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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믈리에 Feb 19. 2022

이색 알바 도전기, 블라인드 시사회

영화의 막이 오르기 전까지 어떤 영화인지 알 수 없다.

문자를 받았다. '**월 **일 **시에 블라인드 시사회에 초대되었습니다.' 서베이에 참여하고 포인트를 모으는 재미에 빠져있을 무렵 서베이 사이트에 한 공고가 올라왔었다. 다짜고짜 블라인드 시사회에 신청하겠냐는 공고였다. 영화 제목이나 일정도 없이 올라온 공고였고 아무 생각 없이 신청 버튼을 누른 후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자를 받은 것이다. 블라인드 시사회에 초대되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장소도 없이 A건물 n층으로 오라는 지시만 있었다. 설마 사기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직원들처럼 보이는 3-4명의 남녀가 조용히 손짓했다. '시사회 오셨나요?' '전화번호 뒷자리 알려주세요.' 우왕좌왕하며 내 전화번호 뒷자리를 말하자 설문지와 볼펜을 내밀었다. 영화 시작 전까지 기입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설문지는 총 2가지였다. '비밀유지 서약서' 그리고 '영화 설문지'였다. '비밀유지 서약서'는 말 그래도 오늘 본 영화에 대해 제삼자에게 이를 누설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서약이었다. 그렇게 비밀유지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영화 설문지를 펴면 대충 오늘 상영될 영화의 정보가 적혀있다. 영화의 제목, 스토리, 출연 배우, 감독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해주며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떤지 묻는 것이다. 솔직한 답변을 하고 이제 영화관으로 입장한다.


먼저 올수록 좋은 자리를 가져가는 블라인드 시사회. 하지만 나는 딱 맞춰 왔기 때문에 3번째 자리 맨 끝 자리에 앉게 되었다. 모두 착석하자 직원이 들어와 오늘 본 영화를 누설하면 법적인 절차가 진행될 거라는 경고성 멘트를 날리고 사라졌다. 그리고 불이 꺼지며 영화가 바로 시작되었다. 중간중간 오디오가 생략되기도 하며 cg처리가 되지 않은 부분도 나온다. 말 그대로 영화가 완성되기 전 관객의 반응을 보기 위한 것이라 완성작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다. 미완성작을 토대로 관중은 영화를 중간평가하는 것이다. 그래도 영화의 장르가 내가 선호하는 것이라면 나름 재미있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 개봉 한참 전 먼저 영화를 본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


영화 관람이 끝나면 다시 설문지를 나누어 준다. 이제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의 감상을 적는다. 이 설문지는 매우 세세한 평가를 하도록 설계되어있다. 영화 한 컷 한 컷을 묘사해놓은 문장을 읽고 이에 대한 평가를 한다. 또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평가, 장면의 적절성 그리고 흥미로운 대사에 관한 질문도 한다. 설문지를 정성껏 작성하고 제출하면 알바생의 의무는 끝이 난다.


그리고 내게 입금 된 5000원의 포인트. 출금신청을 하면 내 계좌로 들어온다. 무료 영화도 보고, 5000원도 얻고. 오늘은 횡재한 날인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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