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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말고 재능 캐기

Talent is overrated

by 소리



그림을 처음 배울 때... 하나씩 알아가는 자체가 즐거웠다.

그런데 실력이 늘수록 점점 작아지는 나를 보게 될 줄이야.... 좀처럼 뛰어넘지 못하는 어떤 경계를 만날 때면 더욱 그랬다. 비슷하게 시작한 옆 사람을 보면 분명히 그 경계를 뛰어넘은 실력이 보인다. 그 옆 사람도 보니 마찬가지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이 곳에는 나처럼 완전 바닥부터 시작한 그림 쌩 초보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보니 그(그녀)는 미술을 전공했던 사람, 예고를 준비했었던 사람, 가족 중 누군가가 화가인 사람, 심지어 미대 입시생을 둔 엄마까지...


어떻게든 그들은 그림이라는 영역에 나보다는 최소한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때부터 나의 열등감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자기 방어도 시작된다.

'그럼 그렇지, 미술을 전공했으니까. 과거에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림에 가까운 환경이니까... '



그러나 이런 자기 방어도 '재능'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진다.

'나는 왜 어디에도 타고난 재능이란게 없을까.. ' 갑자기 억울해 졌다.

그동안 잘한다고 칭찬받는 일들도 죄다 시시하게만 느껴진다.

'재능은 없는데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는 말로 들리면서 세상 삐딱한 시선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런 억울함을 풀어주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제프 콜빈

책 제목을 읽는 순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일단 재능은 단련될 수 있다는 거네?'였다.


재능은 하늘이 내린 DNA가 아니라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으로부터 비롯된다.


저자에 의하면 재능은 누구나 발굴하고 단련할 수 있는 것이며,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 기준으로 재능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었고, 다시 태어나는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희망 자체이기도 했다. 쉽고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 희망을 좇아 책을 하루만에 완독했다.


20251009_1413522.jpg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中


잘하지 못하는 것을 집요하게 찾아낼 것, 정확한 피드백,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부분을 압도적인 양으로 반복, 정신적으로 완전히 소진될까지.


희망을 쫓아간 그 방법이란 어쩌면 당연한 것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재능은 단련될 수 있다'라는 사실을 '믿게' 되면서, 나의 열등감과 재능없음으로 적당히 타협하려는 내 열심의 정도를 엄중하게 꾸짖을 수 있었다.


잘해서 즐거운 부분이 아니라,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는, 그래서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부분을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 숙연해졌다.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그 분야의 재능을 가질 수만 있다면 기꺼이 해 볼만 하지 않은가?...

게다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 힘들고 지루하다는 사실은 확실히 희소식이다" 라는 저자의 말에 나는 열렬히 동감했으니.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재미없는 일이라는 데 실망했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로 위안을 삼기 바란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은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 우리를 위대함의 길로 인도하는 활동이 쉽고 재미있다면, 누가 그 길을 마다하겠는가. 게다가 그 길은 가장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 힘들고 지루하다는 사실은 확실히 당신에게 희소식이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그런 연습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당신은 그만큼 차별화된 존재가 된다.
p.114


재능은 없으면서 열정만 가득한 일이 괴롭게 느껴질 때면 이 책의 울림을 기억하기로 한다.


모짜르트나 타이거우즈는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들 또한 고통스럽고 힘든 훈련의 과정을 집요하게 수행했기에 모짜르트가 되고, 타이거우즈가 될 수 있었음을. 어떤 천재에게도 지름길은 없었다. 보통의 우리처럼.


위대한 성과의 원천에 대해
진정으로 무엇을 믿는가에 따라
당신이 무엇을 달성할지가 결정된다.
분명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기로 선택할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 재능을 가진 자만큼이나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가? 아니면 자신의 실패나 한계를 재능 부족으로 여겨 포기하고 말 것인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설사 우리가 지금은 가장 뛰어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통해 내 속의 재능을 캐내고, 단련시킬 수 있다는 것은 귀한 희망이다. Talent is overrated.




♣ 북(Book)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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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제프 콜빈/ 김정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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