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 마!

Don't be such a chicken!


'쫄다'라는 표현은 귀엽다.

발음하면서 느껴지는 소리 자체가 앙증스럽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겁먹다'의 경상도 방언이라고 나와 있는데, 확실히 '겁먹다'보다 '쫄다'가 왠지 느낌이 확-!산다. 명사형으로 비교해 봐도 그렇다.

'겁쟁이' vs. '쫄보'.

왠지 모르게 '쫄보'가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나에겐 '쫄보'가 승리다.


사실 나는 쫄보가 될 때가 많다.

특히 스피드 앞에서 쫄보가 된다. 나는야 운전대를 잡은 지 이제 1년을 갓 넘긴 초보운전자. 고속도로 1차선에서 신나게 '씽-!' 하고 나를 지나쳐 가는 차들을 보면 멋지다. 스피드를 즐기는 것 같은 운전 선배들. 난 제한속도 100이나 110에 맞춰 달려도 손에서 땀이 난다. 맘 같아선 100 이하로 달리고 싶지만 뒤에 오는 차가 내 뒤에 바짝 붙어오면 나도 모르게 눈치가 보여 속도를 높인다. "다들 뭐가 이리 급해서 왜 이렇게 빨리들 달려?! 무섭게시리.." 하고 구시렁거리면, 뒷좌석에 앉은 엄마는 한 손씩 바꿔가면서 손바닥 땀을 닦는 내가 더 무섭다고 한다.


스피드 쫄보는 높은 곳에도 약하다.

엄청난 스피드에 아찔한 높이가 결합된 롤러코스터는 나에게는 마치 고문도구이다. 젊었을 때 분위기에 휩쓸려 엉겁결에 롤러코스터에 올라탔다가 거의 혼절상태로 기어내려 구토를 한 적도 있다. 다행히 구토는 한순간으로 끝이 났지만, 며칠 째 이어진 어깨와 목의 결림이 문제였다. 파스를 붙여도 며칠 째 이어진 결림과 통증은 롤러코스터 위에서 내가 얼마나 쫄았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이었다.


무언가에 이렇게 겁을 먹고 쫄게 되는 것은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서라고 한다.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서 쫄게 된다고 하니 자주 쫄아버리는 자신이 측은해진다. 그래서인가? 쫄게 되는 순간이나 대상은 나이가 들면서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점차 줄어드는 여생 때문인지 별의별 거에 다 놀래고 쫄아버린다. 우리 집 앞 공원에 무리 지어 다니는 깡패 비둘기들에도 쫄고, 왜인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통장 잔고에도 쫄고, 혼자 밤늦게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순간 갑자기 들어서는 낯선 이에게도 쫄 때가 많다.


하지만 쫄았다가 다시 당당하게 어깨 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못한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헤쳐나가야 할 일이 태산 같은 요즘은 평소처럼 자주 쫄면 곤란하다. 쫄지 말고 앞으로 한 발짝씩 전진해야 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 달에 제대로 일을 시작했어야 하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걱정과 쫄림에 아직 제자리 중이다. 계속 제자리에 있으면 안전하기야 하겠지만 영원히 쫄보로 남는 거겠지. 잠깐의 쫄보는 괜찮지만 영원한 쫄보는 싫다. 하고 싶은 일을 향해서 쫄지 말고 나아가자!


"Don't be such a chicken!"







[한 모금 더]

chicken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단어이다.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닭' , '닭고기'의 뜻으로 쓰이는 것 외에, 속어로 '겁쟁이'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대체로 닭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맞서거나 이겨내려고 하기보다는 날아가 숨거나 도망치려고 하는 모습을 주로 보인다. 이러한 모습때문에 닭을 겁이 많은 동물로 인식하게 되었고, 겁쟁이의 대명사로 사용하게 되었다.


아마 '치킨게임(chicken game)'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두 명의 운전자가 각각 마주 보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면서 ‘계속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핸들을 돌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상대방이 돌진할 것에 겁을 먹고 핸들을 돌리면 게임에서 지게 되고, 겁쟁이라고 불린다. 반면 핸들을 돌리지 않고 돌진한 사람은 승리의 기쁨을 맛보며 영웅 취급을 받는다. 만약 두 사람이 모두 핸들을 돌리지 않는다면 모두 크게 다치고 큰 손해를 입게 되는데, 이러한 게임에서 겁을 먹고 핸들을 돌린 사람은 겁쟁이 또는 비겁자가 되기 때문에, 이를 '치킨' 게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담력 겨루기를 하다'라는 뜻의 'play chicken'이라는 표현도 자주 쓰인다.



[비슷한 표현]

* 해석은 자연스럽게 번역한 것으로, 직역이 아니므로 주의!


Don't be (such) a chicken!

쫄지 마!


Don't chicken out!

겁먹고 포기하면 안 돼! (*chicken이 동사로 사용됨)


Don't be a coward!

겁먹지 마!


Come on, it's not that scary!

그러지 마,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 없어!


Just go for it!

겁내지 말고 그냥 해 봐!


No guts, no glory!

너 안 하면 진짜 후회할걸?! (=배짱이 없으면 영광도 없어!)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쫄지 말고 배짱 있게 나아가도 되겠죠? 왠지 모르게 작아지고 쫄게 될 때 스스로를 다독여봐야겠어요. 언제나 변치 않는 내 편은 나 자신이니까요.

Don’t hold back — now’s the perfect time to take the pl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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