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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Jan 10. 2024

06_정말 별이 될수 있을까?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다


다시 책 읽기의 시작은 ’ 여덟 단어(박웅현)‘라는 책이었다.


제목보다는 부제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를 보고 선택했던 책.

아니, 맨 처음 1강 때문이었던 것 같다.


 1강 자존 : 당신 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내 안의 별이 있음을 확신하지도 못한 상태였지만, 

'찾는다'는 의미는 '이미 있음'을 전제로 하는 말이기에

이미 내 안에 별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하여, 짧은 제목, 생각으로 처음 몇 장을 넘기던 나는 이 책을 읽기로 마음을 확정했다.


책 속에 실린 한 장의 그림 때문이었다. 

’ 아드리안 반 위흐레흐트‘라는 화가의 그림이라고 자그마한 글씨로 설명이 적혀있었다.


해골옆에 어색한 기색도 없이 활짝 핀 싱싱한 꽃들이라니! 

빈티지 시계와 동전들은 가장 앞 쪽 책상 전면에 놓여있다. 

초침 소리가 째깍째깍 들릴 듯하다.  

죽은 해골 옆에 살아있는 시간과 욕망, 세상의 부요함이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여덟 단어(박웅현, 북하우스), p.19



한 폭 그림안에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기괴하면서도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저자 박웅현 님은 놀랍게도 나를 죽음과 같은 칩거에서 끌어올려준, 할머니의 마지막 눈빛과도 같은 이야기를 이 그림안에서 담아내고 있었다.


”메멘토 모리와 아모르파티.
’ 죽음을 기억하라 ‘와 ’ 운명을 사랑하라 ‘는 죽음과 삶이라는 상반된 의미의 조합이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봅니다.  내가 언젠가 죽을 것이니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것이고, 그러니 지금 네가 처한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것이죠.
저는 이런 태도가 자존 같습니다(p.20)"


아, 나는 지금 ’ 자존‘을 찾으려고 하는 거였구나. 

살아 내라는 할머니의 눈빛에서 막연하게 느껴지던 삶에 대한 무엇.

나에게 '죽은 듯 살지 말고 산 듯 살아보라'는 이 소리가 무엇인지 희미했다. 


그런데 결국은 책을 통해서 나는 좀 더 선명해질 수 있었다.

지푸라기처럼 약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내 속의 실체가 ’ 자존‘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제 그 '자존'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책은 그 길도 알려줄까?




의. 심. 


'내 마음속의 점들을 연결하면 별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 세상 기준이 아니라 내 속에 꿈틀거림을 좇아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다, 그런데 이것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된다...'


'어느 순간 연결돼서....‘ 나는 이 표현을 꽤 오래 주목했다.


출처 : 여덟 단어(박웅현, 북하우스), p.33




그래, 진심으로 원하는 일이라면 열심히 해낼 것이다. 

수많은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확신할지 모르겠는 상태라면 어떨까?

'어느 순간'이란, 참으로 모호한 말이 아닌가?


나는 우문인 것을 알면서도 "어느 순간이란 대체 언제를 의미하나요?"라고 저자에게 묻고 싶다.

대체 '어느 순간'에  내가 뿌린 점들이  연결돼서 별이 될 것이냐,  그런 순간이 있기는 한 것이냐 말이다.  


실은 저자에게 묻는 질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고 의심이었다.







어제보다는 나은 만큼의 오늘


젊은 시절에도 나는 무턱대고 마음만 따라가는 용감무쌍 청춘 스타일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를 적절히 타협했고, 더 높은 성취와 이익을 가져다주는 쪽을 우선으로 선택하며 살았다.  목표하는 결과에 도달하고자, 그래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에게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았고, 그런 삶에 보람도 느꼈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열렬히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이유도, 계획도, 목표점도 없다. 

일단은 그저 좋아서, 가 첫 번째 내적 동기다.

 

이 나이에 이리 용감무쌍할 일이냐... 싶지만,

아무튼, 그렇다.


앞, 뒤 재지 않고 수익 계산, 기대효과 따위 생각지도 않고 
그저 그 일이 좋아 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그런 때가 나에게도 있을까?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것처럼, 열망과 두려움이 동시에 내 속에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본다.

그래도 나는 일단 한 발 내디뎌 보기로 한다. 


중장기 프로젝트, 멋지고 화려한 목표 같은 욕심은 내려놓기로 한다

적어도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을 살아야겠기에 말이다.


그래, 딱 '어제보다 나은 오늘 만큼'이 살아가는 게 목표다.

타인의 멋진 점들과 별을 비교하지 말고,  

서미숙 작가의 조언처럼 오직 나는 어제의 나와만 비교하기로 한다.

그러니 내가 뿌린 점들이 별이 될까라는 의심은 거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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