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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충실하기 위해 해야 할 것

그리스인 조르바_나코스 카잔차키스

by 서수정

슬픔을 견디기 위해 춤을 추는 친구가 있다.

바로 알렉시스 조르바였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그에게 흠뻑 빠져든다.

젊은 갈탄광 사장과 조르바의 캐미는 환상적인 단짝 친구이다.

그들의 많은 대화는 심연 깊은 곳에서 퍼져오는 울림이 있다.

책을 읽고 지식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조르바의 경험에서 나오는 철학적 생각은 당할 수 없다.

어쩌면 그의 말 하나하나 밑줄을 긋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코로나가 시작하기 전에 나를 위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아이들 생기부를 채우기 위해 어떤 책이 좋을지 고민하던 시기는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끝이 났다.

나는 아이들이 없는 집에 남은 우리 부부가 이제는 둘이 아니면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책 읽기는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급격히 시작된 자유로움은 외로움과 고독과의 싸움으로 치달았다.

혼자만 있고 싶었던 자유하고 마주하게 되었지만 익숙하지 않았기에 이겨나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에게 자유는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과연 답을 할 수 있을까?

조르바는 인간이 자유라고 말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라서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욕망, 고통, 슬픔, 꿈 등과 끊임없이 싸운다.

인간의 욕망과의 싸움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것들과 싸우기 위해 나는 나와 진심으로 대면해야 한다.


“나는 생각했다. <자유라는 것이 뭔지 알겠지요?> 금화를 약탈하는 데 정열을 쏟고 있다가 갑자기 그 정열에 송을 들고 애써 모은 금화를 공중으로 던져버리다니……

다른 정열, 보다 고상한 정열에 사로잡히기 위해 쏟아 왔던 정열을 버리는 것. 그러나 그것 역시 노예근성이 아닐까? 이상이나 종족이나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희생시키는 것은?

따르는 전향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어지는 것이 아닐까? (…)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일까? “



조르바는 우리의 생각과 태도에 있어서 다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삶에 진심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도 안 본다.

자기가 생각하고 도리에 어긎나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

세상이 어느 누구도 비난할 수 없고 자유를 갈망하며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나는 그가 부럽다. 어느 누구도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자신감이 넘치는 에너지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소심한 성격에 누구에게 상처 입힐까,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췰까를 고민하며 행동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행동의 부자연스러움이 인간관계의 걸림돌이 될 때도 있다.

나는 거절도 잘 못하고 결정장애도 있다.

내가 하기 싫거나 못할 것 같으면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을 걱정한다.

조르바는 과거의 삶에 읽매이지도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지금 현재에 충실한 삶을 추구한다.

지금의 삶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러니 얼마나 자유할까……


“태초에 이 땅에 나타났던 사람들의 경우처럼, 조르바에게 우주는 진하고 강력한 환상이었다. 별은 그의 머리 위를 미끄러져 갔고 바다는 그의 관자놀이에 부서졌다.

그는 이성을 방해받지 않고 흙과 동물과 하느님과 함께 살았다. “



조르바처럼 지금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나에 대해 진심으로 자유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삶은 결코 불행한 것이 아니리라……

지금 현실에 중실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의 삶을 하나의 잣대로 재지 말자. 바르게 그어 버린 선보다는 삐뚤삐뚤, 굴곡진 선도 재미있을 것이다.

그런 삶도 즐기며 받아들이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리고, 고독함과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그것도 나의 삶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다면 즐겨라. 조르바처럼 슬플 때 춤을 추고, 기쁠 때 ‘산투리’를 치며 힘들고 기쁜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목표했던 삶이 마음대로 안되었다고 안달복달하지 말고 숨 한번 고르고 자신을 다독여 보자.

내 삶의 지정한 목표는 흘러가는 대로 마음을 맡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을 믿는다.

마지막으로 삶의 무게를 극복하며 인내하고 내가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용기 있게 이 시간을 헤쳐나가자.

나에게 묶인 줄을 끊고 자유롭게 세계로 나아갈 때 행복과 환희를 맞볼 것이다.

오늘 밤도 조르바의 그림자와 함께 달빛 아래에서 산책하는 꿈을 꿀 것이다.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고 있는가?> <일하고 있네 > <잘해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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