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명절 선물을 못 고르는 이유는 살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살기에 각박하다 백화점마나 쇼핑몰마다 언제나 물건은 넘쳐난다.
선물 박스들의 과대포장을 정리하는 일도 힘겹다.
특별해 보이려 애쓰지만, 결국 명절 선물이란 비슷한 느낌인 것이다.
선물은 언제, 어디서든 가슴 설레지만 이렇게 공세로 들이닥칠 때면 부담스러운 대상이기도 하다.
이들 중 보내준 사람과 그 마음을 기억할 만한 선물은 얼마나 될까?
상대방에게 보내는 나의 선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이 와중에 기억에 남는 선물들도 있다.
지인이 손수 만들어준 핸드 메이드 접시
.
화려하진 않지만 딱 보이도 핸드메이드 작품으로 느껴지는,
무엇보다 청색과 회색 빛깔이 함께 스며있는 색감이 너무 멋진 접시였다.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접시 뒤쪽 살짝 올라간 옆면을 따라 새겨준 문구였다.
YJ에게. "당신의 감사가 행복입니다"
또 하나의 선물은 펜이다.
흔하고 흔한 선물 아이템 중의 하나이지만 지금껏 사용하는 이유는 '각인'때문이다.
내 이름이 각인된 펜이기에 유독 그 펜에 대한 소유권이 강하게 느껴진다.
또 하나 기억에 남은 선물은 책인데, 아주 특별한 책이다.
** 한정판, ~~~ 스페셜판 등은 아니다.
포장을 펼쳐본 순간 '뭐지?' 했다.
일단 <열정>이라는 책 제목이 낯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책 표지가 낡은 듯 보였고 새 책의 느낌이 아니었던 것이다.
속 페이지를 넘겨본 순간은 더욱 놀랐다.
연필로 밑줄, 형관펜, 여백에 메모, 심지 뭔가 빽빽히 적힌 포스트잇...
대체 뭐지? 그 때의 당황했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기가 보던 책을 나한테 준 건가? 설마?????"
하지만 나는 이내 곧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그 책을 품에 꼭 안아보고 말았다.
친구가 보던 책이 맞았다.
그 책은 친구가 읽고 읽으며 그녀가 느꼈던 마음과 생각까지도 오롯히 담아낸 세상에서 유일한, 9쇄를 찍어내며 팔려나간 <열정>들과는 다른, 유일한 <열정> 책이었던 것이다.
가장 앞 페이지에 직접 적어 둔 문구 또한 마치 책 속 문장 처럼 내 속에 남는다.
"내 삶에 열정은 있는가... or 열정없이 늙어가고 있는가?"
문구 아래는 2006. 10 이라는 오래된 날짜와 함께 내 이름, 나에게 주는 친절하고도 정성이 담긴 짧은 글이 또박또박 적혀있다.
이 책의 가치를 그제서야 깨달을수 있었다.
나는 책과 함께 그녀의 마음도 함께 읽는다.
이렇게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녀와 이렇게 책에 대한 단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선물은 내가 '값없이' 받는 마음이라 할수 있다.
물론 댓가로 받는 선물도 있지만, 이런 'give and take'는 제외한다면 말이다.
값없이 받기에 한없이 고마우나, 또 한편으론 가볍기도 해서 이내 잊혀지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껏 기억하고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묵직해 지는 선물은 "내 이름"을 불러준 선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라,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했던 마음이 담긴 선물.
그러한 선물 대부분에는 "내 이름"이 있다.
나에게만 주는 문장의 형태로, 각인의 형태로, 꾹꾹 눌러쓴 친필, 마음을 드러낸 무언가로...
비록 이름을 불러주는 형태는 다양했지만, 내 이름이 새겨진 선물은 그야말로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올 해 명절에도 나는 몇 몇 지인들께 선물을 준비한다.
그 중에는 선물 공세의 흐름에 함께 동참해야 하는 선물도 있겠지만,
마음을 담아야하는 선물도 있다.
그의, 그녀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줄까...
선물 아이템에 담아내고 싶은 내 마음이 숙제처럼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