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백
"엄마는 자장면을 싫다고 하셨어~"라는 노랫가사 일고 있니?
GOD라는 그룹이 부른...
(아, GOD가 너에게 너무 옛날 가수라면 미안...^^)
가사 속 주인공은 아마 그렇게 믿었을 거야.
'우리 엄마는 원래 자장면 싫어해'
그런데, J야
그 엄마는 정말로 자장면을 싫어했을까?
아니, 어쩜 엄마는 아들보다 더 자장면을 좋아했을지도 몰라.
단정짓는 순간,
함정에 빠질 수 있다.
by 엄마
그래, 맞아, 이건 오늘 해 주고 싶은 엄마의 말이야^^.
노래말 속의 아들은 엄마가 한 말만 듣고 우리 엄마는 원래 자장면을 싫어한다고 단정해 버렸기 때문에,
아마도 엄마와는 중국집에 가지 않을지도 몰라.
엄마가 정말 먹고 싶은건 자장면인데도 말이지.
오늘은 너의 어린 시절, 이런 엄마의 못난 면을 고백해 보는 것으로 시작해 볼게.
또 한 발 늦게 너에게 사과하는 뜻도 있지만,
혹시나 너 또한 스스로가 내린 어떤 ‘단정’ 때문에 힘들어 하는 일이 있다면,
오늘 해 주는 이야기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야.
수없는 단정
너는 12월에 태어났고, 아들이었고, 몸무게도 3kg이 되지 못한 채 세상 밖으로 나왔어.
작고 작은 생명체가 내 속에서 자라 세상밖으로 나왔다는 것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지.
너를 키우면서 보니 또래 친구들은 90%가 너보다 먼저 태어났고,
평균 몸무게도, 성장속도도 훨씬 빨라 보이는 거야.
유치원에서도 특히 여자친구들은 어찌나 똘망하고 재빠른지.
젓가락질, 페트병열기, 우유곽 따기, 가위질, 한글쓰기 등등 일상에서의 사브작 사브작하는 '잔 기술'들에 특히나 너는 취약했어.
“J는 소근육 발달이 늦나봐”
당시 유행하던 화려한 교구셋트가 배송되던 날,
엄마는 거실 중앙 가장 좋은 자리에 공간을 남겨두고 멋지게 세팅해 놓았거든.
'J가 얼마나 좋아할까? 이렇게 정리해 놓아 봤자 곧 엉망이 되어 버리겠지?'
들뜬 마음에 짠!! 하고 너를 그 앞에 딱! 앉혀 놓았는데, 왠 걸....
너는 그저 한 참을 바라만 보더니 작은 손가락 하나를 살짝 대어 보는 거야.
그리고 마음에 드는 한 개를 움켜쥐고, 그것이 교구의 전부인냥
다른 화려한 것들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말이지.
“J는 호기심이 별로 없나봐”
유치원에서 보내준 사진들을 보면, 너는 딱 12월생 남아처럼 보였어.
누구보다 천진스럽게 활짝 웃고 있었지만 센터에서는 조금씩 떨어져 있는 포지션...
나름 이 동네 최고의 똘똘이들이 모인다는 유치원에서 너는 그 ‘뛰어난 아이들 틈’에 겨우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었지.
“J는 욕심이 없는 아이야”
초등학교 입학 후엔 엄마의 마음이 더 불편했던 것 같아.
“J는 글이 너무 짧잖아. 생각이 단순한가봐”
“J는 12월생이라 달리기나 축구를 잘 하기엔 한계가 있지”
“J는 말이 너무 없어. 과묵하기만 하니 자기 표현을 못 하잖아, 귀신도 말 안하면 모르는 게 사람 마음이라구”
“임원 선거도 안 나가고, ** 대회에도 관심이 없고, 친구들이 뭐 하는지도 모르고...
잘 하고 싶은 생각도, 눈치도 너무 부족해”
"치열한 경쟁에서 어쩌려고, 몸도 마음도 이렇게 약할까"
엄마는 퇴근 후 아빠를 붙잡고 너의 일상을 이야기 하면서 늘 이런 식의 ‘마무리 정리’를 하곤 했거든.
그런데 너에 대한 이런 수많은 “단정짓기”가 엄마 스스로를 가두는 끔찍한 ‘생각 감옥’이었다는 걸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더라.
단정으로 인한 착각
화학 실험을 하는 너는 누구보다도 정교한 손놀림으로 정확하게 무게나 질량을 측정해서 실험을 성공하는 아이였어.
실험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흥분해서 다다다~
“엄마~ 이런거 집에 있어? 나 이거, 이것 필요해, 집에서 해 봐야돼“
”J는 손끝이 아주 정교하구나”
소근육 발달이 늦다 단정했던건 엄마의 착각이었던 거지.
”근데 지구본 안에는 뭐가 있어요?“
또래 친구들이 지구본을 돌리며 놀 때 너는 느닷없이 지구 속을 궁금해 했고,
지구본을 반 잘라 보고 싶어 했어.
노멀(nomal) 범주를 벗어나는 너의 호기심에 친구 엄마들 다들 뜨아....
대학 강당만큼이나 큰 무대에서 1,2월생 친구들보다 더 우렁차게 영어스피치를 해 냈고,
23명 친구들이 찬성하는 의견에도 너는 혼자 ‘반대’의 목소리를 냈고,
어느 새 학급 부회장이 되고, 회장이 되고,
‘J는 축구를 정말 잘 해요’라고 친구들이 인정하는 발재주를 가졌고,
어느새 학교를 대표하는 농구 선수가 되었고,
호기심으로 시작된 작은 연구들이 큰 상을 받았고,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너가 원하는 학교에 마침내 입학하고 마는,
너는 그런 아이였던 거야, 실은.
그동안의 너에 대한 엄마의 섣부른 단정들을 통쾌하게 날려버리는.
마음의 여백
엄마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전부인냥 너는 이런 아이! 라고 “단정”지어 버리지 않았다면,
너는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더 자유롭고, 더 너를 사랑하는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마음 아픈 생각을 해.
엄마는 꽤 오랫동안 이런 부정적인 단정으로 인해서 생각감옥에 갇힌 듯 힘들었단다.
그런데 살며보니 어떤 사람도, 일도, 상황도 뭔가를 단정지을 만큼 "단순"하지가 않더라.
모든 것 들은 속에 나름의 다양성이 한 아름씩 있고(심지어 플랑크톤도 그럴 거라 생각든다),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변할지, 어떤 결과가 올지는 끝까지 가 봐야 알 수가 있는 것이더라구.
엄마의 짧았던 생각이, 그것을 보기 좋게 뒤집어 버린 너의 삶이 그 증거잖니.
그러니 무엇이든 ”단정짓는”게 되면,
지극히 일부만 보고 전부인양 판단해 버리는 잘못을 하게 되는것 같아.
성경에서 하나님은 비슷한 표현을 하셨어.
“굳은 마음을 버리고 부드러운 마음을 가져라”
단정짓는 것은 때로 확실하고 마음에 안정감을 줄 수도 있지만,
너의 생각과 마음을 그 곳에 가두어 버릴 위험이 커.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거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기도 한단다.
그래서 마음이 딱딱하고 굳어 버리게 돼.
부정적인 단정일 때는 그래서 더욱 위험하지.
너에 대해, 미래에 대해, 주변 친구들, 선생님에 대해서도 특히나 부정적인 단정을 하고 있다면
그 굳은 마음을 내려놓아 보렴.
다른 가능성의 여지도 인정하고, 마음의 여백을 남겨두는 부드러운 마음을 곁들여 보렴.
너에 대한 엄마의 섣부른 단정이 너의 좋은 모습을 제대로 못보게 했듯이
네가 하고 있는 단정이 원래의 가치를 제대로 못 보게 하고 있는지도 몰라.
좀 더 편안하고 지혜로워진 너 자신을 만날 수가 있을 거야.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