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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쁘기만 한 인형이 아니다

뒤틀림

by 소리

노력이 힘겨운 이유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애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높은 목표를 향해.

습관에 반하는 방향을 방향.

도무지 열릴 것 같지 않은 문을 향해.


그런데 그렇게 필사적으로 애쓰지 말고, 오히려 놓아버려야 하는 노력도 있다.


하루키글2.gif <노르웨이의 숲> 中, 무라카미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나오코'라는 인물(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은 자기 뒤틀림을 인정하는 것이 스스로를 돕는 일이라는 말을 한다. 내 속의 못난 모습과 죽어라 싸워서 이기려하기 보다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다.


'뒤틀림'이란 표현에는 아름답게 포장된 모습 깊숙이 꽁꽁 숨겨둔 못난 마음을 들켜버린 듯한 부끄러움이 스며있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만 알고 있는 내 속의 뒤틀림을 나 또한 가지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이런 뒤틀림이 나도 모르게 밖으로 튀어나와 세상에 들켜버리는 경우도 있다.

질투로, 원망으로, 분노나 적개심으로, 이기심으로... 때로는 한없는 무기력과 우울감으로.




'내 속에는 질투심이 있어.

현정이보다 내가 더 돋보이고 싶고, 더 좋은 것을 갖고 싶은 욕심도 있어.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실은 외롭기도 해. 그래, 나는 그런 걸 다 가지고 있는 사람....'


솔직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맞다. 누가 듣는 것도, 보는 것도 아닌데 자백하듯 목소리마저 작아진다. 하지만 더 이상 내 자신에게까지 '언제나 착한 인간, 좋은 사람, 흠없는 인격'인듯 포장하고 행동하고 싶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인정해 보니, 참 신기한 일은 내가 미워지기 보다는 더 좋아진다는 사실이다.나란 사람이 멋지고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나는 너무 예쁘기만 한 인형이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것에 마음의 거짓이 없고, 불편함도 없고 오히려 자유스럽다.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듯 답답함이 풀린다.


나에게는 예쁜 곳도 있고 미운 곳도 있다는 사실.

하늘이 주신 DNA는 묻혀있을지 몰라도, 남들과 다른 개성은 가진 사람... 똑같이 평가받아야 하는 능력보다 비교 대상없는 개성이 더 값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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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모든 것의 실체인데, 예쁜 곳만 떼어서 나로 인정하려는 마음이 나를 힘겹게 하는 것인지 모른다.

내 속의 뒤틀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꽁꽁 감출 일도 아닌 것이다. 수많은 퍼즐로 완성된 하나의 작품처럼 이 또한 나를 이루는 존재의 일부분이다.


이것을 인정한 후 나의 뒤틀림과 싸우는 일이 예전에 비해 한결 가벼워졌다. 나의 뒤틀림은 싸워서 흔적조차 없애야할 끔찍한 적이 아니라, 아프지 않게 돌보아야 할 내 연약한 피부같은 것이다. 언젠가는 새 살이 돋아나 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자신에 대한 이런 돌봄이 아닐까. 부모가 자식 돌봄을 지겨워하지도, 멈추지도 않는 것처럼 내 자신을 성실하고도 변함없이 돌보아 주는 일...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참 따뜻한 일이다.




♣ 북(Book)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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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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