족, 아주 가까운 지인에게는 알리고 싶어진다. 반면에 그 이야기가 정말 나 외에 누군가에게 알려지면 이야기의 당사자가 곤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라면 입을 다물고 약속을 지켜본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입을 닫고 있어도, 그 이야기는 결국 누군가에서 또 누군가에게로 구전동화처럼 서서히 퍼져나가는 것이 다반사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을 이용한 마케팅이 바로 바이럴 마케팅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여러분한테만 알려드리는 정보!"라는 문구가 휘황찬란한 컬러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건 '모두에게 알려주는 정보'임이 분명하지만, 이걸 알면서도 이미 손가락은 그 영상을 누른 지 오래다. 그럴듯한 정보와 이야기로 물건을 사고 싶게 만든다. 거기다 링크까지 지인에게 공유하면 나와 지인 모두 추가 할인. 결국 모두에게 다 퍼뜨려달라는 거잖아. 이렇게 매번 다 알면서 속는다. 또 속고 나서 산 물건이 꽤 맘에 드는 경우도 있어서 다 알면서도 속는 거다.


이렇게 결국 누군가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비밀 같지 않은 비밀'이라면 그래도 괜찮지만,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비밀이어야 하는 비밀'이라면 입을 무겁게 다룰 줄도 알아야 한다. 정말 그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되는 자신의 비밀 같은 고민이나 어려움일수록, 친구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국 친구에게 어렵게 털어놓았던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너만 알고 있어."라는 흥미유발(?) 또는 거꾸로 일종의 서약(?) 요구로 시작해서 친구의 친구에게 그렇게 전달되고야 만다. 그 친구는 비밀을 지켜줄 거라고 믿었으니까,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친구에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너무 괴로웠으니까..등의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친구에 대한 실망까지 더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비밀이랄 것도 없지만, 내 개인적인 고민을 남과 나누기를 딱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다행이다 싶다. 답답해서 벽에 대고 라도 얘기하고 싶다면 차라리 사람보다는 벽을 추천해 본다.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 전달되는 것도 어렵다.

전해 들은 이야기가 비밀로 지켜야 하는 이야기일수록, 다른 사람의 흥미를 유발할 정도로 자극적일수록, 자신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중에 알고 보면 그 이야기가 엄청 부풀려지고 왜곡되고 개성 있는 창작물로 변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정말 비밀로 해야 하는 이야기라면, 소수에게만 꼭 알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냥 그것은 애초부터 입을 열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인간에게 '귀는 두 개이지만 입은 한 개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사실 생물학적인 이유는 아니다. 철학적인 접근으로 설명한 이유이다. 남의 이야기는 최대한 많이 듣되, 말은 적게 하라는 뜻이라 한다. 인풋은 충분히 하되, 아웃풋이 적도록. 약간 출력값이 떨어지는 이야기 상자가 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본다. 앞에서 한 이야기와 조금은 방향이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내용물이 남의 것이든 나의 것이든 간에, 이야기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겠다. 실천하기에는 몹시 어려운 일이겠지만 현자의 말씀이니 받아들이고 실천을 마음먹어 본다.


아니 잠깐.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글을 쓰고 있는 거 보니까 나도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흘러가듯 지나가는 소리가 아니라, 오래도록 남게 되는 글자로 남기는 이야기이니 더욱 신중해야겠다. 하지만 이건 나의 비밀 이야기도 아니요, 남의 가십도 아니니 이렇게 말할 필요는 없겠다.


"Keep it to yourself."







[체크 체크]

Keep it to yourself.: (그건) 너만 알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마.)

비밀을 공유할 때, 아직 확실하지 않은 정보일 수 있거나 민감한 정보일 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다만, 말투나 상황에 따라서 무례하거나 쌀쌀맞게 들릴 수 있으니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비밀이라는 사실을 가볍게 말할 때도 쓰지만, 분위기에 따라 경고처럼 들릴 수도 있다. 표정이나 목소리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하고 싶다면, 아래 [비슷한 표현]을 참고하자.



[비슷한 표현]

* 해석은 자연스럽게 번역한 것으로, 직역이 아니므로 주의!


Keep it to yourself.

너만 알고 있어.


I hope you’ll keep it to yourself.

그건 너만 알고 있었으면 해.


Let's keep it between you and me.

그건 너랑 나만 아는 걸로 하자.


This is just between us.

이건 우리끼리만 아는 거야.


You’re the only one I’m telling this to.

이 얘긴 너한테만 하는 거야.


Can you keep this between us? I don’t want anyone else to know.

우리끼리의 비밀로 해 줄 수 있겠어? 난 다른 사람이 알게 되는 건 싫어.


Please don’t share this with anyone else.

다른 사람한테 이 얘기해서는 안 돼.








누군가에게 비밀을 말하고 싶을 때는 아래 문장을 떠올려봐요.

Nothing stays a secret forever.





이전 22화쌤통이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