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_사무엘 베케트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기다림 안에 머무르게 된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그 기다림의 본질과 인간이 존재하는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비록 책 속 배경은 단조롭고 주인공들의 행동은 반복적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깊은 통찰이 담겨있다. 이 책 속에서 아무것도 일어알 것 같지 않은 삶이 나의 삶과 비슷하고 앞으로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들 곳에서 “고도”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이야."
“We always find something, eh Didi, to give us the impression we exist?"
”우린 항상 뭔가를 찾지, 그렇지, 디디? 마치 우리가 존재한다는 인상을 주는 무언가."
나 역시 "고도"와 같은 무언가를 기다렸던 순간들이 많았다.
학창 시절에는 높은 성적을 통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길 원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성공과 안정이라는 막연한 목표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든 기다림이 결실을 맺은 것도, 그 결과가 내가 꿈꾸던 만큼 완벽했던 것도 아니었다.
베케트의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결코 오지 않는 고도를 담담히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은 때로는 나를 떠올리게 했다. 특별함을 쫓으며 살아가지만, 결국 삶은 대부분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 기다림의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하다.
고도가 오지 않음을 알아채고도 그들은 기다림의 시간을 지루함으로 채우기보다는 서로 짧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견뎌냈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나의 기다림은 취업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같이 공부했던 사람들과의 유대감, 결혼 후 아이들의 대학 입학을 기다리며 준비했던 시간들, 그리고 점심시간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나를 위로해 주는 요소가 되어 내 삶에 스며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삶에 충실한 태도야말로 기다림의 연속인 듯하다.
"가자."
"못 가."
"왜 안 되지?"
"우린 고도를 기다리고 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고도의 기다림’은 삶의 방향성을 질문하게 된다.
나 자신에게 "나는 과연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결국 기다림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다리고 있는 목표가 단지 막연한 희망이 아닌, 나 자신의 존재를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길 바랐고, 필요한 경우에는 방향키를 옮겨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배우게 되었다.
기다림은 때로 필요하지만, 그러한 시간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내 삶을 내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결국, 삶은 고도를 기다리는 끝없는 여행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고도가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온다 하더라도 삶은 또 다른 기다림으로 채워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태도이다.
기다림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의미들을 발견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나만의 삶의 이야기, 나의 "고도"를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다림은 나의 삶의 일부이다.
그것을 인정하면 내 삶 속으로 스며들어 현재를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기다림 뒤에서 나의 발걸음은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을 것을 믿는다.
‘고도’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