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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산을 오르는 여정과 같다

시지프 신화_ 알베르 카뮈

by 서수정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돌을 아래에서 받치고 있는 시지프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거대한 돌을 산 정상 위에 올려놓으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다시 올리기 위해 내려가는 시지프...

그는 영원히 산정상으로 돌을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고 있음에도 행복했다고 카뮈는 이야기한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책을 만났다.

나는 ‘시지프 신화‘라는 제목에 낚였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너무 어려운 주제의 책이었기 때문이다.

부조리한 추론, 부조리한 자유, 부조리한 인간, 부조리한 창조, 시지프 신화로 연결되는 책의 구성도 도대체 왜 시지프의 이야기를 결론으로 썼을까를 고민하게 만든 책이다.

부조리를 이야기하기에는 나의 통찰력과 생각의 깊이에 한계를 느꼈고, 그래서 나는 시지프 신화의 이야기를 나의 생활과 연결 지어 이야기하려고 한다.


매일 아침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면 하루의 루틴들이 나를 기다린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삶의 여정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요즘이야 조금은 쉼을 갖고 있지만 바쁜 일상은 나를 의식하지 못한 채 물 흐르듯이 지나왔다.

삶의 시간들은 수레에 달린 바퀴처럼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나는 그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며 살았다.

때론 힘들고, 어려웠지만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

시지프 신화의 책을 통해 나는 우리의 일상의 삶이 시지프의 삶고 닮아 있는 것을 느꼈다.

무거운 돌과 같이 힘겹게 오른 산 정상에서 얼마를 버티지 못하고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반복적인 일을 하는 시지프는 곧 나 자신이었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은 아무 의식이 없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똑같은 습관에 의해 행동하게 되었다.

이렇게 살아가는 삶이 인간에게 살아가며 존재하는 의미는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시지프는 돌을 굴려 올리면서 무엇을 생각하였을까? 자신이 받고 있는 형벌을 한탄하며 벌이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였을까?

아마 그랬다면 굴러 떨어진 산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힘들어서 꾀를 부리고 신들과 타협하려고 했을 것이다.

시지프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대하는 태도를 볼 때 그는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고 자신의 존재를 느꼈을 것이다.

나도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 속에서 정신의 의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씩 의미를 찾는다면 나는 일에 대한 가치를 느끼며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알베르 카뮈는 “ 부조리한 세계로부터의 탈출은 의식으로의 복귀, 일상적인 삶의 졸음으로부터의 탈출이 부조리의 자유의 첫걸음이다”라고 말했다.


카뮈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반복되는 부조리한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의식으로의 복귀, 부조리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야말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기를 지닌 시지프처럼 사는 것이다.

나는 출산 후 아이를 낳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살이 찌고 불규칙적인 식사, 간식 등으로 건강이 안 좋아져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퇴근하며 집으로

귀가하기 전 운동장에 들려 1만 보 씩 걷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5년을 걷게 되니 체력도 향상되고 체중도 줄어서 조금씩 건강이 회복되었다.

운동은 하루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일이었다. 반복되는 걷기로 지루하고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꾸준하게 운동을 한 결과 얻게 된 성취감이었다.

나는 운동을 싫어했다. 하지만 작은 성취가 쌓여 이제는 댄스부터 수영까지 운동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마음이 시지프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시지프의 삶도 피곤하고 무의미할 것 같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과정은 그의 성실함과 꾸준함이 뒷받침된 작은 성공들의 집합체였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무거운 돌과 같은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한 발 한 발 오르는 인간은 때론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묵묵히 올라가는 시지프와 같을 것이다.

삶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오른 산 정상에서 맛본 바람의 숨결은 달콤했을 것이다. 하지만 순간 다시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보며 포기하고 싶어 주저앉거나, 혹은 목숨을 끊으려고 자살을 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사이클은 계속 평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의식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나도 굴곡진 삶을 많이 살진 않았지만 지금 이 시간만큼은 집중하며 살아가려 한다. 산을 올라갔다 비록 다시 내려올지라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그저 내 삶의 일부분이려니 하며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카뮈는 “시지프를 행복한 인간으로 상상해야 한다”라고 말했듯이 삶은 우리의 노력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때 비로소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을 밀어 올리는 반복되는 하루하루일지라도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삶의 가치를 발견할 때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여정은 산을 오르며 그곳에서 자신의 돌과 함께 울고 웃고, 슬퍼하고, 배우는 과정이야말로 인간의 자유로움으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짓눌린 무게에 힘들다면 그 속에서 느끼는 보람과 기쁨을 생각해 보려 한다.

돌이 다시 굴러 떨어진다 해도 나는 다시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행복한 삶이다.


“인간은 인간 자신의 목적이다. 그의 하나밖에 없는 목적이다. 그가 무엇인가 되고자 한다면 그것은 바로 삶 속에서다.

이제 나는 그것을 너무도 잘 안다. 그러니 그것은 항상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다. “


“부조리를 만나면 모든 것이 흔들려 버린다. ‘나는 존재한다”라는 생각, 모든 것이 어떤 의미를 있다는 듯이 이따금 의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긴 하지만

행동하는 나의 태도, 이런 모든 것은 가능한 죽음이라는 부조리에 의해 현기증 날 것 같은 방식으로 부정되어 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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